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성일 기자] 오랜만에 만나 반가운 마음에 어쩔 줄 모르는 할아버지, 할머니와는 달리 손자는 제 부모 곁에만 머물려 하거나 장난감에만 눈길을 준다. 하나라도 더 먹이고 싶고 더 주고 싶은데 부모는 안 된다고만 한다. 아이를 사이에 두고 긴장이 팽팽해지는 순간에 필요한, 아이를 한번이라도 더 어루만지고 싶은 조부모에게 도움이 되는 조언은 아이가 원하는 것을 함께 하라는 것. 그리고 부모의 양육 규칙을 존중하라는 것이다. 김정미 한솔교육연구원장의 도움말을 담아 조부모가 손자손녀에게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본다.
◇ 아이 눈길 닿는 곳 함께 바라보기
김정미 한솔교육연구원장은 “아이가 원하는 것을 알고 싶다면 아이 눈길 닿는 곳을 함께 바라보라”고 조언한다. 아이의 흥미와 관심은 아이의 시선이 닿는 곳에 있다. ‘여기 우리 손자가 좋아하는 기차가 있네. 우리 기차놀이 하자’라고 제안하기보다는 아이가 바라보는 것, 아이가 만지는 것으로 함께 놀아주는 게 좋다. 어른이 알려주지 않아도 아이들은 흥미 있는 것에 오래 집중한다. 집중한다는 것은 그것을 가지고 여러 번 반복하며 시도하는 것이고, 이는 장기 기억과 함께 온전한 지식이 된다.
아이가 혼자 놀고 싶어 하는지, 같이 놀고 싶은지 확인할 필요도 있다. 아이가 혼자 잘 놀고 있는데 ‘할아버지랑 이거 하면 재미있지’라며 아이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기보다는 아이를 먼저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 아직 말을 못하는 영아라면 아이가 관심을 두는 장난감을 어른이 슬며시 손에 쥐어보자. 눈을 안 떼면 같이 놀겠다는 뜻, 하지만 눈을 떼면 놀이에는 관심이 있지만 같이 놀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아직 말이 서툰 아이의 말을 교정해주는 것도 어른들이 자주 하는 실수라 할 수 있다. ‘아탕’이라고 하는 아이에게 ‘사탕’이라고 정확하게 알려주기 전에 처음은 똑같이 ‘아탕’이라고 받아주는 게 오히려 효과적이다. 아이는 자기가 한 말을 따라하는 사람에게 유대감을 갖고 자신이 한 수행에 자신감을 느낀다.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자기 안에 있는 걸 거침없이 꺼내 보이고, 많이 꺼내어 시도하면서 다음 단계로 확장된 대화를 스스로 주도할 수 있다.
놀이를 이끌어가는 주체는 아이다. 어른이 주도할 때 아이 스스로 하려는 의욕과 흥미가 떨어지는 반면, 아이 스스로 주도하고 어른이 적절하게 반응한다면 이 과정에서 인지학습 능력은 물론 의사소통, 사회정서 능력까지 발달할 수 있다. 뇌에서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와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는 같이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감정적으로 풍부한 정서가 만들어졌을 때, 즉 즐거울 때 더 잘 배울 수 있다.
◇ 떼쓰는 아이에겐 일관된 양육 규칙 적용
평소에는 원하는 것을 요구할 때 부모와 타협이 잘 되던 아이가 조부모나 친척들이 있으면 종종 달라진다. 투정을 부리고 떼를 쓰면 옆에 있던 할아버지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거나 친척이 대신 들어주기도 한다는 것을 아이도 알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만 3세만 되어도 말을 알아듣고 상황을 판단하며 스스로 행동할 수 있다. 조부모 눈에는 아이의 그런 모습마저 사랑스럽지만, 엄마는 혼내고 할아버지는 받아주고 아빠는 괜찮다고 하는 상황이 아이에게는 혼란스러울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는 누구 말이 우선인지 서열을 정하고, 이후 서열에 따라 반응이 달라야 한다는 걸 배우게 된다. 즉 옳고 그름을 배우는 것이 아닌 ‘눈치’를 키우는 것이다. 아이는 이러한 행동에 대해 집에 와서 야단을 맞더라도 다음에 조부모를 만나면 또 조르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혼나는 일 전에 이미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었기 때문이다.
행동과 결과 간의 관계 맺기는 시간차가 중요하다. 할아버지 앞에서 떼를 쓰니 원하는 걸 얻었고, 나중에 집에 와서 엄마에게 혼났다면 떼를 쓰는 행동과 시간상으로 가까운 결과는 ‘원하는 것을 얻었다’는 것이다. 즉, 아이는 ‘할아버지 집에서(상황) 떼를 쓰니(행동) 얻는다(결과)’는 공식을 학습하게 된다. 따라서 아이는 떼를 써서 혼난 것보다 ‘득템’했다고 기억하는 것이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눈치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 스스로 생각하고 적합한 판단을 작동하는 ‘자기(self)인지’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그러려면 조부모도 아이 부모의 양육 규칙을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만일 부모의 양육관이 ‘무엇을 사달라고 하는 것은 즉흥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부모와 타협해서 결정한다’는 것이라면 일관되게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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