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차병원 일가, 제대혈 허락 없이 본인들 위해 쓸 수 있나

[기자수첩] 차병원 일가, 제대혈 허락 없이 본인들 위해 쓸 수 있나

기사승인 2017-02-03 15:30:50

[쿠키뉴스=장윤형 기자] “순수한 모정의 선의를 짓밟은 범죄세력이다” 

차병원의 비도덕적 행태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을 비롯한 국회의원들 뿐 아니라, 의료계, 시민단체, 일반시민들은 강도 높은 비판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환자의 허락도 없이 의도적으로 시술을 했다면 의사 면허를 박탈하는 등의 강도높은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차광렬 차병원그룹 회장 등 오너 일가에 불법으로 제대혈을 투여해 논란을 빚었던 차병원은 제대혈 기증자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이 병원은 최근 '제대혈 기증자분들께 깊이 사죄드립니다'라는 사과문을 김동익 분당차병원장 명의로 제대혈 기증자들에게 발송했다. 

이 같은 차병원의 사과문 한 장은 수많은 산모들을 더욱 화나게 만들었다. 엄마들이 즐겨찾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일부 시민들이 “차병원에 제대혈 보관 환불요청 방법을 알고 싶다”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제대혈을 차병원에 맡긴 한 여성은 “내 아이를 위해 맡긴 제대혈이 불온하게 쓰인 것을 용서할 수 없다”며 “보건복지부 생명정책윤리과에 환불 요청이 법적으로 가능한지를 집단으로 물어보자”는 게시글을 쓰자, 이를 공감하는 답변들이 줄줄이 달렸다. 사과문은 엄마들의 마음을 더욱 분노케 했다. 

지난해 12월 복지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차 회장 부부는 총 5회 차 회장의 부친인 차경섭 명예이사장 4회, 회장 부인은 2회 등 연구 대상으로 등록하지 않고 총 9차례 제대혈 시술을 받았다. 차 회장 일가에 불법으로 제대혈을 제공한 건 차병원이 운영하는 제대혈은행이었다. 당시 차병원 역시 차 회장 일가의 제대혈 투여 사실을 인정했지만, 처벌은 면했다. 

복지부는 차 회장, 차병원 제대혈은행장 강모 교수, 차병원 등을 운영하는 성광의료재단 김춘복 이사장을 수사 의뢰키로 했다. 다만 제대혈 시술을 불법으로 받은 사람은 처벌 규정이 없어, 면죄부를 주었다. 

제대혈은 분만 후 아기의 탯줄 서 나온 혈액이다. 이 혈액을 보관해두면 아이가 태어나 난치병에 걸렸을 때 치료할 수 있다는 이유로 엄마들이 수백여만원을 들여 보관하고 있다. 산모들이 난치병 치료를 위해 무료로 기증하면, 제대혈이연구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제대혈은 피부 미용이나 노화 방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다른 용도로도 암암리에 사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차 회장 일가가 미용 목적으로 시술받은 동기는 진술이 엇갈려 확인되지 않았지만, 만약 미용 목적으로 사용됐다면 엄마들에게는 더욱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난임시술, 분만 등에서 국내 최고의 의료기관으로 이름을 알린 차병원이 가장 비과학적이고, 불법적인 의료행태를 취했음에도 성의없는 사과 한 장으로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 산모들이 선의로 기증한 제대혈이 사적 용도로 쓰였다. 누구를 위해 제대혈은 쓰였나. 

newsroom@kukinews.com

장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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