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졸속 집필’ 거부… 검정교과서 현장 혼란 가중

잇따른 ‘졸속 집필’ 거부… 검정교과서 현장 혼란 가중

기사승인 2017-01-26 22:46:00

“또다른 국정교과서” 집필진, 집필 거부 단체행동

집필 기준 개정 및 제작 기간 2년 보장 촉구

[쿠키뉴스=김성일 기자] 정부의 국·검정 혼용 방침에 맞서 중고교 역사 및 한국사 교과서의 저자들이 잇따라 검정교과서 집필을 거부하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교과서 개발 기간마저 단축된 상황에서 출판사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중학교 검정 역사교과서 8종 집필자 54명은 국정교과서 ‘편찬 기준’을 수정해 검정교과서 ‘집필 기준’으로 삼겠다는 교육부 계획을 비판하며 새 교육과정에 따른 검정교과서 집필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25일 발표한 성명에서 지난해 11월 공개된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이 편향된 역사관을 바탕으로 쓰여졌으며, 최근의 연구 성과를 반영하지 않은 서술이 포함되는 등 문제가 많다고 비판했다.

저자들은 “검정교과서 집필 기준이 나와도 실제 집필 기간은 6개월 남짓에 불과하다”며 검정교과서 개발 기간이 현행 1년 6개월에서 1년으로 줄어든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앞서 20일엔 고등학교 한국사 검정교과서 필자협의회(한필협)가 입장문을 통해 요구사항을 밝혔다.

한필협은 △국정 역사교과서 폐기 △역사과 교육과정 및 검정 역사교과서용 집필기준 전면 개정 △ 검정 역사교과서 개발·제작 기간 최소 2년 보장 등을 주장하며,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집필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한 집필자는 “국정교과서의 붕어빵 같은 검정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면 학자적 양심에 따라 참여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28일 오는 2018년부터 국정교과서와 검정교과서를 혼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 3월까지 2015 교육과정에 따른 새 검정교과서가 개발돼야 하는 상황이다.

집필진의 거부 선언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이 같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오는 31일에는 예정대로 국정교과서 최종본과 편찬심의위원, 검정교과서 집필 기준 등을 공개한다.

당장 ‘교과서 부실’ 논란은 더 커졌다. 주요 집필진이 빠진 상황에서 짧은 기간 안에 집필을 진행하다보면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출판사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한 검정교과서 출판사 관계자는 “필자를 새로 구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 집필 기준이 나오지도 않았고, 제작 기간도 1년에 불과한 가운데 교과서 집필 경험이 부족한 새로운 필자를 섭외하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이다”라고 전했다.

교육부가 국정교과서 채택을 위해 검정교과서의 부실 진행을 방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제기됐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 역사 교사는 “상황이 이렇게까지 치닫게 된 데에는 교육부의 무리수가 있었다”며 “국·검정 혼용은 국정교과서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꼼수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국가가 저작권을 가진 교과용 도서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역사교과용 도서 다양성 보장에 대한 특별법(국정교과서 금지법)’이 지난 20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결됐지만, 국회 본회의 통과까지 도달하기에는 난항이 예상된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국정교과서가 학교 현장에서 교재로 쓰이는 것을 막기 위한 최후의 보루는 ‘국정교과서 금지법’의 통과”라며 “교문위 의결에 담긴 촛불민심은 2월 법사위와 본회의 표결에도 그대로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ivemic@kukinews.com

김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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