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희 기자 ▷ 네. 안녕하세요. 쿠키뉴스 이승희 기자입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키워도 포착은 언제나 키워드로 시작하죠. 이승희 기자가 오늘 제시해 주실 키워드는 무엇인가요?
이승희 기자 ▷ 네. 오늘 제가 제시할 키워드는, 대형서점의 도서관화 입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시내 대형서점을 자주 찾는 분들이라면 아마 중간에 큰 탁자가 놓인 것을 확인하셨을 텐데요. 그 전에는 서서 혹은 쭈그리고 앉아서 책을 읽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다소 불편했지만, 이제는 좀 더 편안하게 서점 내부에서 책을 읽을 수 있게 됐어요. 하지만 그에 대해 출판업계와 중소서점들의 입장과 반응은 다른 거죠. 오늘 그 내용, 또 각각의 입장. 천천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승희 기자, 현재 상황은 어떤가요? 상황부터 전해주세요.
이승희 기자 ▷ 네. 서울 종로구 소재 대형서점 3곳을 둘러보면, 서점이 마련한 독서 공간은 물론이고요. 통로 사이사이까지 독서 삼매경에 빠진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그 연령대 역시 다양해, 아이들부터 2,30대 젊은 층, 장년층도 찾아볼 수 있고요. 얼마 전, 대형 탁자로 마련된 독서 공간은 아예 남는 자리가 없을 정도입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원래 서점은 책을 파는 곳이잖아요. 독자들도 서점에서 책을 구매해, 집에 가서 보면 좀 더 편하게 읽을 수 있을 텐데, 왜 굳이 서점에서 읽는 건가요?
이승희 기자 ▷ 형편이 넉넉지 않은 학생들의 경우, 사고 싶은 책을 다 살 수 없는 형편이라 서점에서 책을 보는 경우가 많고요. 아이들과 함께 오는 경우는, 아이들에게 독서 습관을 들이기 위해 일부러 들러 책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대형서점이 시내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저녁 약속을 위해 근처를 찾았다가 시간을 때우기 위해 들리는 경우도 있고요. 비슷한 내용의 책을 비교해본 후 하나만 선택해 구매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여러 이유로 대형서점 내에서 책을 읽게 되는데요. 저를 비롯해서 아마 한 번쯤은 대형서점 내에서 책 읽기를 경험해보신 적 있으실 거예요. 그런데 이런 모습들을 안 좋게 보는 경우도 있어요. 먼저 출판업계인데요. 출판업계에서 보기에는 이런 상황이 한 마디로, 꼴 보기 싫다는 거죠?
이승희 기자 ▷ 그렇습니다. 앞서 SNS에 관련 내용을 올린 한 출판사 대표의 말에 따르면, 서점에 비치된 책들은 출판사가 팔기 위해 가져다 둔 것이지, 읽고 가라고 둔 책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는데요. 무엇보다 고객 손때가 묻어 책이 더러워지면, 서점은 손해 한 푼 없이 반품한다는 게 문제라고 합니다. 그러니까 대형서점은 남의 책으로 생색내면서 독자 서비스를 베푸는 양 하지 말라는 것이죠.
이승연 아나운서 ▶ 출판사 대표로서의 울분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네요. 안타까워요.
이승희 기자 ▷ 그렇죠. 출판계에 따르면, 이런 이른바 서점의 도서관화는 출판사에 분명한 손해가 될 수 있습니다. 다 읽은 책을 사지 않아서만이 아니라요. 서점에서 사람들의 손때가 묻은 책들이 그대로 출판사에 반품되기 때문입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그 입장. 충분히 이해가 가요. 그럼 다른 출판사들도 마찬가지 입장을 보이고 있나요?
이승희 기자 ▷ 출판사들은 대체로 동조하는 분위기입니다. 위탁 판매로 서점과 거래하는 출판사 입장에서는 고객 손때가 묻어 팔리지 않은 책들이 그대로 돌아오는 게 달갑지 않은 게 당연하잖아요. 또 무엇보다 독서 공간을 늘리면서 상품을 진열할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든 것도 불만이 됩니다. 책이 발견될 확률이 줄어듦으로써, 판매도 자연히 낮아졌다는 것이죠.
이승연 아나운서 ▶ 아, 그런 부분도 있군요.
이승희 기자 ▷ 네. 실제로 2015년 광화문 교보문고에 최대 100인이 이용할 수 있는 독서 탁자가 설치되면서, 약 5만권의 책이 매장에서 사라졌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그렇네요. 출판사 입장에서는 골이 날 수밖에 없겠어요. 대형 서점의 매대는 많은 출판사가 책을 올리고 싶어 하는 곳인데, 그 공간을 줄이면 당장 매출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으니까요.
