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박예슬 기자]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이른둥이 자녀를 둔 부모들의 부담은 상당했다. 이른둥이는 임신 37주 미만 또는 몸무게 2.5kg 미만으로 태어난 미숙아를 말한다. 이른둥이는 정상적인 아기들보다 신체구조가 미성숙하고 면역체계가 약해 약 3년 동안은 집중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데, 그동안 이른둥이에 대한 정부의 의료비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었다.
이에 쿠키뉴스는 지난해 6월~7월 동안 포털사이트 다음(daum)의 펀딩플랫폼인 스토리펀딩을 통해 ‘이른둥이 캠페인’을 진행했다. 기자는 실제로 이른둥이 부모들을 직접 만나 이른둥이들이 겪고 있는 여러 가지 건강 문제를 살펴보고, 부모들이 안고 있는 경제적‧심리적 부담들에 대해 들여다봤다.
취재를 통해 이른둥이는 특히 호흡기 질환에 취약하기 때문에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바이러스) 예방접종이 필수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하지만 예방주사 비용이 고가인데다 지원 대상은 한정적이어서 부모들은 최소 50만원에서 최대 200만원까지 달하는 주사 비용을 부담해야 했고, 아예 접종 자체를 포기하는 부모들도 많았다. 이에 RS바이러스 주사를 포함해 이른둥이 의료비 지원 확대를 요청하는 기사들을 게재했고, 이른둥이 가족들을 비롯한 사람들의 반응은 예상보다 훨씬 뜨거웠다.
그 결과, 지난해 9월 21일 제14차 건강보험정책심의원회(이하 ‘건정심’)에서 RS바이러스를 비롯한 호흡기바이러스 질환 8종에 대한 검사가 급여화됐다.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신생아의 경우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SV) A&B, 인플루엔자(독감) A&B, 아데노바이러스, 파라인플루엔자바이러스 1,2,3 검사에 대한 정부 지원을 받게 된 것이다.
이와 더불어 신생아실‧신생아 중환자실 수가를 개편해 질병 있는 신생아의 입원료를 더 높게 하고, 진료 난이도에 따른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했다. 또한 분만취약지에 대해 자연분만 수가를 가산하고 고위험‧심야 분만에 대한 수가 가산을 신설하는 등의 방안도 마련됐다. 이 외에도 미숙아 및 중증 신생아가 사용하는 고성능 인큐베이터, 고빈도 인공호흡기 등 고가의 장비에 대한 수가도 신설됨에 따라 이른둥이 부모들의 부담이 한층 줄어들게 됐다.
이같은 정부의 지원책에 대해 대부분의 부모들은 환영의 입장을 표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보다 더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어, 아직 가야할 길이 멀어 보인다. 실제로 미숙아를 키우고 있는 정모씨는 “미숙아의 경우 중환자실에서 퇴원 후 잘 크는 애도 있지만 장애로 빠지는 경우도 있다. 우리 아이도 계속해서 재활치료, 언어치료, 인지치료 등을 받고 있다. 재활은 나라에서 반을 부담해주지만, 언어랑 인지는 지원해주는 게 아예 없다. 재활도 그나마 저소득층이기 때문에 지원받을 수 있는 것”이라며 사정을 털어놨다.
이어 “복지관에서 언어랑 인지치료를 해주는데 1시간에 1만8000원이다. 이곳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보니 대기를 걸어 놓으면 차례가 오기까지 3~4년 걸린다. 게다가 대기가 많아서 1년 치료하고 나면 다음 아이 차례로 넘어간다. 이렇게 치료시기를 놓치면 나중에 성인까지 치료받아야 할 수도 있다. 금액 부담이 적은 치료시설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쌍둥이 미숙아를 키우고 있는 장모씨는 “실제 엄마들의 입장에서는 부족한 게 너무 많다. 의료지원 수가를 낮추고, 검사 비용을 급여화하는 것만이 아니라, 일본처럼 100%는 아니더라도 8~90%라도 정부에서 시원하게 미숙아 지원을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씨는 “특히 미숙아에 대한 지원금액을 아이 체중에 따라서 나누고 있는데, 아이들은 천차만별이라 체중이 많이 나와도 잔병치레가 많을 수 있어 돈이 많이 들어갈 수 있다. 차라리 전체 금액의 몇 퍼센트를 지원해주는 식이면 좋겠다. 또 미숙아용 기저귀나 특수분유 등도 우리나라에서 많이 만들어서 수입에만 의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건정심을 계기로 일부 부담은 완화됐지만, 이른둥이를 위한 지원책은 보다 더 확대될 필요성이 있다. 현재 이른둥이 가정뿐만 아니라 앞으로 태어날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쿠키뉴스는 올해에도 이른둥이 지원 확대를 위해 힘쓰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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