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존 조의 소신 발언, 유나이티드는 정말 인종차별을 안 했나

[친절한 쿡기자] 존 조의 소신 발언, 유나이티드는 정말 인종차별을 안 했나

존 조의 소신 발언, 유나이티드는 정말 인종차별을 안 했나

기사승인 2017-04-13 07:00:00

[쿠키뉴스=이은지 기자] 미국의 유나이티드 항공이 승객을 강제로 끌어내린 사건은 전 세계를 뒤흔들었습니다. 단순한 폭력 사건이 아니라 동양인을 상대로 한 인종차별 사건이라는 데에 초점이 맞춰졌죠. 유나이티드 항공이 끌어내리려 한 승객 네 명중 세 명이 동양인이었으며, 심지어 그 비행기에 탄 총 동양인은 단 세 명이었기 때문입니다. 모든 동양인이 차별의 타깃이 된 것이죠.

그러나 해당 사건을 단순 폭력 혹은 인권 문제로 보는 사람들이 늘며 논쟁에 불이 붙었습니다. 유나이티드가 행한 일은 어떤 사람에게라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으며. 그가 유색인종이어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는 논리죠. 당연하게도 해당 사건을 인종차별로 보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간에 격렬한 논의가 오갔습니다.

이 가운데 할리우드 스타들도 소신 발언에 나섰습니다. ‘헐크’로 유명한 배우 마크 러팔로부터 젠다야 콜맨 등이 유나이티드 항공사가 벌인 일에 유감을 표했습니다. 더불어 유나이티드 보이콧에 나서기도 했죠. 유명세가 있는 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들의 의견에 동의를 표했습니다. 그러나 같은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음에도 유독 공격받은 이가 있습니다. 바로 할리우드 배우 존 조입니다. 어릴 적 한국에서 자라 미국으로 이민을 간 존 조는 자신의 SNS를 통해 지난 10일 “이번 유나이티드 항공 사건은 트럼프가 만들어낸 환경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미국의 대통령으로 선출된 트럼프가 노골적인 인종차별을 표방하며 각종 차별정책을 펼치는 것을 겨냥해 유나이티드 항공사와 연관 지은 것입니다.

존 조가 이날 한 발언에 대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공격적인 답글을 달았습니다. 한 네티즌은 “미국에서 추방될 각오가 되었느냐?” 라며 노골적으로 비아냥거렸고, 대부분 존 조가 동양인이라는 사실을 빌미삼아 비꼬았습니다. 당황스러운 것은 백인인 마크 러팔로의 경우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지만 공격적인 답글은 몇 개 달리지 않았습니다. 그 중 존 조만이 유독 공격받고 있는 것입니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동양인인 존 조 또한 유명한 배우이고 미국의 기득권층에 속함에도 불구하고 인종차별의 타깃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백인들이 인종차별에 대해 목소리를 냈을 때는 옳은 말이지만, 유색인종이 인종차별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순간 피해의식 내지는 만용 정도로 인식되는 작금의 미국 의식을 보여주는 것이죠. 심지어 몇몇 네티즌은 그의 대표작인 영화 ‘스타트렉’에서 그가 맡은 역할인 술루에 대해 보이콧하겠다는 운동을 펼치기도 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스타트렉’은 우주를 배경으로 다양한 인종과 성별에 관해 평등의식을 내세워 가장 수준 높은 SF영화로 꼽힌다는 것입니다. 존 조는 유명인으로서, 또 작품에 참여한 배우로서 가장 합리적으로 옳은 행동을 했는데도 차별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셈입니다.

이쯤에서 우리는 차별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를 다시 한 번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트럼프가 차별정책을 펼치는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목소리를 낸 존 조. 대한민국의 우리들은 과연 존 조처럼 소신 있게 행동할 수 있을까요.

onbge@kukinews.com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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