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박예슬 기자] 일명 ‘이른둥이’라고 불리는 미숙아는 임신 37주 미만이거나 또는 몸무게가 2.5kg 미만으로 태어난 신생아를 말한다. 미숙아는 일반적인 신생아에 비해 신체발달이 미성숙한 상태로 태어나 면역력이 취약해 각종 질환에 걸리기 쉽기 때문에, 태어나면 바로 신생아 중환자실로 옮겨져 인큐베이터 속에서 관리를 받는다. 때문에 미숙아는 부모와 떨어져 있어야 하는데,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캥거루 케어’가 있어 주목된다.
캥거루 케어는 부모가 일정시간 동안 미숙아를 안고 있는 것으로, 옛날에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엄마들이 인큐베이터가 없는 대신 하던 방법이다. 최근에는 인큐베이터 등이 다 갖춰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캥거루 케어가 미숙아에게 도움이 되는 여러 가지 근거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단순히 장비의 개념이 아닌 치료 보완의 역할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캥거루 케어를 시행한지 4주년을 맞은 강남세브란스병원의 이순민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캥거루 케어가 실제로 미숙아에게 안전하고 도움이 된다고 강조한다. 보통 미숙아를 인큐베이터 밖으로 꺼내면 위험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은데, 실제로 병원에서 조사해본 결과 안전하다는 것이다.
특히 미숙아에 있어 정상 체온을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만약 아기가 저체온증이 생기면 몸에 산증이 생겨 몸 안의 산소가 부족해지게 되고, 결국 호흡이 힘들어지고 전신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 심각한 경우 사망에 이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보통 아기의 체온은 36.5~37.2도가 정상이다. 미숙아는 체온조절을 잘 못하기 때문에 인큐베이터에서 적정 온도를 맞춰주는 것인데, 엄마 품에서는 온도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것이 아닌데도 아기의 체온이 정상범위로 유지됐다”며, “또 체온을 비롯해 산소포화도도 떨어지지 않았고, 무호흡도 오지 않았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이 교수는 캥거루 케어의 가장 큰 효과로 면역력 증가를 꼽았다. 그는 “미숙아가 걸리기 쉬운 질환 중 혈액에서 균이 자라는 패혈증이 있다. 면역력이 약할수록 감염될 위험성이 높고 사망과도 연관돼 있다”면서, “캥거루 케어를 한 아기들이 하지 않은 아기들보다 패혈증도 덜 걸리고 입원기간도 짧았다. 이를 통해 캥거루 케어가 면역력 증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외국에서는 캥거루 케어가 아기의 인지도나 정서, 아이큐 등에도 간접적인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캥거루 케어는 아기뿐 아니라 엄마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숙아를 출산한 엄마들은 죄책감 때문에 산후우울증을 겪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조사결과 캥거루 케어를 한 엄마들의 경우 우울감이 줄어들고 행복감이 늘어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교수는 “캥거루 케어를 한 엄마들은 우울증도 줄고 아기에 대한 애착도 더 늘어났다. 또 아기에게 무언가를 해줄 수 있다는 생각에 자존감도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 한 해당 약 3000명의 미숙아가 태어나는 가운데, 캥거루 케어는 미숙아뿐만 아니라 부모에게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기 때문에 보다 확산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이순민 교수는 미숙아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미숙아는 소아의 축소판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하나의 질환을 가진 아기다. 따라서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는 것이 아닌, 그 자체로 도움받아야 하는 질환군으로 여겨져야 한다”며, “예전보다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정부의 더 많은 관심과 지원 확대가 이뤄져야 미숙아 부모님들의 경제적, 정서적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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