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박은비 기자] 많은 사람들이 뒤늦게 귀농을 꿈꾸지만 실행에 옮기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귀농은 어디로 향할 것인가, 귀농 후에는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의 선택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다. 막연함과 두려움에 이리저리 부딪히다 보면 귀농의 꿈은 쉬이 사그라들게 마련이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공동 귀농’을 선택하는 이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2년 전 귀농에 대한 뜻을 모아 현재 함께 귀농을 준비하고 있는 하동 노전해솔 생태 공동체 마을의 4가구가 대표적이다.
부산의 한살림 소비자조합원으로 인연을 맺은 조명숙 씨 외 4가구는 “귀농해서 한살림의 정신을 실천할 한살림 공동체마을을 함께 일구어 더불어 살아보자”는 취지 하에 지리산 공동체 마을 조성을 추진해 나가기 시작했다. 대학교수, 사업가, 간호사 등 그 동안 전혀 다른 삶을 살아왔던 이들은 자연환경을 해치지 않고 소비적인 도시민의 생활방식에서 벗어나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꾸려나가는 데 합의했다. 모임의 이름도 귀농을 꿈꾼다는 뜻의 ‘꿈꾸리’로 정했다.
‘꿈꾸리’ 4가구는 함께 살아갈 지역과 마을 선정, 주택 건축방식, 농사 체계를 함께 결정했으며 이 과정에서 코하우징(co-housing, 협동주거) 방식 귀농인 공동체 마을인 영동 백화마을을 설계하고 성공적으로 조성한 민들레코하우징 이종혁 건축사를 만나 계획에 속도를 붙여나갔다.
이들이 터를 잡을 하동 노전해솔마을은 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인 악양 지역이다. 드높은 지리산 자락과 너른 들인 평사리, 섬진강이 어우러진 대표적인 귀농 명소이며 기후가 온화하고 물산이 풍부한 명당 중의 명당으로 꼽힌다. 특히 해와 소나무가 깃들어 따뜻하고 평안한 하동 전원마을 부지(경상남도 하동군 악양면 매계리 394-1 일대)는 무려 ‘십일천송’이라 불리는 11그루의 소나무가 둥그렇게 모여있는 형상을 띠고 있으며 따사로운 햇살이 사시사철 스며드는 곳이다.
회원들은 이곳에 2018년 6월, 총 9세대 규모로 입주 해 생태적인 건축과 조경 등으로 친환경적인 생활 환경을 조성한다. 도농 교류, 상생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마을 공동체와 지역 사회가 성장할 수 있도록 스스로 기여할 예정이다. 또한 공동 경작한 콩, 양파, 마늘 등의 작물은 부산 한살림에 납품하며 취나물, 녹차, 잡곡 가공품을 생산해 마을의 주요 소득원으로 삼을 계획이다.
김성연 추진위원장은 “내친 김에 부산 한살림의 유•청소년 생명학교를 유치해 볼 계획도 갖고 있다”면서 “하동 명승지 순례, 명상, 농사체험 등 고립된 귀농 마을이 아니라 도시민과 소통하는 열린 마을을 완성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현재 하동 악양면 공동체마을인 노전해솔마을에서는 함께 할 4세대의 구성원을 추가 모집 중이다. 오는 3월 18일 대상지 인근인 매암차박물관에서 현장설명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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