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젓의 시선] 불러줄 이가 있어야 가치 있는 이름 비스트

[새우젓의 시선] 불러줄 이가 있어야 가치 있는 이름 비스트

기사승인 2017-02-13 14:24:10

[쿠키뉴스=인세현 기자] 지난 10일 큐브엔터테인먼트(이하 큐브) 측이 장현승이 비스트로 복귀해 3인조로 팀을 재결성한다는 공식입장을 발표한 후 비스트 팬들은 연일 분노를 표하고 있다. 비스트의 상표권은 현재 큐브가 보유 중인 상황. 큐브 측의 발표대로 3인조로 팀을 리부트한다고 해도 법적인 문제가 없는 셈이다. 하지만, 만약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큐브와 3인조 비스트가 팬덤뿐 아니라 대중으로부터 지탄을 받을 것은 당연해 보인다. 비스트라는 이름의 가치는 과연 누가 만든 것일까.

10년이면 강산이 변하고 7년이면 아이돌 그룹이 변한다. ‘최초 전속계약기간은 최대 7년으로 한다’는 내용의 표준전속계약서의 등장 이후 그룹 결성 후 7년은 아이돌에게 가장 큰 고비이자 기회의 시간이 됐다. 그룹 비스트는 기회를 찾아 함께 고비를 넘은 경우에 속한다. 비스트는 큐브와 전속계약이 만료된 지난해 11월 큐브와 재계약을 맺지 않고 회사를 떠나 독자 회사인 어라운드어스엔터테인먼트(이하 어라운드어스)를 설립했다. 큐브 측은 비스트와 재계약에 관해 “논의 중”이라는 입장을 오랜 시간 유지했지만, 결국 비스트는 새 출발을 알렸다.

앞서 비스트의 전 멤버인 장현승은 큐브엔터테인먼트와 재계약을 했다. 장현승은 지난해 4월 음악적 성향을 이유로 비스트를 탈퇴했고 이제는 회사마저 달라져 완전히 다른 배를 탄 것이다.

이 과정에서 큐브 측과 어라운드어스 측은 ‘비스트’라는 팀명에 대한 상표권 논의를 진행했다. 큐브를 떠난 비스트는 당장 비스트라는 팀명을 쓸 수 없어 멤버 개인의 이름으로 활동했다. 큐브는 지난해 1월 음원과 음반, 광고, 공연업 등 3개 군에 비스트 상표권을 출원해 등록까지 마쳤다. 비스트라는 팀명을 사용할 수 있는 법적권리는 큐브에게 있는 셈이다. 양 측은 최근까지도 “상표권에 대한 긍정적 논의 중”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지난 10일 큐브 측이 “장현승이 비스트로 복귀하고 새로운 멤버 2인을 더해 비스트를 3인조로 재편성한다는 공식입장을 내놓으며 상황을 예측할 수 없게 됐다. 큐브 측은 공식입장을 홍승성 대표의 명의로 발표하며 비스트 재편성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이에 관해 어라운드어스 측 관계자는 “기사를 보고 사실을 접했다”고 당황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관계자는 “어제까지만 해도 상표권 논의를 진행 중이었던 것으로 안다. 상황을 파악해 보겠다”고 말했다. 양요섭은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전 회사와 사이좋게 마무리했다”고 밝힌 바 있어 멤버들은 이런 사태를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장현승 또한 SNS에 ‘난생 처음듣는 이야기’라는 글을 올려 비스트 재결성이 장현승의 뜻과 무관하게 이뤄졌다는 것을 암시했다. 이 글은 올라온지 10여 분만에 삭제 됐고 큐브 측은 공식입장 내용 외 다른 것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파국이라고 이야기해도 무색할만한 상황에서 가장 황당한 것은 비스트의 팬이다. 지난 7년간 비스트라는 이름의 가치를 키운 것은 큐브와 비스트 멤버뿐만이 아니다. 큐브는 멤버들에게 비스트라는 이름을 지어줬고 멤버들은 함께 열심히 활동했다. 누군가는 팀을 떠나 다른 활동을 모색했고, 누군가는 남아서 팀으로 활동했다. 6인의 비스트부터 5인의 비스트까지 비스트를 비스트라고 부르고 응원한 것은 팬이다. 가치의 절반 이상을 팬이 만든 것과 다름없지만, 이 상황에서 팬의 목소리는 철저히 배격됐다.

계약이 끝난 후 각자의 선택은 존중 받아야 한다. 계약 만료로 인해 자사가 가진 상표권으로 멤버들이 추가 이득을 보는 것을 큐브가 막는 것은 법적으로 어떤 문제도 없다. 그런 지점에서 큐브가 애써 3인조 비스트를 탄생 시켜도 법적으로 제재할 수 없다. 하지만, 과연 그렇게 탄생한 새로운 비스트가 팬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팬이 원하는 것은 비스트라는 이름이 아닌 7년간 그들이 함께 쌓아온 기억과 가치다. 불러줄 이가 남지 않은 이름이 무슨 소용일까. 

★ ‘새우젓의 시선’ : 자신을 일명 ‘새우젓’이라고 칭하는 팬들의 관점으로 연예 뉴스를 돌아보는 쿠키뉴스의 코너입니다.

inout@kukinews.com

인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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