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심유철 기자] 고(故) 백남기(69)씨가 별세한 지 나흘째인 28일에도 빈소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은 가운데 천주교 단체가 강제 부검 즉시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병원에 마련된 장례식장을 찾는 조문객들 얼굴에는 슬픔과 안타까움이 맴돌고 있었다. 특히 성당에서 온 수녀님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빈소에는 고인의 아내 박경숙씨 등 유가족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등은 이날 오후 3시 장례식장 앞에서 ‘백남기농민 국가폭력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및 살인정권 규탄 천주교 선언’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한국천주교 남자수도회사도생활당장상협의회 이상윤 신부는 “고 백남기 선생을 부검하겠다는 패륜적인 정부 모습에 법과 양심을 더는 기대할 수 없다”며 “이 시대 양심을 저버린 이들에게 하나님의 양심을 따르는 자들이 엄중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양심과 도의를 찾고 진심 어린 사죄를 하는 순간부터 진정한 화해와 용서가 시작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 최연엽 수녀는 “안전을 책임져야 할 경찰이 공권력이라는 이름의 폭력으로 백남기 선생에게 물대포를 쏴 숨지게 했다”면서 “정부와 경찰은 고인과 유가족에게 사과 한마디 없다”고 정부에 대한 실망감을 드러냈다.
또 최 수녀는 ‘뿌린 대로 거두리라’는 속담을 인용하면서 “하늘의 심판이 기다리고 있다. 귀가 있다면 우리의 목소리를 듣고 진심으로 사죄하라”며 “고 백남기 선생의 강제 부검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박순희 지도위원장은 “백남기 선생이 음독자살을 했느냐. 정부가 부검할 이유가 없다”며 “경찰의 손에 그 시신을 내어주는 일은 없을 것이다. 죽기를 각오하고 막을 것이다”고 외쳤다.
이날 기자회견 성명서에서는 “역사는 반복된다. 10년 전 이 자리에서 고(故) 전용철 농민의 장례가 치러졌다”며 “그 당시 경찰청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대통령이 사과했다. 그러나 지금은 어느 한 사람도 사과하지 않고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이어 “진실을 밝혀내 죄인들에게 죗값을 물을 것이다”고 전했다.
기자회견에는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한국천주교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장상협의회, 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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