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자유학기제를 응원한다

[기자수첩] 자유학기제를 응원한다

기사승인 2017-01-14 13:32:59

[쿠키뉴스=김성일 기자] 수업에 적응을 못하고 자퇴까지 고민하던 한 중학생이 있었다. 이를 곁에서 지켜보는 부모의 심정은 눈물이 온몸에서 터져 나올 것처럼 참담했다. 그런데 이 학생의, 이 가정에 긍정적 변화를 준 계기가 기적처럼 다가왔다. 시험 대신 다양성을 존중하는 체험 프로그램이 학교에서 시행된다는 것. 기대 이상이었다. 학생은 능동적으로 활동에 참여하며 자존감을 키워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꿈을 그리게 됐다.

이보다 반갑고 고무적인 일이 또 있을까 싶다. 이 얘기는 자유학기제를 통해 일어난 실제 사례다. ‘중학교 전면 시행’ 1년을 맞는 자유학기제는 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적성과 진로를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추진됐다. 교과 시간을 줄이는 대신 예술·체육·동아리 활동을 늘렸다. 발표·토론 등 참여형 수업이 중심이 되고, 중간·기말시험이 아닌 수행평가로 성취도를 따진다.

교육부는 그간 8만322개의 체험처를 확보하고, 학생 1인당 체험 횟수를 평균 8.6회까지 끌어올리며 참여를 유도했다. 그 결과 학생과 학부모, 교사 15만 2,440명을 대상으로 한 만족도(0~5) 조사에서 학생 수업 참여도가 3.76점에서 3.91점으로 향상됐다. 학교에 대한 학부모 만족도는 3.90점에서 3.94점으로 올랐고, 교사들은 자유학기제를 통해 다양한 수업 운영이 가능했고 역량을 키울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시행 초기 기자에게 체험처가 부족하고 부실해 섭외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던 서울의 한 중학교 진로담당교사도 13일 통화에서는 실질적 여건이 전반적으로 나아졌다고 말했다.

사실 자유학기제는 적지 않은 논란을 안고 출발했다. 시험이 없어 자칫 느슨해질 수 있는 학습 분위기를 사교육으로 해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고, 교사들은 수업 과정을 중심으로 성취도를 판별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학교 순환근무제, 진로담당교사 인력 부족 등으로 인해 협업을 바탕에 둔 창의적 수업 설계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진로탐색에 대한 기회가 한 학기에 그쳐 ‘이벤트’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뒤섞였다.

1년의 시간 동안 이 같은 시선들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학업에 짓눌려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학생들의 행복지수를 높이기 위해 자유학기제와 같은 시도와 실천이 필요하다는 것엔 반론의 여지가 없다. 사전 준비와 홍보설명 등이 부족해 현장의 원성을 듣고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자유학기제는 학생과 부모, 교사에게 한걸음 더 다가갔고, 비로소 본격적인 날갯짓을 해낼 기세다.  

자유학기제를 응원한다. 보란 듯이 더 다양하고 의미 있는 사례가 발굴됐으면 한다. 또 학생들의 숨통을 틔워 줄 지지대로 성장하길 희망한다. 무엇보다 ‘입시 지옥’의 명패를 떼지 못하는 이 현실에 교육의 주체가 학생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확인시켜 주길 바란다.

ivemic@kukinews.com

김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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