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제2캠퍼스 무산됐지만… “불통 끊는 계기이자 기회”

서강대 제2캠퍼스 무산됐지만… “불통 끊는 계기이자 기회”

기사승인 2017-02-07 22:19:34

[쿠키뉴스=김성일 기자] 서강대와 남양주시의 ‘제2캠퍼스 조성 사업’이 결국 백지화됐다. 지난 2010년 2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후 7년 만의 일이다. 학생들은 좌초된 이번 캠퍼스사업 과정에서 드러난 학내 의사결정구조의 폐해를 반면교사 삼아 향후 구성원의 의견을 끌어안는 대학 운영을 바라고 있다.

◇ 남양주시 “협약 해지 통보” vs 서강대 “대응 공문 발송”

지난 6일 우편으로 남양주시의 ‘캠퍼스 건립 협약 해지’ 통보를 받아든 서강대 측이 대응 공문을 발송할 계획이라고 7일 전했다. 

서강대 법인운영팀 관계자는 “해지 사유를 보니 서강대가 교육부 승인 신청 등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데, 남양주시가 국토부에 대학 이동 규모를 부풀린 것부터 바로잡아야 할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또 “설립기획단 협의를 갖고 법률 자문을 구한 뒤 이사회 논의를 거칠 것”이라며 “이후 대응 공문을 발송해 반박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법인에 따르면 서강대 이사회는 캠퍼스 이전 사업을 3단계로 준비했다. 1단계에서 학생 및 교직원 등 2,200명이 이동하는 것은 확정했지만, 추가로 옮겨가는 2단계(1,100명)와 3단계(2,200명)는 진행하지 않더라도 법적 책임은 갖지 않기로 의결했다. 그러나 남양주시는 3단계까지 완료됐을 경우에 해당하는 5,500명 수준으로 못 박아 국토교통부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반면 남양주시는 서강대 이사회의 사업 의지가 없다고 일축하며 지난 3일 협약 해지를 통보했다. 시 관계자는 “협약에 각각 해야 할 역할과 책무를 명시했는데, ‘정당한 사유 없이 이행하지 않으면 90일간의 시간을 주고 협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규정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협약대로라면 서강대는 지난해 10월, 교육부에 대학 이전 승인을 신청했어야 했다. 그러나 신청은 보류하고, 구두로 약속한 500억원 지원안을 문서화해야 한다며 시에 재협약을 요구했다. 시는 재협상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90일 이내에 교육부 승인 절차 등을 진행할 것을 촉구했다.

시 관계자는 “국토부 신청 사항이 부풀려졌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면서 “서강대에서 작성한 마스터플랜을 국토부에 그대로 전달한 것으로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당시 서강대 캠퍼스설립기획단장이 배석하기도 했는데, 이제 와서 이를 문제 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500억원 지원의 경우 시가 아닌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해 이뤄지는 건데, 서강대는 권한도 없는 시에 의회 의결까지 받아달라고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시는 현재 손해배상 등 법적 대응을 고려 중이다. 더불어 조만간 국토부와 협의해 역세권 개발계획을 변경하고, 새로운 대학과 종합의료시설 등을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앞서 남양주시와 서강대는 양정역세권 개발사업에 제2캠퍼스 건립을 포함시키기로 합의하고 2010년 2월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데 이어 2013년 7월 법적 효력이 있는 협약을 맺었다. 그러나 사업이 답보상태에 머물면서 서강대는 총장이 사퇴하고 대학 구성원들이 반발하는 등 갈등을 겪었다.

◇ “학생 의견 끌어안는 소통기구 활성화돼야”

서강대 학생들은 캠퍼스 조성이 무산됐지만, 이번 사업 과정에서 드러난 ‘소통 부재’는 분명히 개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영대학의 한 학생은 “학생들 사이에서 남양주 캠퍼스 사업은 제대로 전개되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이 있기도 했다”며 “사업 진행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의견을 끌어안는 학내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 학생들은 남양주 제2캠퍼스 사업이 차질을 빚자 학교법인을 지배해 온 예수회의 역할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수회가 임명한 이사들이 다수를 차지한 이사회는 캠퍼스 건립을 위해 필요한 ‘교육부 대학위치변경 승인 신청’ 안건을 지난해 5월과 7월 잇따라 부결시켰다. 등록금 동결로 인해 재정적 압박이 커지면서 사업에 대한 안정성이 보강돼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어 예수회 회원이 이사장과 상임이사직을 독점한 가운데 구성원들의 목소리에는 귀를 닫고 폐쇄적 의사결정을 이어왔다는 문제 제기가 빗발치기 시작했다. 재단전입금이 연간 7억원가량으로 국내 대학 중 최하위 수준에 그칠 만큼 재정 운영이 취약하다는 것도 불만으로 떠올랐다.

총학생회장과 지식융합학부 학생회장은 “예수회 소속 이사회 임원을 감축해야 한다”며 단식농성에 들어갔고, 서강대 정상화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학생비대위) 학생들과 총동문회는 “예수회 중심의 파행적 학교경영이 바뀌어야 한다”며 서명운동을 펼쳤다.

급기야 캠퍼스 사업을 이끌었던 유기풍 총장은 “잔여 임기를 희생해 대안을 촉구한다”며 전격 사퇴했다. 유 총장은 “이사회가 예수회를 상전으로 모시는 기형적 지배구조 속에서 서강대는 추락할 수밖에 없다”며 “예수회가 학교 경영에서 손을 떼고 전문가에게 일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서강대 이사회는 결국 예수회 소속 이사진의 수를 3분의 1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김천일 학생비대위 위원장은 “남양주 캠퍼스 사업을 통해 학생은 물론, 직원이나 교수들 또한 학교 의사결정구조에서 배제돼 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대학을 흔들어놓을 수 있는 큰 사업을 벌이는 와중에 정작 학생들이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이는가에 대해서는 고민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이와 관련한 비판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앞으로 추진될 새로운 사업 등에 대해서는 학생 의견을 충분히 수렴할 수 있도록 학내 소통 기구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ivemic@kukinews.com

김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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