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김성일 기자]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2018학년도 고교 입학전형 기본계획’(이하 고입전형안) 발표가 마무리됐다. 올해 발표된 내용의 특징으로는 ‘교육의 다양성 강화’와 ‘약자에 대한 보호와 배려’를 꼽을 수 있다. 더불어 다수의 교육청에서 고교 진학에 필요한 평가요소 및 절차를 간소화 한 것도 눈에 띈다.
◇ 소질·적성 전형 실시… 외국인 입학전형 확대
경남교육청은 일반고인 고성 중앙고와 창원 대산고에 학생의 소질·적성 중심 선발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남교육청은 관내 47개 특성화고에서 소질·적성 중심으로 신입생을 모집할 것이라 예고했다. 서울 역시 2016학년도부터 성적이 아닌 소질과 적성으로 특성화고 신입생의 37%가량을 선발해 왔는데, 올해까지 3년간의 성과에 대한 정책연구를 거쳐 비율을 더욱 높일 계획이다. 이정선 이투스me 진로진학센터장은 “중학교 내신 성적만으로는 판단이 어려운 학생의 ‘꿈과 끼’를 평가하겠다는 의도이자 학생이 지닌 수업 외 역량과 잠재력을 더욱 꼼꼼히 살피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또한 서울·경북 지역에서는 외국인 학생을 위한 입학전형이 신설됐다. 외국인과 함께하는 고등학교 생활을 통해 폭넓고 다양한 문화 교류의 장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도입의 이유다. 이러한 정책이 안착된다면 최근 늘어난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높이는 작용도 기대해 볼 수 있다.
이밖에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의 취업희망자 특별전형 확대에도 탄력이 붙었다. 2013학년도 약 2%에 불과했던 취업희망자 특별전형은 지난해 약 24%까지 늘었고, 올해는 전국적으로 27% 안팎의 인원을 선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교육청은 특성화고 취업희망자 특별전형을 전년 대비 2배 늘어난 30%로 대폭 확대해 직업 진로가 뚜렷한 학생의 특성화고 진학을 장려하기로 했다.
◇ 사회통합전형 확대… 학교폭력 피해자 우선 배정
대부분의 지역 교육청이 사회통합전형을 신설하거나 증원했다. 서울교육청은 서울국제고 모집정원의 30%를 사회통합전형에 할애했는데, 이는 전년에 비해 2배 늘어난 인원이다. 이와 함께 서울 지역 25개 자치구에서 1명씩 선발하는 기회균등전형을 신설함으로써 교육특구에 집중된 국제고 합격자를 서울 전역으로 분산하는 정책을 마련했다.
기존의 사회통합전형이 주로 특목·자사고에 치우쳤다면 올해는 그 영역이 매우 확장됐다는 점도 주목된다. 이로 인해 서울, 경기, 인천 등의 마이스터고에서 전체 인원의 5~10%를 사회통합전형으로 선발하게 되며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과 예산도 다각도로 지원할 예정이다.
약자를 배려하는 방법도 다양해졌다. 경남교육청은 평준화 지역 일반고에 대해 다자녀, 중증질환자, 원거리 농어촌 거주자를 우선 배정하며, 경북교육청은 관내 모든 고교에서 신청만 하면 사회통합전형을 실시할 수 있게 했다. 특히 올해 사회통합전형 전면 시범운영 지역으로 선정된 대전과 전남은 57개 일반고와 50개 특성화고에서 전체 정원의 5%인 754명을 사회통합전형으로 선발한다. 올해 시범운영 성과에 따라, 교육부는 2019학년도 입시부터 전국의 일반고로 확대할 방침이다.
학교폭력 관련자 고교 진학에도 달라진 점이 있다. 정부 방침에 의해 2012년부터 시행돼 온 학교폭력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 배정은 지속적으로 확산돼 왔다. 다만 고입전형안에 분리 배정 관련 내용을 명시해 원천적으로 배정을 봉쇄하느냐, 피해학생의 요구가 있을 때 분리 배정하느냐에 대한 차이는 존재했다. 올해는 울산교육청이 이들의 동일학교 배정 금지 조항을 전형안에 넣었다. 또한 인천교육청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같은 학년이 아니라도 분리 배정이 가능하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 간소화 정책 추진… 고입선발고사 폐지
일반고 진학은 지역에 따라 방식이 다르고 절차도 꽤 복잡하다. 일단 학생이 속한 지역이 평준화 지역인지 비평준화 지역인지에 따라 선발과 배정으로 나뉘며, 고입선발고사를 치르는 곳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지역도 있다. 현재 평준화 지역은 서울과 세종, 대전, 광주 등 4곳이며 나머지 지역은 평준화와 비평준화가 공존한다.
올해 발표된 고입전형안에 따르면 학생의 지원부터 최종 합격(또는 배정)까지 제법 간소화 된 지역이 있다. 먼저 고입선발고사 관련해 그동안 학생의 부담이 많았다는 지적을 반영해 올해는 전북과 충남의 고입선발고사가 사라졌다. 이로써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올해 고입선발고사를 실시하는 곳은 경북, 울산, 제주 총 3곳이다. 이 센터장은 “울산의 경우 고입선발고사를 폐지하기로 했다가 올해까지는 유지하는 것으로 다시 방침을 바꿨기 때문에 이 지역 학생과 학부모의 주의가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경기도와 부산의 내신 성적 산출평가도 폐지된다. 내신 성적 산출평가는 검정고시 및 특성화중 출신자의 내신 비교평가를 위한 별도의 시험인데, 이 역시 대상자들에게는 또 다른 부담이었다. 단, 내신 비교평가가 사라지면서 부산 지역 특성화중인 부산국제중, 브니엘국제예술중 졸업자들에게는 고입이 다소 불리할 전망이다.
일반고 지원이 복잡하기로 정평이 나 있던 충북 지역은 중학생의 지망 고교를 7개로 줄였다. 또한 전·후기 모집에 상관없이 석차연명부 작성기준일을 통일함으로써 학생과 학부모의 혼란을 줄이기로 했다. 울산교육청은 과학중점학교 신입생 선발 시 일반고와 동일한 방법으로 학생을 선발하고 1학년 수료 후 희망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경남교육청 관내 비평준화 지역 고등학교는 원서접수 기간 동안 1일 2회 이상 접수 현황을 공개해 지원자의 편의를 돕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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