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박예슬 기자] 우리 주변에는 좀 더 간편하고 보다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도구와 제품들이 많다. 그중의 하나인 ‘일회용 제품’은 많은 이들이 실생활에서 사용하고 있지만, ‘일회용’으로 사용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여러 번 재사용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최근 의료계에서는 일회용 의료기기를 재사용하는 바람에 C형간염 집단감염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의료기기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일반 제품 또한 재사용하는 것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와 관련해 이기영 가천대길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일회용으로 사용해야 하는 제품과 재사용해도 되는 제품은 사전 검사절차부터가 다르다고 강조한다.
이 교수는 “재사용이 가능한 제품은 해당 제품을 두 번째, 세 번째 재사용했을 경우 세균번식이 얼마나 일어나는지를 검사한다. 그래서 재사용을 몇 번째까지 했을 때 세균 노출이 얼마나 되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이다”며, “하지만 일회용 제품은 이러한 검사를 안 한다. 따라서 일회용 제품을 재사용했을 때 어느 정도의 세균 번식으로 인해 감염성 질환이 전염되는지 여부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가장 대표적인 예로 생수병을 들 수 있다. 생수를 담는 병은 주로 페트병으로 대부분이 일회용 제품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생수병을 사서 물을 마신 다음, 그 병을 다시 재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병을 물로 헹궈낸 다음 다시 물을 넣어 쓰거나, 아예 다른 음료를 담아 마시기도 한다.
이에 대해 이기영 교수는 “생수는 일회용기로 포장돼 있을 때는 밀봉된 상태다. 그때는 세균검사를 하면 세균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한 번 사용한 용기를 다시 물로 씻어서 쓸 때는 그건 밀봉이 안 된다. 즉 일회용이기 때문에 생수 용기를 씻어서 다시 물을 담았을 때 세균이 얼마나 검출되는지에 대한 검사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반면에 요즘 많이 사용하는 텀블러의 경우라면 괜찮다. 텀블러는 씻어서 다시 물을 넣었을 때 세균번식이 얼마나 되는지 다 검사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덧붙였다.
이렇다보니 이러한 경우는 단지 생수병만의 문제가 아니다.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숟가락, 젓가락, 접시나 그릇 등도 재사용할 경우 어느 정도의 세균이 검출되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이 교수는 “일회용 제품들은 대부분이 석유화학제품이다. 플라스틱이나 비닐 등 이런 종류다보니 재사용하면 세균번식이 일어날 수 있을뿐더러, 환경호르몬과 관련된 문제와도 연관될 수 있다. 석유화학물은 아주 극소량이라도 체내에 축척되기 때문에 이러한 제품들을 자주 재사용한다면 안전하다고 보장할 수 없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지금 우리 현대 사회는 혼자 사는 1인 문화가 발달하고 있으며, 이럴수록 일회용 식품이나 제품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일회용 제품은 계속 생산되고 계속 소비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교수는 “식약처 등 이를 관리하는 곳에서는 0.5% 미만으로 아주 극소량이라도 제품에 포함되는 물질은 모두 표시하도록 해야 하고, 소비자들은 일회용 제품을 사용할 때는 두 번 이상은 쓰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보다 일회용 제품에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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