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와사비 테러’에 분노했지만…한국 관광서비스 ‘경고등’

[친절한 쿡기자] ‘와사비 테러’에 분노했지만…한국 관광서비스 ‘경고등’

기사승인 2016-10-05 17:27:37


[쿠키뉴스=심유철 기자] 오랫동안 고대했던 일본 여행. 특히 오사카에는 맛있는 음식이 많기로 유명한데요. 오사카에서도 맛집으로 선정된 초밥 집을 갔는데 와사비를 눈물이 날 만큼 넣은 초밥을 먹게 된다면 기분이 어떨까요. 심지어 한국인 비하 발언까지 듣는다면 피가 거꾸로 솟을 것입니다. 

실제로 이런 불쾌한 경험을 겪은 한국 관광객들이 속출하면서 우리 사회에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지난 2일 SNS에서는 일본 오사카 난바에 있는 초밥 체인점 ‘이치바스시’에서 한국인들이 ‘고추냉이(와사비) 테러’를 당하고 인종차별적인 말까지 들었다는 경험담이 잇따라 올라왔습니다. 해당 음식점은 진정성 있는 사과는커녕 어처구니없는 사과문으로 ‘혐한(嫌韓)’ 논란의 불을 지폈습니다. 

이치바스시를 찾은 손님들에 따르면 종업원은 일본말이 서툰 한국 사람들을 ‘총’(한국인 비하 단어)이라고 부르며 초밥에 많은 양의 와사비를 넣어 제공했습니다. 또한 그들은 벌칙 수준의 와사비로 고통스러워하는 한국인들을 보며 자기들끼리 비웃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 사건에 대한 논란이 커지자 이치바스시를 경영하는 후지이식품은 지난 2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사과문에는 “1~2년 전부터 외국인 손님이 가리(생강을 얇게 썰어 초에 절인 것)나 와사비 양을 늘려달라는 요청이 많았기 때문에 사전에 확인하지 않고 와사비를 2배로 늘려 넣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에 한국 네티즌들은 “어설픈 변명”이라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일본 언론들도 대대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는데요. 한 리포터는 이 가게를 찾아가 같은 초밥을 시식해 보더니 “이건 일반인이 먹을 수 있는 게 아니다”며 난색을 표했습니다.

네티즌들은 해당 업체를 비판하는 댓글들을 달았습니다. 

네티즌들은 “잘 몰라서 원래 그렇게 매운 건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테러였음” “사과 아닌 어설픈 변명으로 은근슬쩍 넘어가려는 업체의 태도도 짜증 난다. 이런 가게 다시는 가지 않겠다”, “이치바스시 공식 사과문 너무 형편없다” “음식으로 장난을 치다니, 천벌을 받을 것이다” “우리를 만만하게 보니까 그런 것이다. 보이콧이 필요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급기야 네티즌 가게 평점이 1점대로 떨어졌고, 구글맵에 한글로 서비스되던 이치바스시 일부 지점 상호가 ‘혐한 와사비 이치바스시’로 변경됐습니다. 

그러나 한국이 ‘와사비 테러’에 화만 내고 있을 때는 아닌 것 같습니다. 한국을 찾았던 외국인들이 국내 관광서비스를 수준 이하라고 평가했기 때문인데요.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의 한국관광 만족도는 주요 조사대상 16개 국가 중 14위를 기록했습니다. ‘앞으로 3년 이내에 다시 방문할 의사가 있느냐’는 조사에서도 14위에 그쳤습니다. ‘남에게 관광지로 추천할 의사가 있느냐’는 13위로 하위에 속했습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월22일 한국관광공사로부터 받은 관광 불편신고 접수 내용을 분석해 본 결과 “외국인에게 바가지를 씌운다는 신고가 가장 많았다”고 밝혔습니다. 

택시가 가까운 거리를 돌아가서 아무것도 모르는 관광객이 요금 폭탄을 맞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또 면세점에서 29달러짜리 화장품을 샀는데 결재는 51달러가 되는 황당한 일을 겪는 여행객도 있다고 합니다. 

3년간 가장 신고가 많이 접수된 분야는 쇼핑 787건(27.6%), 교통 요금 523건(18.3%), 숙박 321건(11.2%) 순이었습니다. 

어쭙잖은 패키지 상품에 들어있는 싸구려 음식집과 숙박업소, 쇼핑과 구매 강요, 택시비 폭탄 요금 등 때문에 한국의 이미지는 날로 나빠지고 있습니다. 일본의 ‘와사비 테러’를 비판하기에 급급하기 보다는, 관광 선진국이 되기 위해 우리의 모습을 먼저 되돌아 보는건 어떨까요? 

tladbcjf@kukinews.com

심유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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