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전미옥 기자] “아픈 아이 부모들은 내일을 생각할 겨를이 없어요. 아이 간병은 해야 하는데 치료비는 하루하루 눈덩이처럼 불어나죠. 가정이 순식간에 위기에 처합니다.”
길랭바레증후군 환아 보호자인 홍순금(47)씨는 아이가 10살이 될 무렵 진단을 받았다고 말했다. 길랭바레증후군은 말초신경에 염증이 생기는 급성마비성 희귀질환이다. 희귀병이 발병하고 나서 홍씨 가족은 평소와 같은 일상을 지속할 수 없게 됐다. 발병 1년 후 홍씨는 간병을 위해 직장을 그만뒀다. 한 동안 부부는 병원비를 벌어보려 간병인을 고용하고, 맞벌이를 지속했지만 부모가 없는 사이 아이 상태가 악화된 이후 홍씨는 20여년간 몸담아 온 직장을 나왔다. 홍씨는 “진단을 받고 나서도 의사표현은 곧잘 했었지만 그때 이후로 뇌병변이 나타나 현재는 대화가 어렵다. 아이 곁에 내가 있었다면 처치가 좀 더 빨랐겠고, 아이도 지금보다는 호전된 상태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중환자실 입원 당시 한 달 병원비가 2000만원 가까이 나왔다. 아이가 오래 아프면 병원비 문제부터 시작해서 돌파구가 안 보인다. 치료받을 시설도 마땅치 않다”고 덧붙였다.
중증·희귀난치성 아동가구의 의료비 부담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 아동 간병으로 인해 보호자가 직장을 그만두게 되면서 가구소득은 감소하지만, 의료비 지출이 늘면서 삶의 질 저하와 빈곤위험이 높아진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중증·희귀난치성 질환을 가진 18세 미만 아동이 있는 200가구를 대상으로 ‘의료비 과부담 실태’를 분석한 결과, 연평균 의료비는 총 2476만원으로 나타났다. 이 중 입원병원비는 1032만원으로 지출부담이 가장 높았다. 아동 질병 발병 이후 가구 소득도 줄었다. 가구원 내 유소득 경제활동 인구수가 감소한 경우는 52.8%, 주 경제활동자가 실직한 경우도 27.8%에 달했다. 이들 보호자들은 정부의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증·희귀난치성 아동가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가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대가 모이고 있다. 58개 시민사회 및 보건의료 사회복지단체가 함께 결성한 어린이병원비국가보장추진연대는 어린이 입원 병원비 전액을 국가가 보장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연대는 “어린이의 건강과 생명을 모금에 의존하지 말고 국가와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며 입원진료비 국가 보장안을 제시했다. 연대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만 15세 이하 어린이가 부담한 입원병원비는 1조7053억원이며 그 중 환자 본인부담금은 5152억원이다. 즉 환자 본인부담금에 해당하는 금액만 추가로 보장해준다면 중증질환 아동 가구의 병원비 걱정은 충분히 감소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명묵 어린이병원비국가보장추진연대 집행위원장은 “5152억원은 건강보험 누적흑자액 약 20조원 중 3%만 사용해도 충분히 보장 가능하다. 어린이 민간 사보험 규모가 1년에 약 4∼5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훨씬 적은 금액으로 어린이 병원비 걱정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선을 앞두고 대선주자들이 어린이 병원비 보장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대선 이후 에도 그 약속이 현실화될 때까지 지켜보고 촉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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