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안철수 ‘MB아바타’ 발언…스스로 프레임 씌운 꼴

[친절한 쿡기자] 안철수 ‘MB아바타’ 발언…스스로 프레임 씌운 꼴

기사승인 2017-04-24 15:19:23

[쿠키뉴스=이승희 기자] 대선후보들이 합동 TV토론회에 출연해 설전을 벌였습니다. 이번 토론회에서도 네거티브 공방은 여전했습니다. 네티즌 대다수는 그중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를 최악으로 꼽았는데요. 특히 안 후보의 'MB아바타‘ 발언을 두고 성급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습니다.

23일 오후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로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3차 대선후보자 TV토론회에서 안 후보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민주당) 후보에게 “제가 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냐”고 물었습니다. 이어 “지난 대선 때 더는 이명박 정부의 정권이 연장되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 후보를 양보하지 않았나”라며 “그런데도 내가 MB 아바타인가”라고 강조했습니다. “항간에 그런 말도 있더라”는 문 후보의 대답에도 안 후보는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안 후보는 재차 “문 후보의 생각을 말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결국 문 후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죠. 이날 안 후보의 발언은 이 전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라는 의혹을 공식적으로 부인하기 위함으로 해석됩니다.

서 안 후보는 단설유치원 신설 자제 공약을 내놓은 뒤 ‘제2의 이명박’이라는 비난 여론에 휩싸였습니다. 홍익표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수석대변인은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안 후보가 국공립유치원의 신설을 자제하고 사립유치원을 지원하는 취지의 공약 발표로 그 자리에 모인 사립유치원 관계자들의 표를 얻어보려 했다”며 “그의 눈에는 우리나라 보육 현실도, 국공립유치원에 보내려는 애끓는 부모 심정도 보이지가 않고, 오로지 현장의 표만 보이는 것 같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보육의 사회적 책임도 시장으로, 일자리 문제도 민간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안 후보는 신자유주의의 뒷자리에 앉아있던 이 전 대통령을 꿈꾸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덧붙였죠.

같은 당 손학규 중앙상임선거대책위원장 또한 이 전 대통령을 언급했습니다. 손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KNN·UBC·TBC가 공동생중계한 국민의당 대선후보경선 합동토론회에서 “안 후보는 CEO리더십을 말하는데, CEO리더십의 대표적인 인사가 이 전 대통령”이라며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낙동강을 죽은 강으로 만드는 등 제대로 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안 후보와 이 전 대통령 사이에 연결고리가 존재한다는 의혹은 오래전부터 제기돼왔죠. 지난 2012년 11월14일 방송된 팟케스트 ‘너꼼수(그래 너는 꼼수다’에 출연한 출연진들은 이른바 ‘안철수 MB아바타설’을 주장했습니다. 박용섭 용기있는사람들 포럼 대표는 “이 양반(안철수)이 과학기술원 교수로 갔다가 서울대학교 융합대학원 교수로 간다는 것은 보통 뒤에 배경이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발언했습니다. 또 정광용 당시 바른뉴스 기자는 “청와대 직속 비공개위원회은 ‘신성장 10대 프로젝트’의 위원장이 안철수 원장”이라며 “안철수 신드롬이 확산되자 이명박이 기다렸다는 듯 ‘올 것이 왔다’고 했다. 안철수가 이명박의 아바타라는 설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는데요.

이를 의식한 듯 안 후보는 이 전 대통령과의 차이점을 강조해왔습니다. 안 후보는 지난 12일 오후 서울 성북구고려대학교 백주년 기념관에서 열린 특별강연에서 “대부분 CEO들은 상명하복식 리더십을 갖고 있지만 자신은 수평적 리더십”이라며 “독선적인 리더십과는 차이가 있다”고 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손금주 국민의당 선거대책위원회의 수석대변인도 지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요새 호남에서 ‘안철수=이명박’ 유언비어가 또 퍼지고 있다”며 “최초 작성자와 유포자를 찾아 책임을 묻고 형사고발 조치할 것”이라고 강하게 대응했죠.

3차 토론회에서 안 후보가 MB아바타를 언급한 것 역시 모든 의혹에 쐐기를 박으려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그러나 안 후보의 발언이 득보다는 실로 작용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입니다. 

조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같은 날 자신의 SNS에 “누가 준비했는지 모르겠으나 정치적으로 최악의 질문”이라며 “문재인의 부인(하는) 답변에도 불구하고, 이제 시청자의 기억에는 MB아바타란 단어만 남을 것”이라고 게재했습니다. 김어준 총수도 24일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네거티브 공세는 상대방이 해명해야 하므로 효과가 있는 것”이라며 “‘코끼리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코끼리만 생각난다”고 일침을 가했죠.

안 후보가 가장 원했던 것은 ‘MB'라는 꼬리표를 떼는 일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한동안 국민은 안 후보를 볼 때마다 MB아바타설을 떠올릴 것 같은데요. MB의 그림자를 지우고자 했던 안 후보의 욕심이 과했던 건 아닐까요?

aga4458@kukinews.com

이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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