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남은 48시간’ 죽음은 어떻게 금기를 깨고 예능을 찾아왔나

‘내게 남은 48시간’ 죽음은 어떻게 금기를 깨고 예능을 찾아왔나

기사승인 2016-11-30 17:13:44


[쿠키뉴스=이준범 기자] 예능 프로그램은 다루는 소재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얼마 전까지 유행처럼 번졌던 음악과 음식 예능부터 물론 스포츠, 게임, 여행, 결혼 등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겪는 모든 것들이 예능 프로그램의 소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금기시되는 소재도 있다. 무겁고 부정적인 느낌을 주기 쉬운 ‘죽음’이 그 예다.

tvN ‘내게 남은 48시간’은 금기를 깼다. 죽음을 정면으로 다루는 것이다. ‘내게 남은 48시간’은 죽기 전 48시간 동안의 시한부 인생을 들여다보는 형식을 취한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을 표방한다. 새로운 만큼 위험하기도 한 소재다. 제작진은 어떤 생각으로 소재를 선택한 것일까.

30일 오후 2시 서울 월드컵북로 상암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린 tvN ‘내게 남은 48시간’ 제작발표회에서 전성호 PD는 “난 긍정적인 사람”이라고 전제하며 “죽음을 소재로 한 예능은 왜 없을까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나만 해도 매년 건강검진을 받을 때마다 죽음에 대해 걱정한다”고 털어놨다. 

전 PD는 “죽음을 소재로 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도 있겠지만 속 시원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무거운 느낌이 들기 때문에 흥행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와 죽음에 대한 얘기를 풀어내면, 현재의 의미가 더 부각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또 시한부 인생을 한 번 체험하면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고, 난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적극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 생각했다”며 “많은 사람들이 죽음에 대한 생각을 피하고 있지만, 한 번쯤 고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왜 하필 48시간일까에 대한 궁금증도 생겼다. 48시간은 누군가에겐 짧고 누군가에겐 길 수도 있는 시간이다. 이에 대해 전 PD는 “48시간은 제작하는 입장에서는 물리적으로 긴 시간이고, 체험하는 사람에게는 짧은 시간”이라고 전제하며 “양쪽의 현실적인 접점이 48시간이라고 생각했다. 24시간은 이벤트성으로 진행될 것 같고, 72시간은 여행 프로그램이 될 것 같았다. 48시간은 국내에서 해결해야 하는 시간인 동시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48시간의 시한부 인생을 경험하는 출연자는 총 3명이다. 20대 박소담, 40대 탁재훈, 50대 이미숙은 각자 직업과 성별, 나이가 모두 다르다.

이날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이미숙은 출연 소감을 묻자 “체험하며 처음 내뱉은 말이 ‘서럽다’였다”며 “누구든 48시간이 주어지면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 싶다. 서럽다고 말한 걸 보면 내가 아직 삶에 미련이 많은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 “더 많은 시간이 주어진다고 해서 삶에 대한 계획이 완성되는 건 아닌 것 같다”며 “내가 해왔던 일을 하면서 마지막 순간을 맞는 것도 후회없는 삶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탁재훈은 “48시간이 주어지면 뭘 하겠냐는 물음에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난 뭘 해야겠다는 생각이 쉽게 들지 않았다. 실제로 이틀 동안 촬영을 했는데, 하루 반나절이 지났을 때는 최면에 걸린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살짝 우울증이 왔다가 회식하면서 풀어졌다”고 말했다.

이 세 명의 체험자들을 하나로 묶는 건 성시경의 몫이다. 성시경은 체험자들에게 현재 상황을 설명하는 '죽음 전달자' 역할을 맡았다. 성시경은 “난 출연하고 싶지 않다고 제작진에게 얘기했다”며 “내가 상황에 얼마나 몰입을 할 수 있을지 고민됐다. 또 몰입된다고 해도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술을 마시며 울고 토하거나, 좋아한 사람에게 전화하는 모습을 방송에서 보여주면 너무 창피할 것 같았다. 세 분은 용기 있는 출연자다”라고 전했다.

‘내게 남은 48시간’은 총 12회에 걸쳐 매주 수요일 방송될 예정이다. 30일 오후 11시 첫 방송된다.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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