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나먼 귀성길,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자

머나먼 귀성길,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자

기사승인 2017-01-26 22:51:55

[쿠키뉴스=김성일 기자] 전국적인 눈·비가 예고된 이번 설 귀성길은 교통대란이 우려된다. 좁은 차 안, 밀리는 길 위에서 아이가 울며 보채기 시작하면 엄마, 아빠의 속은 타들어간다.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 봤자 부모의 스트레스가 고스란히 전달돼 아이의 고통이 배가될 뿐이다.

◇ 가족이 함께 세우는 귀성길 계획

김정미 한솔교육연구원장은 “48개월 이후의 아이는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고 규칙을 따를 수 있으므로, 바람직한 행동의 범위나 잘못된 행동이 무엇인지 알면 자신을 조절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귀성길의 교통체증과 불편함은 예상된 일이다. 출발 전 미리 아이에게 상황을 알려주고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낼지 함께 정한다면 아이가 자신이 참여한 결정에 책임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할머니 집까지 네 시간 정도 걸리는데, 눈이 오면 조금 더 오래 걸릴 수도 있어. 네 시간이면 아침에 유치원 가서 놀다가 점심까지 먹고 난 즈음이야. 그 시간 동안 차 안에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 보낼까”라고 아이에게 물어보자.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이나 게임기 등을 가져가자고 하면 부모는 한 번에 승낙하는 것이 좋다. “책을 읽는 건 어때? 게임기를 너무 많이 하면 안 돼”하고 단서를 달거나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미리 제안을 주고 훈육할 필요는 없다. 아이들도 상황에 따른 판단을 스스로 내릴 수 있다.

◇ 불안한 아이 마음 인정하고 기다리기

아이가 울고 보채는 이유를 알지 못할 때 부모는 답답하다. 오랜만에 만난 일가친척들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면 더욱 난감하다. 그런데 아이들은 이유 없이 떼를 쓰지는 않는다. 아이의 행동에는 의미가 있다. 따라서 아이의 감정이 아니라 울며 보채는 상황을 관찰해 봐야 한다. 답은 상황에 있다.

우선, 아이의 행동 뒤에 숨은 진짜 마음을 헤아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영아의 경우 조부모나 친척이 다가와 덥석 안거나 말을 걸고 아는 체를 하는 것이 두려울 수 있다. 말이라도 하게 되면 친척의 호칭이나 사촌의 이름을 알아야 한다는 압박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이럴 때 아이는 엄마아빠 곁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할 것이다. 낯선 환경에서 아이에게 가장 편안한 장소는 엄마 곁이기 때문이다.

엄마가 인사하라고 다그치거나 엄마는 일해야 하니까 할아버지랑 놀라며 밀어낸다면 아이의 두려움과 불안함만 더 커질 뿐이다. ‘아이가 수줍음이 많네’, ‘붙임성이 적네’라며 가족들이 부모를 꾸지람하는 장면을 보게 된다면 아이는 자신 때문에 부모가 혼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상황을 비난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김 원장은 “낯선 환경과 상황에서 아이가 서서히 적응할 수 있도록 아이 속도에 맞춰 기다리라”고 조언한다. ‘왜 그래?’, ‘여기도 재밌는 게 많네’, ‘뭐 하고 놀래?’하며 아이를 다그치거나 캐묻지 말고 ‘부끄러워?’ ‘무서웠구나’ 등의 말을 건네면서 아이 마음을 알아주고 위로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우리의 뇌는 안정된 정서 상태에서 통제력을 발휘할 수 있다. 엄마가 아이의 불편한 감정을 긍정적으로 이해해 줄 때 아이는 안정된 정서 속에서 현실을 인지하고 그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스스로 판단하고 자신을 맞추려고 한다. 이것이 바로 자기조절 능력이다.

ivemic@kukinews.com

김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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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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