이승희 기자 ▷ 그리고 거기에 좀 덧붙이면요. 사실 대형서점의 매대에 오른 책 중에는 베스트셀러도 있지만, 이른바 자릿세, 매대 광고비를 지불한 것도 있습니다. 실제로 서울 광화문과 강남 일대 대형 서점 매대의 한 달 광고비는, 위치와 지점에 따라 적게는 60만원에서 70만 원에서, 많게는 300만원에서 400만 원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고요.
이승연 아나운서 ▶ 매대에 올려 있으면 아무래도 한 번 더 들쳐보게 되는 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그렇게 광고비까지 지불하게 되는지는 몰랐네요. 이 기자, 그렇게 대형 서점 매대에 노출된 책은 확실히 더 잘 팔리나요? 얼마나 팔리는지 궁금해요.
이승희 기자 ▷ 판매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3월과 4월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 기대되는 신간 매대에 오른 책의 판매 실적을 살펴봤는데요. 이 매대는 프레젠테이션 경쟁을 통해 선발된 소형 출판사의 책을 광고해주는 코너고요. 대부분 광고와 마케팅을 하지 않아 순수한 매대 효과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각 출판사 취재 결과, 이 매대에 책을 올린 대다수 출판사는 판매 실적에서 큰 효과를 얻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달과 비교해 해당 매장에서 10권 이상 책 판매가 늘었다고 답한 출판사는 드물었고요.
이승연 아나운서 ▶ 그러니까 매대에 올려져 있다고 해서, 다른 책보다 더 잘 팔리는 건 아니라는 거네요?
이승희 기자 ▷ 그렇습니다. 다만, 요리책 같은 일부 실용서와 아동책은 다른 책보다 실적이 좋았는데요. 이 경우도 매장 내 판매는 대부분 30권을 넘지 못했습니다. 교보문고 관계자에 따르면, 3, 4월은 학기 초라 아동도서 수요가 있었고, 또 매대가 계산대 옆이라 인문도서보다는 가벼운 실용도서가 눈에 띈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매대 위치도 영향이 있다는 거군요. 그럼 출판사 입장은 어떤가요? 광고비까지 지불하고, 서울 주요 대형 서점의 매대에 책을 올려본 출판사들은 매대 효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요.
이승희 기자 ▷ 대부분 회의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다른 광고 혹은 마케팅이나 특별한 계기 없이 매대 광고만 의존해서는 판매율 상승을 기대할 수 없다는 건데요. 한 인문도서 출판사 대표는, 유명 저자의 책이나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오른 책, 언론에서 호평을 받은 책은 매대 광고를 하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 있지만, 대형 서점 매대 노출만으로는 광고비의 절반도 못 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출판사는 매대를 이용한 광고를 하는 건데요. 이 기자, 출판사들이 그 효과에 대해 회의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매대 광고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승희 기자 ▷ 출판사 입장에서는 대형 서점의 매대 광고를 통해 출판사의 인지도를 높이거나 장기적인 입소문 효과를 기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한 대형 출판사 마케터는, 매장에서 당장 책을 사지 않겠지만 언젠가는 책을 구입할 잠재적 독자에게 노출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하기도 했고요.
이승연 아나운서 ▶ 바로 구매를 기대하지는 않더라도, 장기적인 효과를 노려보는 것이군요. 그럼 그 외에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경우도 있나요?
이승희 기자 ▷ 매대 광고를 대형 서점과의 원활한 관계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는 출판사도 많습니다. 주로 예술도서를 내는 한 출판사 마케터에 따르면, 매대 광고를 했던 책은 광고 외적으로도 서점에서 노출해주는 빈도나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는 걸 느낀다고 답했는데요. 그런 부분들을 노리고 일부러 매대 광고를 마케팅으로 이용하는 것이죠.
이승연 아나운서 ▶ 네. 대형서점의 매대 광고 효과에 대해 잠시 살펴봤는데요. 이렇게 대형서점과 출판사의 관계는 좀 미묘하고 복잡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대형서점이 갑, 출판사를 을이라고 규정하는 이유도 어느 정도는 알 것 같고요. 이제 다시 서점의 도서관화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 볼게요. 이승희 기자, 오늘의 논점이죠. 그러니까 서점에서 공짜로 책을 볼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는 자체가 위험하다는 의견이 있어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이승희 기자 ▷ 그 내용 역시 출판업계의 공통된 생각입니다. 대형서점들은 출판사들로부터 책을 위탁받아 판매합니다. 주문한 양보다 팔린 양이 적어 재고가 쌓이면 보관하거나, 출판사로 돌려보내게 되는데요. 그리고 여기에는 견본처럼 진열된 책들이 포함된다는 것이 출판계의 증언입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그 분위기 자체가 위험한 이유 역시 그렇게 공짜로 읽은 책들이 결국 돌아가는 곳은 출판사이기 때문이라는 거죠. 그럼 앞서 SNS에 올린 출판사 대표의 글에 대해 반응은 어땠는지도 궁금해요. 한 대형서점에 들릴 때마다 뿔이 난다는 내용이 약간은 논란이 될 수 있었는데, 어땠나요?
