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조민규 기자] 의견 반영 안됐다는 전문가단체 그동안 뭐했나

[기자수첩/조민규 기자] 의견 반영 안됐다는 전문가단체 그동안 뭐했나

기사승인 2016-12-12 08:47:58

“전문가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법안이다. 받아들일 수 없다”

최근 국회에서는 의료분쟁조정 자동개시 등을 내용으로 하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재 조정 등에 관한법률’ 일부개정안, 일명 신해철법이 통과됐다. 의료계의 반대가 거셌던 법안이어서 예상했던 대로 “전문가의견이 전혀 수용되지 않았다”라며 반대하고 나섰다.

이번만이 아니다. 의료계를 비롯한 보건의료 직능단체는 불리한 법안이나 정책이 추진될 때마다 “전문가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명분으로 강하게 반대해왔다. 이와 함께 주장하는 것이 ‘국민 건강에 위해가 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자주 목격하며 드는 생각은 “왜 반영을 못시켰을까”이다. 국회의 입법절차를 보면 국회의원(10인 이상의 찬성)이나 정부가 법안을 발의(제출)하는데 국회의장은 발의되거나 제출된 법안을 소관위원회에 회부해 심사하게 한다. 그러면 위원회는 회부된 법률안에 대해 위원회에 상정하고, 제안자 취지설명을 들은 뒤 전문위원 검토보고, 대체토론, 소위원회 심사보고, 축조심사, 찬반토론, 의결(표결)의 순서로 심사를 한다.

위원회 심사를 마친 법률안은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돼 체계·자구심사를 거치고, 문제가 없는 경우 본회의에 상정해 심의·의결하게 된다.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은 정부에 이송돼 15일 이내에 대통령이 공포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전문가 의견은 여러번 듣게 된다. 국회의원 입법발의의 경우 전문가 의견을 듣기도 하고, 법안의 발의·제출된 뒤에 의견조회를 요청하기도 한다. 또 법안이 국회에 체출되면 의견을 밝히기 위해 전문가들이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을 찾아가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 하에서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은 법안 발의자가 전문가 의견을 전혀 들어주지 않었거나, 전문가 의견이 입법취지를 이기지 못한 경우, 이 둘도 아닌 경우는 전문가가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한 경우이다.

신해철법의 경우를 보면 의사협회의 경우 지난 5월29일(일) 의료분쟁조정법 일부개정안이 공포된 뒤
3일이 지난 6월1일(수)에서야 의료분쟁조정법·령 대응TF를 구성했다. 그리고 1달여가 지난 6월30일에서야 TF 첫회의를 가졌다. 민감하고, 의료계 반대가 심한 법안이었음을 감안한다면 뒤늦은 대응으로 판단된다.

또 그 뒤 1주일이 지나서야 하위법령 위임사항에 대한 산하단체의 의견을 조회했다. 관련 기관인 의료분쟁조정중재원과 간담회는 지난 11월11일이 되서야 가졌다. 닽은달 29일 시행령 개정안 공포, 30일 시행규칙 개정안이 공포됐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볼때 의사협회가 뒤 늦은 대응을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의료계 내부에서도 의사협회의 대응에 대해 불만이 제기됐는데 노환규 전 의사협회장은 SNS를 통해 “의사들 사이에선 ‘명찰도 차고(명찰법) 현행범으로 체포될 수도 있고(긴급체포법), 환자 죽으면 소송도 걸리고(신해철법) 불친절하면 과태료 내야하고(설명의무법), 바쁘다 바빠’라며 자조 섞인 반응이 나온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또 다른 의사도 SNS를 통해 ‘의사협회도 어용단체에 불과해…(중략)아무 의미 없다’라고 밝혔으며, 다른 의사는 ‘의협 참 한심스럽다’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직능 단체들이 평소에 의견을 전하기보다는 자신들이 필요할 때나, 급해졌을 때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평소에 많은 의견 교류가 필요해 보인다”라고 아쉬움을 밝히기도 했다.

신해철법은 단순한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의사들이 반대하는 법안은 아직도 많다. 약사들이 반대하는 법안도 화상투약기를 비롯해 적지 않다. 추진되는 법이 무조건 옳다고 볼수는 없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돼 본래 취지에 어긋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무엇보도 중요하다. 옳고 그름을 떠나 제정되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kioo@kukinews.com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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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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