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박예슬 기자] 지난달 21일 보건복지부는 제14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를 열고 ‘미숙아·신생아 진료 보장 강화 및 분만인프라 지원을 위한 수가 개선방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개선안에는 미숙아·신생아가 중환자실을 이용하는 경우 발생하는 비급여 부담을 완화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정부의 지원 확대를 반기는 한편, 아직 해결해야할 과제가 많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번 건정심을 통해 우선 신생아 다빈도 호흡기 바이러스 질환 8종 검사가 급여화됐다. 기존에는 흔한 바이러스를 진단하는 검사가 비급여(약 15만원)로 돼 있어 경제적 부담이 큰 상황이었다.
이에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신생아(출생 후 28일 이내 영유아)를 대상으로 인플루엔자(독감) A&B, 아데노바이러스,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A&B, 파라인플루엔자바이러스 1,2,3 등 다빈도 호흡기 바이러스 검사 8종을 급여화할 방침이다.
아울러 고성능 보육기(인큐베이터)와 인공호흡기 등 고가 장비에 수가도 신설됐다. 미숙아·신생아는 호흡부전증후군, 폐동맥고혈압 등 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인공호흡기로는 치료가 되지 않아 고빈도 진동 인공호흡기 처치가 필요한 경우가 있다. 따라서 이러한 고성능 보육기의 장비비 및 소모품 비용을 수가에 반영하기로 했다.
또한 신생아실·신생아 중환자실에 대한 수가도 개편된다. 신생아실 입원료를 질병 없는 신생아와 질병 있는 신생아 입원료로 세분화하고, 질병 있는 신생아의 입원료를 더 높게 개선해 진료 난이도에 따른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했다.
이 외에도 합병증 발생 및 사망위험이 높은 초극소저체중(1000g 미만) 출생아의 경우, 치료를 주로 담당하는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이 강화된 인력 기준을 충족하면 추가 보상을 받도록 수가체계도 개선하기로 했다.
이러한 정부의 지원책에 대해 부모들은 일부 환영의 입장을 보이는 반면, 더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미숙아를 키우고 있는 정모씨는 “예전에 바이러스 주사를 맞을 당시 500만원의 비용이 들었다. 그런데 이러한 검사에 대한 수가가 개편됐다는 소식을 들으니 기쁘다”며 소감을 말했다.
정씨는 “하지만 미숙아의 경우 중환자실에서 퇴원 후 잘 크는 애도 있지만 장애로 빠지는 경우도 있다. 우리 아이도 지금 5살인데 계속해서 재활치료, 언어치료, 인지치료 등을 받고 있다. 재활은 나라에서 반을 부담해주지만, 언어랑 인지는 지원해주는 게 아예 없다. 재활도 그나마 저소득층이기 때문에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고 힘든 심정을 털어놨다.
이어 그는 “최근에는 재활, 언어, 인지 치료를 같이 하는 시설들이 있는데 오히려 구에서 하는 공공시설이 민간시설보다 비싼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씨는 “복지관에서 언어랑 인지치료를 해주긴 하는데 1시간에 1만8000원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보니 대기를 걸어 놓으면 차례가 오기까지 3~4년 걸린다. 게다가 대기가 많다보니 1년 치료하고 나면 다시 다음 아이 차례로 넘어간다”며, “이렇게 치료시기를 놓치면 나중에 성인까지 치료받아야 할 수도 있다. 금액 부담이 적은 치료시설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쌍둥이 미숙아를 키우고 있는 장모씨는 “급여화된 게 많지만 그래도 실제 엄마들의 입장에서는 부족한 게 너무 많다. 의료지원 수가를 낮추고, 검사 비용을 급여화하는 것만이 아니라, 일본처럼 100%는 아니더라도 80~90%라도 정부에서 시원하게 미숙아 지원을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장씨는 “미숙아에 대한 지원금액을 아이 체중에 따라서 나누고 있는데, 아이들은 천차만별이라 체중이 많이 나와도 잔병치레가 많을 수 있어 돈이 많이 들어갈 수 있다. 차라리 전체 금액의 몇 퍼센트를 지원해주는 식이면 좋겠다. 또 미숙아용 기저귀나 특수분유 등도 우리나라에서 많이 만들어서 수입에만 의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김병일 대한신생아학회장(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이번 정부의 개선을 통해 미숙아 가족들의 의료비 부담이 일부 경감될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 저출산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면서, “다만 의료비는 많이 지원됐으나 미숙아를 돌보는 사람들을 위한 지원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이른둥이 경우 쌍둥이가 많은데, 그러면 어머님뿐만 아니라 다른 가족들까지 아이를 같이 돌봐야 한다. 따라서 미숙아 돌보미를 교육시켜서 2~3년은 아이를 키우는데 도와줄 수 있도록 각 가정에 도우미 노동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학회장은 “또한 미숙아 어머님들의 심리적 불안이나 산후우울증 등을 위해 심리건강치료도 필요하다고 본다. 엄마가 건강해야 아이도 건강하게 잘 키울 수 있고, 이러한 작은 것들부터 해결해야 심각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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