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성일 기자] 학생 등 학내 구성원의 반발로 준비기간부터 난항을 겪던 평생교육단과대학사업(이하 평단사업)이 시행 첫해부터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지난 4일 마감된 2017학년도 대학 정시모집 원서접수 결과, 평단사업에 뛰어든 9개 대학의 전체 경쟁률은 0.48대 1로 마감됐다. 총 1001명 모집에 485명이 지원하는데 그쳤다.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는 학과는 5곳에 달했다.
‘선(先) 취업·후(後) 진학’ 시스템의 비전을 내걸고 교육부가 밀어붙인 사업이라기엔 실로 초라한 성적이 아닐 수 없다. 평단사업은 성인교육의 확대를 이끌어내기 위해 추진한 대학재정지원사업으로 300억 원 규모의 국고가 투입됐다. 실업계 고교 출신 고졸 재직자 또는 30세 이상 무직 성인 등이 단과대를 통해 4년제 대학 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취지는 금세 무색해졌다. 수시에 이어 정시에서조차 충격적인 미달사태가 확인되자 이젠 ‘사업 위기론’마저 고개를 들었다. 평단사업을 따낸 한 대학의 관계자는 “지원자가 많지 않을 것이란 예상을 하긴 했지만 이 정도의 결과를 낳을지 몰랐다”면서 “아무리 사업 첫해라지만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당국도, 대학도 해당 수요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입시 전문가들은 “특성화고 학생을 위한 다양한 전형이 이미 실시되고 있는데, 성향이 비슷한 단과대 사업을 진행한 것 자체가 문제의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평단사업은 대학 공모단계에서부터 학내 갈등을 야기했다. 이화여대 학생들은 학교의 일방적 사업 진행에 반대하며 86일 간 농성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경찰병력이 투입돼 학생들을 강제 진압하면서 논란이 확산되기도 했다. 이화여대는 결국 사업을 철회했다.
동국대 교수협의회도 전임교수는 물론 커리큘럼조차 없는 상태에서 두달 만에 신입생 선발을 모두 마쳐야 한다는 졸속 행정을 바라보며 교육부에 근본적 책임을 묻기도 했다. 창원대 교수회 또한 사업 선정 소식을 교육부 발표 이후에나 알게 됐다며 분개했다.
이처럼 씁쓸한 기억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저 덮여질 뿐이다. 교육부와 대학의 성급한 방침을 지켜본 학생과 교수 등 학내 주요 구성원들 입장에선 잊을 수 없는 개인의 역사이자, 사학의 역사다. 교육부는 또 다른 사업을 내놓을 것이고 대학은 이를 따내기 위해 다시 혈안이 될 것이다. 사업을 손에 쥐었다 한들 ‘소통 없는’ 전개를 반복해서는 안 될 일이다. ‘절차’와 ‘논의’가 빠진 대학지원사업이 큰 상처와 혼란을 남길 수 있다는 사실은 그나마 현재까지 평단사업이 남긴 유일한 가르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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