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장윤형 기자] 대통령 건강은 국가 안보와 직결되며 정치, 경제, 사회, 외교 분야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보안을 철저히 해야 한다. 실제 미국의 경우, 대통령이 외교 활동을 하러 외국에 방문하면 경호요원들이 대통령이 사용한 컵, 수저를 비롯해 대통령 배설물까지도 도로 가져온다. 국정 운영을 수행하는 국가기관인 대통령의 건강 정보가 밖으로 유출되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국가 2급비밀에 준하는 대통령의 건강 관련 정보는 외부로 버젓이 유출됐다. 그것도 박근혜 대통령의 자의에 의해서다.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최순득씨의 이름으로 대리처방을 받은 것이다. 국가에서 마련해 준 주치의가 있음에도 이러한 의무시스템은 철저히 무시됐다. 전 주치의였던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은 비아그라 등 청와대가 구입한 약품 용도 등 청와대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줄곧 침묵하다가 “모른다”고 일축했다. 주치의가 전문의약품의 사용 출처를 모른다면, 이것은 청와대 공식 의무시스템이 붕괴된 것에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박 대통령의 ‘비선 자문의’로 지목된 김상만 녹십자아이메드원장(전 차움의원 의사)은 청와대의 의무시스템을 무시하고, 주사제를 처방하고, 각종 진료를 해왔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김 원장은 2013년 3월부터 최순득씨 이름으로 주사제를 처방한 뒤, 직접 청와대로 가져가 박 대통령에게 주사했다.
복지부는 청, 안가, VIP, 박대표 등 5개 이름으로 된 29개 진료기록을 집중적으로 조사했고 대리처방 목록 중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된 것은 총 25개인 것으로 밝혀졌다. 대리처방에 의해 진료를 받았다면, 이 정보가 외부로 잘못 유출될 경우 국가 안보에도 치명적인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전직 대통령 주치의였던 전 A국립대병원 B교수는 “대통령의 건강 정보가 외부로 알려지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며 “이는 국가의 중대한 기밀사안이다. 대통령 건강 상태에 대해 외부에 노출하지 않는 것이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건강을 책임지는 주치의는 각 과별 자문의를 포함해 약 20∼30여명으로 구성된다. B 전 교수는 “각 진료과별 의사들이 대통령 자문의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고 인력도 충분하다. 이 때문에 외부에서 의사가 대통령 진료를 위해 청와대에 들어와 진료를 할 필요성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통령 관련 건강정보가 특정인에 의해 외부로 노출되면 이것은 곧 국가에도 위험요소가 될 수 있어, 반드시 정보를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자문의를 통해서 진료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대통령의 전직 주치의들은 물론 청와대에서 24시간 상주하는 의무실장 조차 김상만 원장을 알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특히 ‘세월호가 침몰하던 7시간’의 대통령 행적이 논란이 되면서 ‘수면마취제 사용’, ‘보톡스 시술’ 등의 의혹이 제기됐다. 그런 와중에 지난 2014년 4월16일 오전 국군수도병원 간호장교가 청와대에 출입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다. 그런데 당시 청와대 의무실에서 근무했던 간호장교 2명 중 1명인 신모 전 대위는 “참사 당일 청와대에서는 통상적인 업무를 수행했고, 그날 대통령을 본 적도 없다”고 일축했다. 그럼에도 당일 대통령의 진료 관련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주치의를 통하지 않고 비선을 통해 대리처방 등을 받아온 대통령은 지금도 침묵하고 있다. 이제 대통령의 진료기록은 세월호 7시간 행적 의혹으로,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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