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흔하지만 따뜻하고 통쾌한 영화 '스플릿'

[쿡리뷰] 흔하지만 따뜻하고 통쾌한 영화 '스플릿'

기사승인 2016-11-07 14:45:17

[쿠키뉴스=인세현 기자] 도박 볼링을 소재로 한 ‘스플릿’(감독 최국희)은 예상이 가능한 영화다. 아픔이 있는 두 남자가 볼링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성장하는 이야기. ‘스플릿’의 서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예측이 가능한 선에서 크게 변주되지 않는다. 하지만, 스플릿은 보는 내내 긴장감을 놓칠 수 없는 영화이기도 하다. 도박과 볼링이라는 소재를 영리하게 활용해 박진감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한 것. ‘스플릿’은 여기에 익숙하고 친근한 감동을 곁들인다.

철종(유지태)은 과거 국가대표 볼링선수였지만, 한순간의 사고로 모든 것을 잃고 도박 볼링판에서 선수로 뛰며 별 볼일 없는 인생을 산다. 그러던 어느 날, 철종은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볼링을 치는 영훈(이다윗)을 발견해 자신의 도박 볼링 파트너로 끌어들인다. 두 사람은 힘을 합쳐 승승장구하지만, 철종과 오랜 악연인 두꺼비(정성화)가 그들의 앞길을 막아선다.

영화는 과거 프로 볼링의 인기가 높던 시절의 수요볼링대회 장면으로 시작된다. 과거의 영광 속 철종은 퍼펙트게임을 달성한 전설적인 선수다. 하지만, 곧바로 전환되는 현재 장면의 철종은 술을 달고 사는 도박꾼일 뿐이다. 이는 볼링의 위상 변화와도 맞닿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의 주된 배경이자, 갈등의 매개체인 볼링장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영광은 사라지고, 이제는 아무도 찾지 않는 장소로 전락한 것.

영화 속 인물들은 각자 과거의 어딘가에 함몰돼 있다. 철종은 자신의 다리를 절게 만든 사고에 묶여 있고, 희진(이정현)은 아버지가 남긴 볼링장을 되찾기 위해 도박판을 벌인다. 과거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두 사람에게 볼링은 수단일 뿐이다. 악역인 두꺼비 또한 과거의 열등감에 휩싸인 인물이다.

하지만, 영훈은 다르다. 영훈에게 볼링은 수단이 아닌 전부다. 자폐 증상이 있는 영훈은 볼링에 놀라운 집중력을 보이며 스트라이크를 친다. 철종과 희진이 처음 영훈과 함께하게 된 것은 영훈의 스트라이크가 필요해서였지만, 함께 도박판에서 볼링을 치는 과정에서 그들은 유사 가족으로 변화한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변화와 성장도 이뤄진다.

영화는 초반의 빠른 흐름을 살려 중반까지 속도감을 낸다. 볼링 경기에 대한 직관적인 연출이 영화의 큰 장점이다. 빠르게 움직이는 볼링공과 볼링핀이 쓰러질 때의 소리는 시청각적 쾌감을 일으킨다. 각각 사연이 많은 인물이지만, 영화는 불필요한 전사에 집중하기보다는 인물의 성격을 명쾌하게 구축해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데 집중한다.

신선한 배우 조합은 ‘스플릿’의 큰 힘이다. 거친 언행을 일삼는 볼링 도박꾼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유지태의 연기는 단연 훌륭하다. 유지태는 사고로 다리를 절게 된 철종을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게 그려냈다. 최적의 선을 찾아 표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폐증 증상이 있으나 볼링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는 영훈 역할을 맡은 이다윗의 연기도 돋보인다. 이다윗 또한 과장된 표현이라는 쉬운 방법을 선택하지 않고 자신의 캐릭터를 구축했다. 잔인한 악역 두꺼비 역할을 맡은 정성화의 호연도 눈에 띈다.

하지만, 희진 캐릭터는 아쉬움이 남는다. 희진을 제외한 캐릭터는 모두 뚜렷한 욕망과 감정이 드러났다. 하지만 유일한 여성 캐릭터인 희진은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도구로만 소모됐다. 이정현의 연기가 훌륭했기에 더욱 아쉬움이 크다. 결말에서 너무 많은 것을 거칠게 마무리한 것도 마찬가지다.

‘스플릿’은 오는 9일 개봉된다. 15세 관람가.

inout@kukinews.com

인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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