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준범 기자] 토니 애벗 호주 총리는 일과 가정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여성들을 돕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저자는 토니 애벗 총리의 내각에 여성을 단 한 명만 임명하자 문제의 심각성이 생각보다 크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이후 저자는 ‘아내의 유무와 사회적 성공의 상관관계’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그 수많은 통계와 자료를 집약한 결과물이다.
‘아내 가뭄’은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었음에도 여성 CEO, 여성 정치인, 여성 리더가 아직도 드문 이유가 여성들이 도전하지 않기 때문이라거나 여성 인재풀이 없어서, 혹은 남성들이 자신과 같은 남성들만을 승진시키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보기 좋게 반박한다. 대신 페미니즘이 여성만을 위한 것이 아닌 인류를 구원할 영역이라는 것을 보여주며 인류가 살아남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이 여성들은 ‘수컷들’의 노동 세계로 제대로 진입하기는 했지만 (그에 상응하여) 가정 내 ‘여성들’의 노동 세계에서는 남성들의 노동 세계에 진입한 만큼 퇴각하지 못했다. 이들 슈퍼우먼은 그냥 두 가지를 다 하고 있다. 현대의 일하는 엄마들 다수에게 직장에 다닌다는 것은 한 군데가 아니라 두 군데에서 자신을 혹사시키는 영광을 부여받았다는 의미다.” (p.106)
‘아내 가뭄’은 호주의 정치부 기자 출신 정치평론가인 저자 애너벨 크랩이 가사 노동 불평등 현상을 산업혁명과 자본주의라는 사회 구조적 문제로 촘촘하게 분석한 보고서다. 저자의 주장처럼 우리는 일터에서 누가 승자이고 누가 패자인지에만 관심을 가질 뿐, 가정과 일터를 연계시키지 않는다. 그 결과 젠더의 불평등 문제는 더욱 고착화되고 말았다. 이 같은 불평등 문제의 고착화가 사회의 변화,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라는 분석이 ‘아내 가뭄’의 핵심 메시지다.
애너벨 크랩 지음 / 황금진 옮김 / 정희진 해제 / 동양북스 펴냄 / 1만75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