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윤복희는 누구를 위해 기도한 걸까

[친절한 쿡기자] 윤복희는 누구를 위해 기도한 걸까

기사승인 2016-12-01 11:32:42


[쿠키뉴스=이준범 기자] 가수 윤복희의 기도가 논란입니다. 그가 올린 글에 담긴 ‘빨갱이’, ‘사탄의 세력’ 등 과격한 표현이 문제였습니다.

지난 30일 윤복희는 자신의 SNS에 “대한민국을 위해 기도합니다”로 시작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이 글에서 윤복희는 “내 사랑하는 나라를 위해 기도합니다. 억울한 분들의 기도를 들으소서. 빨갱이들이 날뛰는 사탄의 세력을 물리쳐주소서”라고 적었습니다.

윤복희 글은 다수의 언론 매체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순식간에 퍼졌습니다. 글을 본 다수의 네티즌들은 윤복희가 촛불집회 참가자들을 깎아내린 것 아니냐며 분노했습니다. 글에 포함된 ‘빨갱이’라는 표현이 문제였습니다. 과거 보수 정치인들이 시위에 참여하는 시민들을 ‘빨갱이’라며 폄하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윤복희도 촛불집회에 나선 시민들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고 해석한 것이죠.

논란이 커지자 윤복희는 결국 게시물을 삭제했습니다. 이후 연합뉴스와의 통화를 통해 “편을 가르는 일은 사탄이 하는 일”이라며 “이편저편 가르는 일 없이 다 같이 나라를 위해 기도하자는 취지에서 올린 글”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이어 “나는 '촛불'이란 단어 자체를 언급한 적이 없다”며 “지금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얼마나 평화롭게 시위하고 있냐? 이건 자랑스러운 일이다. 촛불시위 참가자들을 겨냥해 폄하할 뜻은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죠.

하지만 해명에도 네티즌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습니다. 해명보다는 변명에 가깝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소설가 이외수는 “윤복희, 어마무시한 색깔론 발언 논란”이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정청래 전 국회의원은 30일 자신의 SNS에 “대한민국을 위해 촛불을 듭니다. 내 사랑하는 나라를 위해 촛불을 듭니다. 억울하고 분통 터지는 국민의 목소리를 들으소서. 친일잔재 유신망령 박근혜 부역자들의 세력을 촛불로 물리쳐주소서”라며 윤복희의 글을 패러디해 올리기도 했죠. 

1일 오전 윤복희는 다시 자신의 SNS에 “저 역시 촛불 들고 나라를 위해 시위에 나간 사람”이라며 “우리들에게 이상한 말을 올린 글을 보고 제가 정중히 올린 글입니다. 촛불을 들고 나온 우리를 얼마 받고 나온 사람들이라는 글에 전 그 사람을 사탄이라 말했고 빨갱이라고 불렀어요”라는 논지가 불분명한 해명글을 올렸습니다.

윤복희가 정말 누구를 위해 기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모두 오해에서 벌어진 일인지도 모릅니다. 윤복희가 편을 가르는 사람들을 비판하기 위해 글을 썼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죠. 

문제가 있다면 그가 오해하기 쉬운 표현을 썼다는 게 잘못입니다. 굳이 ‘빨갱이’나 ‘사탄’, ‘대한민국’, ‘기도’라는 표현으로 자신의 입장을 대변할 이유는 없겠죠. “SNS는 인생의 낭비”라는 알렉스 퍼거슨 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의 말을 또 한 번 되새기게 됩니다.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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