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혼란으로 인해 바깥이 무척 시끄럽다. 특히 공부 열심히 하고 꿈을 쫓아 한발자국 앞을 향해 정진하는 젊은이들에게 희망이란 단어가 지금은 점차 좁아 보인다.
이런 현상 때문인지 꿈과 희망을 선사하는 영화 ‘라라랜드’는 관객들에게 영감을 주고 삶의 위안을 제공한다.
오디션에서 수십 번 떨어지지만 간절히 배우가 되고 싶은 여자와 무명에서 탈피해 실력을 인정받고 싶어 하는 젊은 재즈 피아니스트 남성은 운명의 순간을 통해 서로를 격려하며 뜨거운 사랑을 나눈다.
오감을 사로잡는 안정된 미장센과 50~60년대 음악의 향연은 관객들에게 복고풍 이미지와 더불어 경이로운 판타지를 제공한다. 85년생 감독이 만들었다고 하기에 믿기 힘들 정도로 창작된 50-60년대 고전 뮤지컬 기법과 재즈에 대한 오마주를 아름답게 표현했다. 한국에서 한국형 라라랜드가 제작되고 상영된다면, 과연 관객들에게 어필될 수 있을까. 관객의 공감을 얻기에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위플래쉬의 다미엔 차젤레 감독은 영화 초미에 더운 날씨에 꽉 막힌 고소도로 체증을 보여주며 리얼리티를 반영한다.
마치 현실의 벽앞에 막혀 당황하고 고뇌하는 우리 젊은이들의 모습과도 같은 이미지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차젤레 감독은 극중 라이언 고슬링과 엠마 스톤이 석양이 지는 공원을 배경으로 탭댄스를 추는 장면을 그려내며 아직 낭만을 꿈꾸고 숨쉬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의 마음을 정겹게 음악 리듬과 댄스를 통해 묘사했다.
현실과도 같이 앞으로 나갈 수도, 뒤로 물러설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은 바로 우리의 모습과도 같다. 많은 젊은이들이 현실을 비판하고 갈등한다. 젊은 대표 감독인 차젤레 감독은 이런 점에서 같은 세대가 직면한 현실과 괴로움의 메시지를 음악색깔을 통해 꼭 전달하고 싶어 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는 말처럼 막연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절망보다 희망과 도전을 외쳐댄다.
기존 영화들이 주입했던 허영과 망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리얼리티와 판타지를 절묘하게 조합해 사회에 때 묻은 관객들에게 이상과 꿈을 느끼게 이끌어준다.
라라랜드는 현실과 동떨어진 땅이다. 동시에 할라우드가 있는 LA를 뜻하기도 한다. 이 영화 속에서는 고전 뮤지컬 영화의 흔적이 많이 엿보인다. 세바스찬(라이언 고슬링)과 미아(엠마 스톤)가 벤치에서 탭 댄스를 출 땐 ‘셸 위 댄스’(1937), 천문대에서 둘이 춤을 추는 환상적인 호흡은 ‘이유 없는 반항’(1955), 미아가 극장에서 세바스찬을 찾는 장면은 ‘카사블랑카’(1942)와 많이 닮았다.
주인공 라이언 고슬링이 부른 ‘City of stars’와 엠마 스톤이 부른 ‘Audition’은 마치 50년대 뮤지컬 스타들이 부른 낭만과 서정적인 멜로디를 입히며 한동안 잊고 있던 우리들에게 꿈에 대한 스토리텔링을 쏟아낸다.
차젤레의 위플래쉬가 1등 드러머가 되기 위해 무엇이든 할 각오가 되어 있는 음악대학 신입생의 도전을 그렸다면, 라라랜드는 꿈, 도전, 사랑을 둘러싼 젊은이들의 낭만과 좌절을 더욱 달콤한 멜로디를 투입해 감정적 리듬을 실었다.
대한민국의 현실이 지속적으로 헬조선으로 진행되다보니, 꿈꾸며 산다는 것이 이제 젊은이들에게 와닿지 않고 있다. 내년 1월 열리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작품상·감독상·남녀주연상 등 최다 7개 부문 노미네이트 영화라 의미있기 보다는,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희망과 많은 응원을 해주기에 이 영화는 더욱 아름다워 보인다.
이호규 남예종예술실용전문학교 연기예술학과 교수.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