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전미옥 기자] “1더하기 1은 2보다 크다고 믿습니다. 사람은 하나보다는 둘이 나아야 합니다. 모두가 함께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경쟁보다는 협력이 답입니다.”
권용진 서울대병원 공공의료사업단 교수는 “의료공공성 향상을 위해서는 사회적 신뢰가 우선돼야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현재 의료시스템이 불통과 불신의 문제를 안고 있다”며 “의료체계에 있어 공공성이 높다는 것은 곧 소통이 잘 이뤄져야 가능하다. 불필요한 검사나 중복방문 등 의료 자원의 낭비는 줄이고 어려운 환자들에 게는 효과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특히 권 교수는 취약계층 환자들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돈이 없어서 병원에 못가는 환자들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가난한 사람들에게 병원 문턱이 너무 높다”며 “사회복지망을 통해 이들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공공의료의 핵심”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실제 권 교수는 서울시북부병원장으로 재직할 당시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들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301네트워크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끈 장본인이다. 301네트워크는 지역사회 내에서 어려운 환자를 발굴하고, 이들의 치료와 사회복귀까지 하나의 시스템을 통해 지원하는 보건·복지·의료서비스의 통합 지원체계다. 권 교수는 “어려운 환자들은 몸만 아픈 것이 아니다. 돈도 없을 뿐더러 치료를 받는 중에는 직장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과거에도 지원체계가 있었지만 의료, 복지 등 각각 분절된 상태로 지원됐기 때문에 효과가 부족했다. 환자들에게 드는 사회적 비용과 지원체계 묶어서 끝까지 해결해주는 방식의 플랫폼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301네트워크는 공공의료분야의 대표적 성공모델로 꼽히며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취약계층 환자들에게 관심을 두는 이유를 묻자 권 교수는 “종교적인 이유”라며 “예수님처럼 가난한 자의 편에서 일하겠다고 생각했다”고 명쾌하게 답했다. 최근 의료계 크고 작은 이슈들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 권 교수는 “조급해지지 말 것”을 의료계 동료와 후배들에게 주문했다. 그는 “사실 의사는 평범한 전문직 노동자다. 30대 중반이 넘어서야 돈을 벌게 되고 그러다보니 많은 동료들이 조급해하는 모습을 보인다. 시대는 계속 변하고 있고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문제는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된다. 조급해 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국사회에서 의사들은 지식인으로서 책임도 있다. 의사들에 부여된 사회적 역할 중 하나가 윤리·도덕 수준을 높이는 것”이라며 의사 사회의 자정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의 이력에는 눈에 띄는 점이 많다. 보건의료계 전문 언론사 창간에 참여하고, 대한의사협회 대변인, 서울대병원 정책교수와 서울북부병원장을 거쳐 최근 부임한 서울대병원 공공의료사업단 교수까지 다양한 행보를 거쳐 왔다. 또 의사인 동시에 법학박사이기도 하다. 흔치 않은 이력에 대해 그는 “시대상황에 충실하게 살아온 결과”라고 답했다. 이어 “의사로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활동이 환자를 보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필요한 일과 잘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그는 공공의료 분야의 정책연구와 개발 등 의료체계 공공성을 높이는 일에 매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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