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준범 기자] 정권 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의혹이 꺼질 줄 모르고 있습니다. 최근 정유라씨가 이화여대에 입학하는 과정부터 출석, 레포트, 학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특혜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져 많은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이화여대 학생들의 항의가 끊이지 않았고, 결국 지난 19일 이화여대 최경희 총장이 사임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런데 정유라씨의 특혜를 예견한 드라마가 있다고 해서 화제입니다. 2014년 방송된 JTBC 월화드라마 ‘밀회’가 그 주인공이죠. 실제 정유라씨와 똑같은 이름을 가진 음대생 정유라가 어머니의 도움으로 대학 입학, 성적 등 특혜를 받았다는 내용이 이미 2년 전 드라마를 통해 그려진 것입니다.
피아니스트 겸 배우 진보라가 연기한 정유라는 드라마에서 투자분석가이자 역술인인 백 선생의 딸로 등장합니다. 백 선생은 사회고위층과 친분을 쌓으며 투자의 흐름을 알려주고 부를 쌓은 인물이죠. 극 중 정유라는 피아노에 대한 재능이 부족하지만, 어머니의 힘으로 명문 음대 입학에 성공합니다. 한 대학 교수가 “너무 하지 않냐, 어떻게 저런 애를 불이냐”라고 말할 정도죠. 높은 학점을 받기 위해 전공을 첼로로 바꾸고 친분이 있는 교수로 지도교수를 교체하는 장면도 등장합니다.
어머니의 힘으로 대학 입학 특혜, 학점 특혜를 받았다는 내용은 현실의 정유라씨가 휘말린 의혹과 거의 비슷합니다. 부와 고위층 인맥이 있는 종교인 어머니, 예체능 특기를 통한 대학 입학, 지도교수의 교체 등 드라마 작가가 실제 정유라의 이야기를 듣고 대본을 쓴 것인지 의심될 정도죠.
하지만 ‘밀회’의 대본을 집필한 정성주 작가가 실제 인물을 모티브로 대본을 썼을 가능성은 적습니다. ‘밀회’가 첫 방송 된 건 2014년 3월 17일이고, 정유라가 이화여대 수시모집에 접수를 한 건 같은 해 11월입니다. 드라마 대본이 현실에서 일어난 사건보다 먼저 집필된 것이죠. 지난해 개명한 것으로 알려진 정유라의 입학 당시 이름은 정유연이었습니다. 드라마와 현실의 똑같은 이름도 결국 우연으로 봐야 하는 것이죠.
정성주 작가는 ‘밀회’와 SBS ‘풍문으로 들었소’ 등 한국 상류층 사회를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풍자하는 드라마를 집필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그들의 세계를 얼마나 현실적으로 그려내는지가 완성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성주 작가는 사전에 철저한 취재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소재에 관심이 많아 17년 전부터 주변의 이야기를 수집했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접한 상류층의 이야기들이 뒤섞여 정유라의 캐릭터가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겠죠.
흔히 현실이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다고 합니다. 그만큼 현실에서 예측하기 힘든 일들이 벌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겠죠. 하지만 가끔은 드라마가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경우도 있다는 걸 두 명의 정유라가 증명했습니다. 최순실, 정유라 모녀는 ‘밀회’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bluebel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