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승희 기자] 자유한국당 대선주자인 홍준표 경남지사의 이른바 ‘막말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노이즈 마케팅’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에도 홍 지사의 입은 닫힐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홍 지사는 26일 KBS에서 주관한 ‘자유한국당 대선 경선 TV 토론회’에서 “좌파들이 해난사고를 정치에 이용한 지 3년이 지났다”며 “이것(세월호 인양)도 한 보름 할 것”이라고 발언했습니다. 이어 “노무현 정부는 뇌물로 시작해 뇌물로 끝난 정권”이라며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김정은과는 친구라 하더니 상대 정당은 청산해야 한다고 한다. 그것이 적폐 청산인가”라고 문 전 대표를 저격했죠.
홍 지사는 이날 서울 마포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당원 현장 투표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세월호가 대통령 선거 기간 중 떠올랐다. 그전에도 인양할 수 있었는데 왜 하필 이 시점에 인양을 진행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세월호 인양이 정치적으로 이용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입니다. 홍 지사의 세월호 참사 언급은 본격적인 인양이 진행된 지난 23일부터 시작됐습니다. 그는 지난 23일 자신의 SNS에 “더는 세월호 사건이 특정 집단의 정치적 목적에 활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글을 남겼습니다.
홍 지사가 계속 함부로 말하자 그를 향한 비난 여론도 거셉니다.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 권재근씨의 형 오복씨는 “홍 지사의 망언은 대꾸할 가치도 없다”고 반응했습니다. 또 다른 세월호 참사 피해자 유가족인 이금희씨 또한 “그런 망언을 할 만한 사람이 한 것이라 대응할 마음조차 없다”고 답했고요.
네티즌은 “상종할 인간이 못 된다” “진정한 막말꾼답다. 트럼프에게도 뒤지지 않을 것” “하필 이 시점에 인양한 게 의심스럽다고? 당신도 가족이 있을 텐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나” “이런 사람이 대선 후보라는 건 대한민국이 아직도 정치 후진국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거겠지” “천벌 받을 것” “설령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도, 언론에 대고 말하면 되겠어? 초상집에 와서 생떼 부리는 모습이 보기 좋진 않네” 등의 반응을 보였습니다.
야권의 비판도 잇따랐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대변인은 26일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어 “정치권에서 비난이 쏟아지고 기자들의 이목이 몰리니, (홍 지사는) 내일이 없는 인생을 사는 사람처럼 막말로 하루하루 하얗게 불태우고 있다”며 “천박한 언사로 얼마나 더 큰 죄를 지으려고 그러는가”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침몰 원인이 미궁인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이 어째서 정치적인가”라며 “홍 지사는 거울 앞에 서기 바란다. 그 거울 안에 누구보다도 세월호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사람이 들어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 또한 지난 22일 자신의 SNS에 “홍 지사의 막말과 기행이 눈 뜨고 못 봐줄 지경이다. 아이들 귀에 들어갈까 봐 걱정스러운 수준의 막말 퍼레이드를 펼치고 있다”면서 “한국 정치사에 별의별 인물이 다 있었지만, 홍 지사처럼 대놓고 민주주의와 국민을 깔보는 사람은 없었다”고 글을 게재했습니다. 심 대표는 “자유한국당은 홍 지사의 천둥벌거숭이와 같은 행태를 언제까지 지켜볼 것인가”라고 자유당에 경고하기도 했죠.
일각에서는 지지기반이 약한 홍 지사가 막말을 일삼는 것은 일종의 ‘전략’이라고 해석했습니다. 그가 노리는 것은 ‘언더독 효과(경쟁에서 뒤진 사람에게 동정표가 몰리는 현상)’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동정표를 얻기에는 홍 지사의 발언이 너무 자극적입니다.
또 홍 지사의 지지율 상승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대선 불출마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흩어진 보수층 표심이 홍 지사에게 잠깐 몰렸다는 것이죠. 즉, 자유한국당 내에서 보수층을 사로잡는 특정 후보가 없는 상황이 홍 지사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것입니다.
홍 지사는 막말 논란이 거듭되자 26일 열린 KBS 대선주자 경선 토론회에서 “내가 막말을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나는 사실을 조금 거칠게 표현하는 것일 뿐 막말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홍 지사의 해명에도 국민의 반응은 여전히 냉담합니다.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그가 대통령이 될 자격이 있는지는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물론 그의 거침없는 발언을 선호하는 유권자도 있을 것입니다. 다만 홍 지사가 정말로 대통령이 되고자 한다면, 이제는 전 국민이 원하는 바를 헤아려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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