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대학가 성추행… 장소·지위 불문

끊임없는 대학가 성추행… 장소·지위 불문

기사승인 2017-01-26 08:07:12

[쿠키뉴스=김성일 기자] 대학 내 성추행이 끊이질 않고 있다. 드러난 것보다 덮어진 사건이 더 많다는 추행 사건이 장소, 지위 등을 막론하고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건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함께 예방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 대면식·OT 이어 통학버스에서도… 곳곳이 추행 장소

지난해 11월 28일, 당시 서울대 인문대 학생회장이 당선 직후 총운영위원회 뒤풀이 겸 대면식 자리에서 참석자 중 한 명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단과대운영위는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회장직에서 물러날 것을 요구했다. 해당 학생은 “술을 마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도 사퇴문 및 사과문 제출을 약속했다. 그러나 이후 종적을 감춰 논란을 키웠다. 서울대 인문대의 경우 전임 학생회장도 지난해 초 새내기 새로배움터에서 성폭력 의혹이 불거져 탄핵안이 발의됐고 자진사퇴를 한 바 있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OT)에서 유사 성행위가 이뤄졌다는 폭로도 이어졌다. 지난해 2월 한 신입생이 건국대 학생들이 이용하는 페이스북 ‘건국대 대나무숲’에 올린 글에 따르면 OT에서 ‘25금(禁) 몸으로 말해요’라는 게임이 벌어졌다. 게임에서 선배들은 몸으로 유사 성행위를 묘사했고 신입생은 해당 단어를 맞혀야 했다. 또 ‘방팅’이라는 이름의 게임에서 지면 서로 모르는 남학생과 여학생이 서로의 무릎에 앉아 껴안고 술을 마시는 벌칙을 강요했다.

지난해 3월 이어진 건국대의 한 학과 신입생 환영식에서는 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선배들이 술에 취해 팬션에서 잠든 남자 신입생의 속옷을 벗겨 신체 일부에 치약을 바르고 이를 스마트폰으로 촬영까지 했다. 피해 학생은 이를 경찰에 알렸고, 의정부지검은 관련자들을 성추행 혐의로 기소했다.

한달 후인 지난해 4월엔 선문대 남학생이 통학버스를 타고 가다 옆자리에 앉은 여학생을 추행했다. 제보자는 “남학생이 잠든 여학생 겉옷 지퍼를 내리고 가슴을 만지다가 들켰다”면서 “가해 학생은 ‘지퍼가 신기해서 만져봤다’며 발뺌했다”고 밝혔다. 사건 내용이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자 가해 학생이 속한 학과 학회장이 사과문을 올렸고, 가해 학생은 피해 학생을 찾아 사과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학교의 양성평등센터 관계자는 “다양한 성추행 관련 상담 신청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며 “추행 접수 사례를 보면 한두 번 본 사이에서 일어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 “학생들 중 상당수는 학내에 양성평등센터 같은 기구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이런 경우 성추행이 발생해도 드러나지 않을 수 있고, 일부 피해 학생들은 외부 상담 라인을 찾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 총장에서 교직원까지 지위 안 가리고 범행

지난 16일 광주지검 순천지청은 여교수를 강제 추행한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강명운 청암대 총장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학교 돈을 받아 부당이득을 취하고,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한 여교수들에게 징계를 남발해 죄질이 불량하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강 총장은 노래방이나 승용차 안에서 여교수 2명의 신체를 강제로 만졌다는 혐의를 받았다.

동국대의 한 교수는 술자리에서 졸업생에게 강제로 입을 맞추는 등의 혐의로 지난해 9월 불구속 기소됐다. 해당 교수와 독서 모임 등을 통해 만났던 다른 졸업생 및 재학생들의 유사 피해 사례 제보도 쏟아졌다. 이들의 말에 따르면 교수는 ‘네가 내 은교다’, ‘여행 가자’, ‘따로 만나자’ 등의 부적절한 발언을 했으며, 속옷 색깔이나 사이즈를 물어보고 허리에 손을 올리는 등 스킨십을 했다. 이에 학생들은 엄벌을 촉구했고, 동국대는 공식 사과문을 내놓았다.

지난해 4월엔 원광대가 제자 성추행 의혹을 받은 사범대의 한 학과장을 보직 해임했다. 앞서 사범대의 한 학생은 ‘개강 모임 술자리에서 취기가 올라 여학우를 안거나 허벅지에 손을 올렸다’며 학과장의 행태를 고발했다. 원광대 측은 관련 사항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했다. 

인천대학교에서는 팀장급 교직원이 부하 여직원을 상대로 성적 발언을 하고 신체 접촉을 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수사가 진행됐다. 경찰 조사 등에 따르면 해당 간부는 회식자리에서 부하 직원에게 볼을 맞대고 키스를 했으며, 또 다른 직원에게는 ‘너는 밥을 잘 먹으니 성관계도 잘 할 것’이라는 등의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법원은 지난해 10월 징역형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을 명령했다.

이은희 경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성추행이 반복되고 있는 데에는 권위적 사회 문화가 깔려있다”며 “선배 또는 교수가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망각하고 상대에 대한 존중을 잃었다”고 말했다.
  
이선이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학 구성원들이 성추행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제제 및 예방을 위한 가시적 노력을 펼칠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엔 면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ivemic@kukinews.com

김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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