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박예슬 기자] 지난 5월, 강남역에서 한 남성이 화장실에 숨어 있다가 들어온 여성을 살해한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이 남성은 ‘조현병’이라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 또한 최근 MBN TV 프로그램 ‘기막힌 이야기-실제상황’에서는 조현병을 겪고 있던 남성이 같은 회사에 다니는 직원을 살해한 사건을 다뤘다. 해당 남성은 조현병으로 인한 망상으로 인해 본인이 직장 내 여직원 A씨와 사귀는 걸로 착각했고, A씨와 친한 남자 동료와의 관계를 오해해 결국 살해를 저지른 것이다.
조현병은 뇌 속에 있는 감각, 인지, 사고와 관련된 신경전달물질이 불균형상태가 되면서 환청이나 망상 등 비현실적인 사고와 감각을 경험하게 되는 질환을 말한다. 최근 들어 조현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과연 조현병 환자가 사회활동을 하는데 문제없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안석균 신촌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살인을 저지른 경우 조현병 외에도 환경적인 요인, 사회적인 요인 등의 영향도 있었을 수 있다. 물론 조현병이 있으면 충동조절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고 망상 때문에 그랬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초기에 진단해서 조기에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현재 우리나라는 조현병 전 단계부터 진단해서 치료하는 방법이 잘 갖춰져 있고, 약만 잘 복용하면 70% 정도는 조현병 증상이 없어지므로 정신과로 오는 문턱을 낮추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안 교수는 “조현병이 걸리기 전에는 힘들고 우울한데 그 이유가 어디 있는지 모르지만, 조현병이 생기고 나면 힘든 이유를 타인의 탓으로 돌리고 망상이 형성되게 된다. 그래서 본인 탓이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 치료받으려 하지 않는다”면서, “정신병적 상태로 넘어가기 전 단계일 때 스스로 셀프체킹을 해보고, 결과에 따라 적절한 치료를 하면 조현병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해국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조현병 환자의 예후나 일상생활 가능여부는 사람마다 다르다. 평균적으로는 증상 조절이 가능하지만, 조기에 빠르게 치료해야 더 악화되지 않는다”며, “조현병 발병 이후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최대한 빨리, 지속적으로 치료받으면 일상생활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그런데 정신과 질환 문제는 본인이 크게 불편해하지 않는 이상 병이라는 인식이 잘 생기지 않기 때문에, 치료 유지율도 적고 적극적으로 치료받으려는 의지도 부족한 경우가 많다”며, “만약 치료를 쉬쉬하고 피하다보면 증상이 오래 지속되면서 행동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치료 자체보단 치료에 대한 인식 개선부터 가장 우선시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인식 개선을 위해서는 사회 환경이나 시스템이 중요한데, 외국의 경우 조현병 환자들의 입원이나 치료를 국가 공공기관에서 책임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사람들은 직접 돈을 내면서까지 정신과 치료를 받으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공공기관이 개입해서 치료비를 지원하고 지역사회치료센터도 설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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