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은지 기자] 아이돌 그룹의 이름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가 그 중요성을 알고 있습니다. 멤버들을 대표하고, 그룹의 정체성을 단적으로 알려주죠. 대중들이 개개인의 멤버는 몰라도 그룹의 이름을 아는 경우가 종종 있는 만큼 아이돌 기획사들은 그룹명을 짓고 부를 때 신중을 기합니다. 데뷔전에 상표권을 등록하는 것은 기본이죠. 차별성을 부여함과 동시에,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만들어가는 그룹의 상품성을 남들이 함부로 해치지 않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런데 그룹 비스트의 경우는 그 상표권이 이제와 약점이 됐습니다. 바로 계약 문제 때문입니다. 2016년 10월 그룹 비스트는 전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이 만료됐습니다. 2010년 데뷔한 이후 윤두준·양요섭·용준형·이기광·손동운 5인의 멤버는 7년간 쭉 비스트로 묶여 활동해왔지만, 10월 이후에는 비스트라는 이름을 쓸 수 없었습니다. 바로 상표권 때문이죠. 큐브엔터테인먼트가 그룹 비스트의 상표권을 보유하고 있고, 계약이 만료된 시점부터 비스트 멤버들에게 관련 상표권의 사용을 허하지 않은 것입니다.
다섯 멤버는 비스트로 쭉 활동해온 만큼 당분간 활동에는 문제가 없는 상황이긴 합니다. 멤버 양요섭은 뮤지컬 ‘그날들’ 주인공 무영 역에 캐스팅됐고, 멤버 윤두준은 tvN 파일럿 프로그램 ‘편의점을 털어라’ 진행자로 발탁됐습니다. 용준형은 MBC 에브리원 ‘도니의 히트제조기’에 계속해 출연 중이죠. 이기광은 웹 드라마 ‘모민의 방’으로 대중들에게 계속해 얼굴을 비췄고, 손동운 역시 개인 활동을 준비 중입니다.
이 모든 것은 비스트로서의 인지도가 있으니 가능한 것이지만 역설하자면 개인활동이 활발한 것은 비스트로 활동하기는 어렵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그룹 비스트의 상표권뿐만 아니라 비스트로 발매한 모든 노래가 저작권 문제로 큐브엔터테인먼트에 묶여 있는 것입니다. 단적인 예로 비스트는 올해 미니앨범 ‘하이라이트’(Highlight)를 발매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쳤으나 연말 지상파 가요 무대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비스트로서 비스트 노래를 부르지 못하니 당연한 일이죠. 시쳇말로 ‘치사하다’라고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섯 멤버들은 비스트 아닌 비스트로서 꾸준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독자 기획사 어라운드어스를 설립하고 지난달에는 네이버 V앱 채널 ‘어라운드 어스’를 개설, 팬들과 생방송으로 만났죠. 같은 달 31일에는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팬미팅을 개최하고 팬들에게 근황을 전했습니다.
이쯤 되면 고민을 해야 하는 것은 큐브엔터테인먼트입니다. 그룹 멤버들과의 계약 문제 때문에 어떤 내부 사정이 생겼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상도덕’이라는 단어를 되새길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계약 만료로 인해 자사가 가지고 있는 상표권으로 멤버들이 추가이득을 보는 것을 큐브가 막는 것에는 어떤 법적 문제도 없습니다. 그러나 7년간 ‘비스트’로 큐브엔터테인먼트가 어떤 성장을 해 왔는지, 그 긴 세월동안 큐브엔터테인먼트와 함께했던 다섯 청년들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지 하는 고려는 한 번쯤 해 볼만 하죠. 그밖에도 앞서 말한 것들을 차치하고서라도 회사 자체의 좋은 이미지를 유지해나가고 싶다면 현재 입장에 대한 재고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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