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젓의 시선] 돈 쓰고 욕 먹는 아이돌 팬… 소비자 조롱한 음반 판매점

[새우젓의 시선] 돈 쓰고 욕 먹는 아이돌 팬… 소비자 조롱한 음반 판매점

기사승인 2016-12-15 14:46:54

[쿠키뉴스=인세현 기자]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 쿠폰용 도장을 찍어주는 것은 흔한 일이다. 일정 수량을 채우면, 무료로 음료를 제공한다. 백화점 또한 마찬가지다. 고객의 지출액을 계산해, 고액을 쓴 손님일수록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밖에도 많은 매장에서 동일한 소비를 반복하고 누적하는 고객에게 혜택을 준다. 돈을 쓸수록 제공 받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질이 높아질 것이라 예상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상식선의 일이다.

하지만, 소비자가 돈을 쓸수록 조롱을 받는 시장도 존재한다. 바로 음반 시장이다. 정확히는 아이돌 음반 시장이다. ‘미친놈들 참 많다’, ‘빠순이들 대단하다’, ‘돈은 어디서 나냐’, ‘돈도 안 벌고 종일 쟤네만 쫓아다니는 건가’, ‘막노동하냐’, ‘스폰서인가’. 이 말들은 모두 한 음반 매장에서 아이돌 그룹의 앨범을 다량 구매한 소비자에게 향한 조롱이자 폭언이다.

최근 음반 판매점 사운드웨이브 직원은 자신의 SNS에 고객의 사인회 응모권과 결제가 완료된 계산기기의 화면을 찍어 게재했다. 사인회 응모권에는 고객의 실명과 앨범 구매 수량 등 개인정보가 기재 됐다. 계산기기 화면에도 구매 수량과 결제 금액 등 민감한 정보가 찍혀 있다. 상업적으로 수집한 소비자의 개인정보를 거리낌 없이 유출한 것이다. 더불어 이 직원은 이와 같은 사진을 공개된 SNS에 올리며 자신의 주변인들과 댓글을 통해 소비자를 조롱거리로 만들었다.

이를 발견한 팬들이 문제를 제기하자 사운드웨이브는 지난 14일 회사 차원의 사과문을 작성해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렸다. 사운드웨이브 측은 사과문을 통해 “사운드웨이브 수원점 직원의 인스타그램에 앨범 판매 수량 및 고객 이름이 포함된 사진이 게재됐다”며 “이로 인해 팬들에게 피해를 끼친 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잘못을 인정했다. 사운드웨이브 측은 해당 직원을 해고 처리하고 직접적으로 실명이 언급된 팬에게는 직접 연락해 사과할 뜻을 밝혔다. 이어, 재발 방지를 위한 전 직원의 CS교육 실시를 약속했다.

현재 국내 음반 시장은 아이돌 위주로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음반판매 차트 상위권에 포진한 것은 대부분 아이돌 그룹이다. 아이돌 팬덤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음반을 소비하는데 돈을 아끼지 않는다. 이처럼 아이돌 팬덤이 음반 시장의 주요하고 거대한 소비자임에도 불구하고, 음반 시장에서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20년 간 성장한 K팝을 전 세계적인 문화콘텐츠로 자랑하면서도, 그 성장의 동력인 팬을 온전한 소비자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대중문화 업계가 10대~20대 여성 위주의 아이돌 팬덤을 소비자가 아닌 ‘정신 나간 빠순이’로 대하는 편협하고 부정적인 자세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운드웨이브 직원의 행위와 언행에는 자신의 명확한 기호를 위해 자발적으로 돈을 쓰는 젊은 여성에 대한 의심과 혐오가 혼재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성향과 기호에 따라 돈을 쓰는 것은 기본적 가치 중 하나다. 정당하게 번 돈을 자신이 원하는 곳에 지출한 소비자가 누군가의 조롱과 비난을 받을 이유는 없다. 비난 받을 사람은 정당하게 물건을 구입한 소비자를 우롱하는 누군가가 아닐까.

★ ‘새우젓의 시선’ : 자신을 일명 ‘새우젓’이라고 칭하는 팬들의 관점으로 연예 뉴스를 돌아보는 쿠키뉴스의 코너입니다.

inout@kukinews.com

인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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