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학교 지정’ 공문 시도교육청 발송
2월 말까지 국정교과서 보급 계획
조희연 “협조 안해… 지정운영 권한 교육감에”
국검정 혼용으로 인한 혼란 우려
[쿠키뉴스=김성일 기자] 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 사용 확산을 위한 연구학교 지정 절차에 돌입했다. 대다수 교육감이 연구학교 지정에 반대하고 있는 가운데 협조를 하지 않는 교육청에 대한 제재 압박이 가해지며 국정교과서를 둘러싼 갈등이 다시 격화되고 있다.
10일 교육부는 ‘역사교육 연구학교’ 운영 계획을 발표했다. 이어 국정교과서 사용을 희망하는 모든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각 시·도 교육청에 발송했다. 신청 대상은 2017학년도 중학교 1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에 역사·한국사 과목을 편성한 학교다. 중학교는 전국적으로 3%, 고등학교는 70% 가량이 이에 해당된다.
각 학교는 교내 의사결정 과정 등을 거친 뒤 오는 2월 10일까지 관할 교육청에 지원할 수 있다. 교육청은 응모에 나선 관내 학교를 2월 15일까지 연구학교로 지정하게 되며, 해당 수요를 파악한 교육부는 2월 말까지 교과서를 보급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연구학교에 2009 개정 교육과정이 아닌 2015 개정 역사교육과정을 1년 앞당겨 적용한다. 주교재는 국정교과서다. 나머지 학교는 2009 개정의 기존 검정교과서를 사용한다. 앞서 교육부는 국정교과서를 교육 현장에 전면 적용하는 시기를 2018년으로 1년 유예하는 대신, 희망하는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해 국정교과서를 주교재로 쓸 수 있게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교육부의 움직임에 교육감들은 냉담한 반응을 이어가고 있다.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중 서울, 경기, 인천, 세종, 광주 등 13개 교육청은 연구학교 지정은 물론, 국정교과서와 관련한 교육부 방침에 일체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부의 국정교과서 추진 과정이 투명성을 상실했고 국민의 의견을 무시한 채 강행됐다는 이유에서다.
교육부는 지정 요청을 따르지 않는 교육청에 대해 관계 법령에 따라 시정명령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이준식 교육부장관 겸 사회부총리는 지난 6일 교육부 업무계획 관련 브리핑에서 “연구학교 지정은 장관 요청 시 교육청에서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지정토록 돼 있으며, 현재 시도교육청에서는 이를 거부할 특별한 사유나 법률적 장애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교육부가 ‘연구학교 지정’ 공문을 발송하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긴급성명을 통해 “서울교육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 연구학교 지정에 협조하지 않을 방침”이라며 “연구학교 지정운영 권한은 교육감에게 ‘위임’이 아닌 ‘이양’된 고유의 사무”라고 맞섰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도 “교육부의 요구에 응할 수 없다”며 “국가위임 사무라며 교육감의 권한을 일방적으로 해석하는 행위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광주교육청 관계자 또한 “밀실에서 전개된 국정교과서 작업은 다분히 반헌법적, 비민주적, 반역사적, 반교육적이다”라며 “이 같은 이유가 연구학교 지정을 거부할 수 있는 특별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부가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이 응시하는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평가에서 한국사 과목을 2009·2015 개정 교육과정의 공통 성취 기준 범위에서 출제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역사 교사는 “국정과 검정이 혼용되면 수험생들의 한국사 학습 분량이 늘어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라며 “국정교과서는 오히려 주입식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국검정 교과서 혼용이 학교현장에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며 “국정교과서를 위한 연구학교 지정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연구학교 지정 시 부여되는 예산 지원과 교원 가산점 등은 교육부의 미끼이자 당근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이어지는 상황에서 교육부와 교육청 간 첨예한 갈등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ivemic@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