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아빠는 딸' 뻔한 드라마는 그만큼 이상적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쿡리뷰] '아빠는 딸' 뻔한 드라마는 그만큼 이상적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기사승인 2017-04-06 07:00:00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때로는 뻔한 드라마가 사람을 뭉클하게 할 때가 있다. 영화 ‘아빠는 딸’(감독 김형협)은 이미 각종 영화와 TV드라마 등지에서 수백 번은 넘게 변주돼온 부녀지간의 트러블을 담았다. 영화가 다루는 부녀간의 애정은 뻔하고 예상 가능하지만, 그만큼 모두가 원하는 이상적인 그림을 그린다.

화장품 회사 재고처리팀의 만년 과장인 원상태(윤제문)는 딸 도연(정소민)을 대하는 것이 참 어렵다. 오로지 공부만 하면 되는 나이인데도 공부는 안 하고 자꾸 연애나 하는 딸이 야속하고, 그 쉬운 공부를 왜 안하는지 모를 일이다. 아빠인 자신은 꾸역꾸역 회사에 다녀가며 딸을 지원하는데 여념이 없는데, 도연은 아빠의 마음은 몰라준 채 “아빠 속옷과 내 속옷을 같이 세탁하지 말라”고 엄마(이일화)에게 소리나 지르고 있다. 기가 막힌다.

도연이라고 아빠가 좋을 리 없다. 적당히 중간선인 공부야 그렇다 치고, 17세 여고생인지라 하고 싶은 일도, 해야 하는 일도 너무 많다. 당장 짝사랑하는 선배가 있는 밴드 오디션에 합격하는 것이 도연 최대의 과제인데, 아빠는 그런 것도 모르고 제게 매번 공부하라는 잔소리나 하고, 듣기 싫어 헤드폰을 꼈더니 “아빠가 말하는 데 헤드폰이 뭐냐”며 급기야 헤드폰을 부숴버린다. 아빠와 눈도 마주치기 싫은 그 때, 아빠와 몸이 바뀌어 버린다. 기가 막힌 것은 이쪽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아빠는 고등학교를 다녀본 적이라도 있지, 도연은 회사에 가본 적도 없는데 느닷없이 과장 노릇을 해야 한다.

‘아빠는 딸’은 17세 여고생과 47세 아빠의 몸이 바뀌며 일어나는 천태만상 코미디를 가족애와 버무려 적절하게 섞었다. 모두가 예상할 만한 상황에서 아빠와 딸은 저마다 개성 만점의 반응을 보이며 사정없이 관객을 웃긴다. 두 사람의 몸이 바뀐 것을 모르는 주변 사람들 또한 변화에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어떻게든 적응해나가며 웃음을 유발한다. 다음 상황을 누구나 짐작할 수 있는 슬랩스틱 코미디가 웃긴 것과 같은 메커니즘이다.

가족애를 표방한 드라마가 감수해야 하는 진부함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연출을 맡은 김형협 감독은 영화의 호흡을 빠르게 조절해 최대한 지루함을 덜어냈다. 눈물은 짧고 웃음은 길다. 배우들은 적재적소에서 제게 주어진 역할에 맞게 활약하며, 에필로그마저 경쾌하다. 오는 12일 개봉. 12세가. 

onbge@kukinews.com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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