[쿠키인터뷰] 강기영 “심의 경계를 넘나드는 애드리브… 먼저 양해 구하죠”

[쿠키인터뷰] 강기영 “심의 경계를 넘나드는 애드리브… 먼저 양해 구하죠”

기사승인 2016-09-27 10:20:10


[쿠키뉴스=이준범 기자] 분명 처음 보는 배우였다. 하지만 신인 배우 같지는 않았다. 코믹함을 더하는 감초 역할로 이렇게 큰 존재감을 드러내는 신인 배우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나중에 알게 된 그 신인 배우의 이름은 강기영이었다.

tvN 금토드라마 ‘고교처세왕’, tvN 금토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에서 얼굴을 익힌 그의 이름을 알게 된 건 tvN 월화드라마 ‘싸우자 귀신아’에서였다. 강기영은 드라마가 무거워질 때마다 등장해 웃음이 절로 나오는 애드리브를 자유자재로 선보였다. 그의 존재로 인해 드라마가 적절하게 균형을 잡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랬던 강기영이 이번엔 MBC 수목드라마 ‘W’에도 출연했다. 오연주(한효주)의 친구 강석범으로 등장한 강기영은 적은 분량이지만 웃음기를 뺀 연기로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강기영은 차분한 분위기에서 말 한마디도 조심스럽게 이어나가는 배우였다. 욕설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며 핏대를 세우던 모습은 찾기 힘들었다. 강기영도 “내 나이에 맞는 역할은 ‘W’의 강석범이었다”며 그 어느 때보다 더웠던 여름 내내 코믹한 캐릭터와 평범한 캐릭터를 오가며 연기한 소감을 밝혔다.

“처음엔 ‘W’에 먼저 출연하기로 돼 있던 상황이었어요. 감사하게도 ‘싸우자 귀신아’의 박준화 감독님이 제게 적극적으로 출연 제의를 해주셔서 동시에 하게 된 거예요. 누가 불러줘서 출연했던 적이 별로 없었는데 말이죠. 걱정도 많았어요. 겹치기 출연 논란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 재미난 캐릭터를 계속 해왔는데 ‘W’에서는 그렇지 않으니까요. ‘싸우자 귀신아’의 최천상이 방방 뜨는 하이 톤 캐릭터라면 ‘W’의 강석범은 대사 톤과 호흡을 살짝 죽여서 연기해 보려고 했어요. 배성우 배우님은 낮은 톤으로 연기하시는데도 재밌잖아요. 그것과 비슷한 호흡으로 가보고 싶었죠.”


‘W’에서 새로운 역할을 시도했지만, 강기영의 진가가 드러나는 건 코믹한 역할에서다. 특히 어디서부터 대본이고 어디까지가 애드리브인지 알기 힘들 정도로 자연스러운 상황극이 인상적이다. 그가 연기하면서 느끼는 즐거움이 시청자에게까지 전달될 정도다. 강기영은 여러 작품에서 쌓아온 애드리브 노하우의 일부를 공개했다.

“재밌는 연기를 토씨 하나 안 바꾸고 문자 그대로 하긴 어려워요. 그래서 처음에 작가님, 감독님에게 양해를 구하죠. 어느 정도까지 바꿀 수 있는지 묻기도 하고요. 한 번은 ‘싸우자 귀신아’ 촬영 중에 같이 연기한 다윗이에게 “네가 뭘 안다고 나불대고 있어, 이 애새야”라고 한 적이 있어요. 모든 시청자가 보는 드라마인데, 욕을 할 수는 없잖아요. 그렇게 심의의 경계를 넘나드는 걸 시청자들도 재밌어 하시더라고요. 또 한 번은 아예 욕을 해버렸어요. 편집될 걸 알지만, 스태프, 감독님, 촬영 감독님들이 웃으시라고 일부러 한 번씩 해요. 눈치를 봐서 허용될 것 같고, 귀여워해주실 것 같으면 하는 거죠. 그러면 촬영 분위기도 좋아지고, 흥이 나거든요.”

강기영은 자신의 연기 인생에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으로 ‘오 나의 귀신님’을 꼽았다. 얼굴을 널리 알렸을 뿐 아니라 캐릭터도 맞춤형이었다. ‘오 나의 귀신님’ 전과 후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할 정도다. 그 뒤엔 강기영을 발탁한 양희승 작가와 유제원 감독이 있었다. 강기영은 양희승 작가의 후속작인 MBC 드라마 ‘역도요정 김복주’에도 출연을 확정지었다.


“제가 중·고등학교 때까지 아이스하키 선수를 했어요. 그런데 제가 잘하는 아이스하키를 소재로 하는 드라마가 진행된다는 소식을 들었죠. 그게 ‘고교처세왕’이었어요. ‘고교처세왕’에서 극본과 연출을 맡으신 양희승 작가님과 유제원 감독님이 저를 잘 만들어주셨어요. 그 다음해에 방송된 ‘오 나의 귀신님’에서는 제 잠재력을 터뜨려 주셨고요. 워낙 친하고 자주 술을 마셔서 제 성향을 잘 아시거든요. 그래서 정말 강기영을 위한 캐릭터를 만들어주셨더라고요. 그때가 가장 큰 터닝 포인트가 아니었나 생각해요.”

‘고교처세왕’으로 데뷔했을 때 강기영의 나이는 32세였다. 늦은 데뷔 전까지 그는 연극 무대에 올랐다. 부족한 수입은 광고 출연으로 메웠다. 연극에서는 연기의 기본기를, 광고에서는 카메라에 익숙해지는 법을 배웠다. 데뷔가 늦었던 만큼 마음이 급하지 않을까 싶지만, 강기영은 현재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싸우자 귀신아’와 ‘W’에 출연하면서 월~목요일 계속 드라마에 나왔잖아요. 그 모습을 보고 부모님이 많이 좋아해주셨어요. 제가 연기하는 걸 반대하지 않고 지원해주셨던 분들이거든요. 전에는 조바심이 많았어요. 나이는 들어가는데 자리를 못 잡고 있으니, 빨리 결과물을 보여줘서 가족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컸죠. 한 번은 과호흡 증상이 나타나서 한의원에 다니기도 했어요. 그 정도로 예민했던 거죠. 지금은 이 자리가 만족스러워요. 더 바라면 욕심일 것 같기도 하고요. 마음속에는 더 큰 배역과 안 해봤던 캐릭터에 대한 욕심도 분명 있겠죠. 하지만 차근차근 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유지하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잖아요.” bluebell@kukinews.com / 사진=박효상 기자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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