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성일 기자] “재정압박이 크지만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등록금 인하를 결정했습니다.”
서울대가 고심 끝에 등록금 인하를 이어갔다. 인하율은 0.36%다. 한남대도 학생들의 경제적 현실을 감안해 대학이 한번 더 허리띠를 졸라맸다고 밝혔다. 등록금 0.24%를 내려줬다. 울산과학기술원 학생들도 올해 전년 대비 0.2% 낮아진 등록금을 내게 됐다. 서울 A대학 공대의 한 학생은 “너무 감사해서 눈물이 날 정도”라며 현실을 비꼬았다.
체감되지 않는 등록금 인하 정책과 이를 다시 홍보 자료로 이용하는 대학들을 바라보며 학생들은 허탈하다. ‘생색내기’, ‘보여주기식’ 인하라는 핀잔과 비판은 작년과 달라진 게 없다. 지난해에도 호남대 0.24%, 광주대 0.1% 등 ‘0%대’ 인하율을 기록한 대학들이 줄을 지었다. 동결에 그친 대학들과 비교하며 인하 자체에 큰 의미를 두고 있는 대학들도 적지 않다.
이마저도 교육부가 제시한 인상 제한선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올해의 경우 대학 등록금 인상폭은 1.5% 이하로 제한됐다.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내린 대학은 4,800억 원 규모의 국가장학금을 따낼 수 있다. 사립 B대학 관계자는 “등록금을 1.5%까지 인상할 수도 있지만, 당국이 요구하는 대학의 자구노력 항목도 있기 때문에 올릴 수 없다”고 말했다.
학생들과 부모들은 인하액이 2만원도 채 안 되는 등록금 고지서를 조만간 받게 된다. 사실상 매학기, 매년 달라질 것 없는 ‘학비 폭탄’을 짊어지고 있는 셈이다. 명지대와 을지대, 신한대 등은 등록금만 900만 원이 넘고 인제대, 이화여대 등은 800만 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평균 700만 원을 내야하는 이 같은 사립대에 자녀를 보낸 가정에서는 자취비 등을 포함한 기본 생활비용까지 대려면 가계가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이 와중에 학자금 대출 연체금은 갈수록 늘고 있다. 등록금이 ‘빚의 굴레’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재작년 말 등록금이 없어 학교를 다닐 수 없게 된 한 명문대생이 1인 시위를 하며 손에 든 피켓에는 ‘부자 부모를 찾습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비싼 등록금을 감내해야 하는 학생들. 대학에 대한 만족도 역시 그토록 높을까. 등록금의 산정 근거나 집행 내역의 공개를 꺼렸던 대학이 과연 ‘학생을 위한’이란 말을 전면에 내세울 수 있는지 묻고 싶다. 더불어 학생들로부터 걷어 들이는 돈 외에 자구노력은 얼마나 또 어떤 식으로 해왔는지 묻고 싶다. 충분한 노력이 있었다고 판단하는 대학은 기자에게 연락을 줬으면 한다. 취재해 그대로 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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