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가하는 젊은층 화병(火病)…본인만의 스트레스 해소법 필요

증가하는 젊은층 화병(火病)…본인만의 스트레스 해소법 필요

기사승인 2017-04-22 00:10:00
[쿠키뉴스=송병기 기자] #대학 졸업 후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A(29·남)씨는 평소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의 소유자다. 하지만 취업에 대한 스트레스로 항상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 화가 나는 상황에도 주로 참고 지나가자는 생각에 숨이 막힐 것 같은 느낌도 자주 받았다. 마음속에는 감당할 수 없는 분노감이 계속 쌓이고 더 이상 화를 억누를 수 없다고 생각됐을 때 가족과도 불화가 이어졌다. 참을 수 없는 분노와 우울감에 병원을 찾았을 땐 이미 ‘울화병’ 즉 화병이 꽤 지속된 상태였다. 

A씨처럼 최근 20~30대의 젊은 층에서 ‘화병’이 크게 늘고 있다.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와 물질만능주의, 빈부격차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 분노 등이 청년 화병 확산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슴이 답답하거나 숨이 막히고, 급작스럽게 분노가 표출되는 것이 주요 증상으로 치료하지 않으면 우울증까지 동반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늘어나는 젊은층 화병(火病)

가부장적 사회분위기 탓에 중년층 이상의 여성에게 많이 나타났던 화병 발병연령이 젊어졌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화병(火病)으로 한방병원을 찾은 20~30대 환자가 6년 사이 1867명에서 2869명으로 53% 늘었다. 20~30대 남성 발병률이 2011년 387명에서 2016년 846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청년층의 주요 발병원인은 취업, 결혼, 직장생활 등 과도한 스트레스 환경이다.

강동경희대한방병원 화병·스트레스클리닉 김종우 교수는 “최근 취업, 결혼, 출산, 내 집 마련, 인간관계 등을 포기하는 5포 세대도 모자라 이제는 꿈과 희망까지 포기하는 ‘N포 세대’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며 “20~30대 청년들의 화병 증가는 취업난, 빈부격차, 극심한 경쟁문화 등에 따른 현대사회의 청년문제와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젊은 환자들은 주로 직장이나 학업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화병이 발병하는데,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상대적 박탈감에서 오는 마음의 갈등을 많이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방치 시 우울증, 분노조절장애 등 유발

만성적 스트레스 혹은 일시적인 스트레스이지만 제대로 해소할 길이 없는 경우에 생기는 각종 정신적 증상, 신경증, 신체질환을 통틀어서 화병이라고 한다.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답답함과 무기력이며,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분노 폭발이 있다.

증상이 반복되면 고질적인 양상을 보이게 된다. 처음에는 답답함에서 시작하지만, 점차 의욕 상실, 무력감을 호소하며 우울증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욕설, 폭력, 심한 짜증 등 분노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화병은 우선 침치료와 약물 치료를 통해 신체 증상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방치료를 통해 억누를 수 없는 화와 분노, 그리고 답답함이나 숨이 차는 양상 등을 조절할 수 있다. 스트레스 환경에 대한 개선도 무척 중요하다.

증상 개선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게 되면 스트레스를 주는 대상과 대화를 가지고 환경을 고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참고 지내는 생활이 결코 병을 낫게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명상 훈련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돌아볼 기회를 제공함으로서 초조하고 불안함을 안정시켜서 분노하는 나를 관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궁극적으로는 자신에 대한 통제와 조절을 통해 화병을 극복하게 된다.

김종우 교수는 “화가 날 때에는 본인의 감정과 생각을 정리한 후 그 내용을 솔직하게 분명히 상대방에게 털어놓는 등의 훈련이 중요하다.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본인만의 대안을 가지고 분노상황이 생길 때마다 적용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songbk@kukinews.com
송병기 기자
songb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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