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이상한 나라의 최순실

[친절한 쿡기자] 이상한 나라의 최순실

기사승인 2016-10-31 10:58:38

[쿠키뉴스=민수미 기자] “세상 어디에도 없는 어떤 나라가 있지. 거기서 살아남으려면 모자장수처럼 미쳐야 하지”

영국의 수학자 루이스 캐럴이 지은 소설을 영화로 각색한 팀 버튼 감독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말하는 동물들과 시간을 보내고 트럼프 나라에서 여왕과 크로케 경기를 하는 그곳보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더 기묘한 나라에 살고 있을지 모릅니다.

‘비선 실세’ 의혹을 받는 최순실(60)씨가 30일 귀국했습니다. 최씨는 오전 7시30분 영국 런던 히스로 공항에서 브리티시에어웨이스 항공편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했는데요. 갑작스러운 그의 등장보다 더 의문스러운 건 검찰의 태도입니다. 검찰이 귀국한 최씨의 신병을 즉각 확보하지 않고 유예기간을 준 것입니다.

최씨의 법률대리인 법무법인 동북아의 이경재 변호사(67·사법연수원 4기)는 이날 오전 9시30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정곡빌딩 서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 변호사는 “최씨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검찰 측에 ‘몸을 회복할 수 있는 하루 정도의 시간을 달라’고 요청한 상태”라며 “수사에 적극적으로 순응하고 있는 그대로 진술하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검찰이 국정 농단 의혹의 핵심에 서 있는 최씨에게 되려 증거 인멸의 시간을 준 그림입니다. 

야권 의원들은 즉각 반발했습니다. 정의당은 ‘최순실 비선실세 특별수사본부’가 있는 서울중앙지검에 항의 방문했고,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국민은 검찰이 오늘 아침 극비리에 귀국한 최순실을 수사하려는 것인지, 보호하려는 것인지 의아하다”고 밝혔습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지금 당장 긴급체포해서 검찰의 보호 아래 휴식을 취하도록 해야 한다”며 “입 맞출 시 시간을 주면 수사결과는 뻔하다”고 지적했고요.

여론 역시 부정적입니다. 

인터넷에서는 최씨의 입국 시간을 파악했지만, 긴급 체포하지 않고 몸을 추스를 여유까지 준 검찰을 비판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최씨 사건을 대하는 검찰의 자세에서 위기감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겠죠. ‘우리나라 검찰이 이렇게 관대한 조직이었나’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입니다. 특히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원한 후원자’로 불렸던 고 강금원 전 창신섬유 회장의 일과 비교해 봤을 때 말이죠.

지난 2009년 회삿돈 305억원을 임의로 사용했다는 등의 혐의로 구속됐던 강 전 회장은 지병인 뇌종양을 이유로 병보석을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당시 검찰은 “횡령한 돈의 사용처가 아직 완전하게 확인되지 않아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대전지법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강 전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뒤에야 보석이 허가되어 수술을 받았고, 이후 2012년 뇌종양 악화로 별세했습니다.

독일 유력 일간지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차이퉁은 28일(현지시간) 독일 검찰들이 최씨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최씨가 보유한 슈미텐의 비덱 타우누스 호텔과 관련한 자금 세탁 의혹 때문입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반색했습니다. ‘강건하기로 유명한 독일 검찰은 믿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꼬리 자르기’ 식 사태 수습이 걱정돼 타국 검찰에게 기대를 거는 국민의 마음이 안쓰럽기까지 합니다.

검찰은 뒤늦게 31일 오후 3시 최씨의 소환을 결정했습니다. 검찰이 최씨에게 준 하루는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닙니다.

분노와 좌절 그리고 상실감에 젖은 국민은 어디서 위로받아야 할까요? “지금 몸을 추슬러야 할 사람들은 우리 국민”이라던 방송인 김제동(42)씨의 말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하루입니다.

min@kukinews.com

민수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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