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장윤형 기자] “아프게 낳아서 미안하다.”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며 고령의 아버지는 “그동안 힘들게 해서 미안해 아들아, 하늘나라 가서 건강하게 살아”라고 말했다. 부모보다 자식이 먼저 죽으면 그것만큼 고통스러운 일이 없다. 하지만 준비된 이별이었기에, 부모는 마음을 다스렸고 고인을 평온하게 떠나보냈다. 그들이 함께 아름다운 이별을 한 곳은 바로 호스피스 완화의료센터(이하 호스피스)다. 이곳은 죽음을 앞둔 말기 암환자들이 삶의 마지막 순간을 평화롭게 맞이할 수 있도록 하는 곳이다.
호스피스에서는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성직자, 자원봉사자 등으로 구성된 호스피스·완화의료팀이 통증, 구토, 호흡곤란 등 환자를 힘들게 하는 신체적 증상을 적극적으로 조절하고 환자와 가족의 심리사회적, 영적 어려움을 도와 말기암환자와 그 가족의 고통을 경감시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주상연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단순 암성 통증 경감 뿐 아니라, 정서적 심리적 지지를 위한 체계도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여의도성모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에서 환자들을 돌보고 있는 김해리 병동간호팀 수간호사(수녀) 역시 “말기 암환자의 가는 길을 돕기 위해 신체적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치료가 이뤄진다. 하지만 환자와 가족들의 심리, 영적 문제를 상담하고 돕는 것에 조금 더 치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수녀는 “이곳에서는 환자가 여명에 대한 선고를 받으면, 남은 기간을 어떻게 하면 더 풍성하고 평온하고 준비된 상태로 보낼수 있을지를 돕는다”고 덧붙였다. 호스피스에서는 통증 등을 완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지는 처방을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환자 당사자와 그를 돌보는 가족 또는 간병인의 마음도 돌보는 것이다. 호스피스에서는 미술요법, 음악요법, 심리상담 등이 이뤄지며, 이를 통해 환자와 가족들은 정신적인 돌봄 서비스도 받는다.
보통 가족 중 한 사람이 말기 암 등으로 죽음을 앞두고 있으면 가족들은 실의에 빠지기 마련이다. 호스피스에서의 이별은 조금 다르다. 일반적으로 우리 사회에서는 ‘죽음’이라는 단어는 ‘절망’ ‘슬픔’고통’을 연상시키기 때문에, 이에 대해 말하기조차 꺼리는 문화가 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죽음’ 앞에서 가족 간의 화해와 결합이 이뤄진다고들 말한다. 이곳에서는 무뚝뚝한 사람들도 마음을 열게 된다. 70대 노부부가 “사랑한다”고 말하고, 부모 자식 간에는 “미안하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죽음을 앞둔 사람을 지켜보는 것은 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김 수녀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힘든일이죠. 특히 자신의 아버지, 혹은 어머니, 자식을 먼저 보내는 것은 괴로운 일일 것”이라며 “그럴 때마다 환자와 간병인에게 늘 응원을 해준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우리는 같이 있으니 당신의 짐을 나눠달라고. 그러면 많이 위로를 받으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호스피스에 머무르는 대다수는 고령환자다. 그러나 20∼30대 젊은 환자들도 이곳을 찾는다. 김 수녀는 “부모들이 자녀가 먼저 떠나는 것을 지켜볼 때는 가슴이 아프다”면서도 “그럼에도 일찍 이별을 준비하신 분들은 대체로 평안하게 아름다운 이별을 하신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 암환자들이 말기 암 선고를 받고 호스피스를 이용하는 경우는 12.7%(2013년 기준)에 그치고 있다. 해외 말기 암환자 호스피스 이용률 미국 43%, 대만 30%에 비하면 적은 수치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7월부터 말기 암 ‘호스피스 입원’ 건보 적용 시작했다. 이에 따라 비용부담을 우려하는 환자들에게는 희소식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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