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인세현 기자] 최근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소년24의 멤버 화영의 음성이 담긴 녹음 파일이 게재돼 큰 논란을 일으켰다. 해당 녹음본에는 화영의 팬 비하 발언과 욕설 등이 그대로 담겼다. 알고 싶지 않던 사실을 알게 된 팬들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초밥 가게 요리사는 조리대에 서서 “내가 방금 화장실에서 용변을 본 후 손을 아주 깨끗하게 씻었다. 이제 당신이 먹을 초밥을 만들겠다”고 말하지 않는다. 요리사도 사람이기 때문에 화장실을 다녀올 수는 있지만, 그 사실을 굳이 손님 앞에서 말할 필요는 없다. 돈을 낸 손님이 원하는 것은 요리사의 깨끗한 손과 맛있는 초밥일 뿐이다.
이처럼 외부로 보이는 이면에는 보이고 싶지 않거나 보여줄 수 없는 사실이 필연적으로 존재한다. 아이돌 그룹도 마찬가지다. 이미지와 콘셉트, 무대와 화면은 요리사의 조리대처럼 아이돌에게 직업 영역이다. 아이돌은 이를 통해 보여주고 싶고 보여줄 수 있는 것을 나타낼 수 있다. 공식적 소비의 영역인 셈이다.
팬도 무대 위 아이돌과 아래 아이돌이 똑같을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 알고는 있지만, 이는 아이돌을 소비하는 데 필요가 없는 부분이다. 공연 후 하이터치회에서 활짝 웃는 얼굴로 다정한 말을 건네던 멤버가 뒤돌아서 어떤 말을 할지 팬이 알아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팬이 소비하는 것은 아이돌 그 자체일지 몰라도 좋아하는 것은 자신의 시선으로 보고 느낀 아이돌이다. 관찰로 빚은 일종의 환상이다.
아이돌이 팬 서비스를 하고 팬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것은 인격의 문제가 아닌 직업적 소양에 가깝다. 이 직업적 소양에는 환상을 유지할 수 있게끔 하는 것도 포함된다. 화영의 팬 비하 논란은 후자에 해당한다. 문제가 된 음성 녹음은 무대 아래 사적 영역이지만, 외부로 드러나 팬이 그 음성을 듣게 된 이상 환상은 지속될 수 없다. 좋아하던 대상이 사라졌으니 소비해야 할 대상도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화영은 무대 위에서 팬들에게 “고맙다”고 말했고 팬은 그 말을 믿고 화영에게 투표했을 것이다. 환상에는 믿음이 수반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영은 무대 아래에서 팬을 기만하는 발언을 했고 그 말은 기록으로 남아 팬에게 전달됐다. 이 부분만 놓고 본다면 화영은 직업적 소양이 부족한 아이돌인 것이 아닐까.
소년24를 관리 중인 CJ E&M과 라이브웍스컴퍼니 측은 공식 SNS에 지난 8일 오후 화영의 논란에 관한 사과문을 게재했다. 양 측은 “그동안 소년 화영의 문제가 소년24 전체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수 있음을 인지하고 수차례 면담을 통해 주의와 기회를 줬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영은 또 한 번 팬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와 실망을 안겼다”고 밝혔다. 이어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화영의 거취와 관련 긴급회의 중이며 이에 대한 공식입장을 다음주에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화영은 오는 10일 ‘소년24 라이브 콘서트’부터 무대에 오르지 못하게 됐다.
회사 측이 이처럼 단호한 태도를 내비친 이유는 다른 멤버들 때문으로 보인다. 부주의했던 개인 때문에 오랜 시간 무대 아래에서 땀을 흘리고 팬들에게 진정으로 고마움을 느낀 누군가가 피해를 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아이돌 그룹 육성 프로젝트인 소년24는 Mnet에서 방영된 ‘소년24’를 통해 멤버를 선발했고 지난해 9월 22일부터 서울 메사 소년24 라이브홀에서 상설공연 중이다. 약 1년간의 투표 누적으로 최종 멤버를 선발한다. 다음달 5일 세미파이널도 앞두고 있다. 팬의 관심과 참여가 그 어느 아이돌 보다 중요한 시스템으로 제작되고 있는 소년24가 다시 팬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 ‘새우젓의 시선’ : 자신을 일명 ‘새우젓’이라고 칭하는 팬들의 관점으로 연예 뉴스를 돌아보는 쿠키뉴스의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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