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준범 기자] 작품에 대한 영감을 얻었던 ‘기적의 순간’을 꼽는다면 언제인지 묻는 질문에 저자 니시 가나코는 ‘스마트폰과 개똥’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일본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으로 꼽히는 나오키상을 수상한 이후의 인터뷰에서다. 저자는 휴대폰을 스마트폰으로 바꾼 직후 기능을 몰라 쩔쩔매는 스스로에게 한심함을 느끼며 길을 걷다가 개똥을 밟고 말았다는 얘기다. 저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개똥을 밟는 순간 스마트폰 따위는 의식 저편으로 날아가고, 온 마음과 신경이 개똥을 밟은 발에 집중되더라는 이야기를 전한다. 이어 “이것이 생명의 힘이라 생각했어요. 제 작품도 그러한 생명의 힘을 추구하는 작품이었으면 좋겠다 생각했고요”라는 말을 덧붙인다.
“오후에 부인과검진을 마치고 한 시간쯤 기다리면 검사 결과가 나옵니다. 종합검진을 받기 전에 간단히 설문조사를 했는데, 그 설문조사 결과와 검사 결과를 비교하면서 선생님과 면담을 합니다. 이때 선생님은 저를 출근 전에 멋대로 검사를 받으러 온 물장사하는 여성으로 단정했습니다. 평일 오전에 거금을 내고 서른 줄의 여자가 화장기 없는 얼굴에 선글라스를 끼고 온다, 게다가 음주량이 보통이 아니다, 라니 의심하지 않을 도리가 없나 봅니다.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하면”, “손님이 술을 권유하는 것은 알지만”, “언제까지나 건강하게 계속할 수 있는 직업은 아니고” 등등 변명할 여지 하나 주지 않고 단정적으로 대화를 끌고 나갔습니다. 귀찮아서 고개를 끄덕이긴 했지만 “직업이 뭐죠?”라고 한마디만 물어도 좋았을 텐데.”(p.220)
저자는 가벼우면서 진지하고, 예측할 수 없게 통통 튀면서도 묘하게 세상과 사람에 대한 넓은 포용력을 보여 준다. 그런 예능감은 그녀를 일본의 각종 방송과 라디오 프로그램 등 현재 제일 잘 나가는 작가로 만들었다.
‘이 얘기 계속해도 될까요?’에서 저자는 누구에게나 있지만 드러내지 않는 찌질한 순간을 적나라하게 까발린다. 허를 찌르는 묘사와 웃을 수밖에 없는 재기발랄한 문장들을 곳곳에 심어두는 건 물론이다. 그리고 마지막엔 모든 이야기가 글을 쓰는 것에 대한 통찰, 혹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 대한 인간적인 시선으로 이어진다.
니시 가나코 지음 / 전경아 옮김 / 을유문화사 / 1만3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