이승희 기자 ▷ 해당 글에는 많은 댓글이 달렸는데요. 거기에는 견본 책은 서점의 서비스인 줄 알았다, 서점이 훼손된 책을 책임지는 줄 알았다, 교보가 독서 테이블을 만든 후 내가 운영하는 서점에서도 책을 마구 접어보는 사람들이 생겼다는 등, 또 이런 뒷이야기를 전혀 몰랐다는 소비자들의 댓글들이 달렸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저도 그 책임에 대한 부분은 잘 몰랐어요. 하지만 서점이 책임지든, 출판사가 책임지든 소비자들의 책 훼손 등 잘못된 행동은 분명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잠시 후 살펴보기로 하고요. 먼저 서점의 입장 역시 들어봐야겠어요. 대형서점들의 입장은 어떤가요?
이승희 기자 ▷ 대형서점들은 한 마디로, 억울하다는 입장입니다. 독서 공간 마련 후에 출판사 피해가 심각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죠. 더구나 손님이 이용하는 과정에서 책이 심하게 망가졌을 경우, 견본 스티커를 붙여 서점에 비치하는 등 나름의 대안도 가지고 있다는 건데요. 그렇게 노력하는 만큼, 출판사에게 피해를 고스란히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에는 전적으로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대형서점 입장에서는, 대형 테이블 등 독서 공간 마련으로 인해 출판업계에 특별한 피해를 주지 않고 있다는 거죠?
이승희 기자 ▷ 네. 그렇죠. 또 상당수 고객이 책을 읽으러 왔다가 사기도 하고, 서점이 문화 공간으로 변화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독서 인구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출판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거란 분석도 하고 있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그러니까 서점들은 자신들이 설치한 독서 테이블이 일방적 갑질은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는 것이군요
이승희 기자 ▷ 네. 오로지 독서 테이블 때문에 출판사 피해가 심각해졌다고 보기 어렵고, 또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심하게 망가진 책은 반품하지 않고 견본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거죠. 독서 테이블 덕분에 서점은 문화 공간이라는 이미지가 생기는 데서 오는 이익 역시 서점 뿐 아니라 출판계 전체에 전달된다는 것이 서점 측의 주장입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이미지에 대한 부분은 어느 정도 공감이 가요. 실제로 독서 테이블들은 다리를 쉬어가고 싶은 이들의 휴식 공간으로도 쓰이기도 하니까요. 또 책을 읽는 사람들이 줄고 있는 현실에서 대형서점은 제 2의 도서관으로 불릴 만큼, 책을 읽는 사람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고요. 사실 보기에는 좋거든요.
이승희 기자 ▷ 그 부분에 대한 의견도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소설가 정이현은 테이블에서 책들을 함부로 다루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면서도, 사람들이 책과 멀어지고 있다는 시대에 그 곳. 즉 대형서점이 여전히 든든한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또 소비자들 역시, 책을 미리 봐야 사는데 출판사에도 좋은 거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고요. 책을 읽기만 하고 안사는 행동에 대한 비판은, 때로 안 살 거면 나가라 식의 불친절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대형서점의 도서관화에 대해 출판사의 입장, 서점의 입장까지 들어봤는데요. 이제 대형서점을 이용하는 독자들의 의견 역시 안 들어볼 수가 없어요. 소비자들이야 말로 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잖아요. 이승희 기자, 독자들의 의견은 어떤가요?
이승희 기자 ▷ 독자들의 의견은 분분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훑어보고 구매 여부 결정할 수 있으니 독자, 서점, 출판사 모두에게 좋은 것 같다며, 독서 공간 마련에 환영하기도 하고요. 또 손때 묻은 책을 누가 사겠냐는 부정적 시선도 만만치 않은데요. 일단 대형서점이 유리한 위치에 있는 만큼, 샘플용 책을 따로 구매해 출판사 피해 최소화에 앞장서야 한다는 대안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네. 소비자들로부터 이 문제에 대한 대안까지 제시되고 있군요. 그리고 서점이 도서관이냐. 이에 대한 문제 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에요. 예전부터 꾸준히 논란이 되고 있죠?
이승희 기자 ▷ 네. 정말로 일부러 책을 읽기 위해 서점을 찾는 소비자들은 이전에도 비난의 대상이 됐었습니다. 책을 공짜로 보려는 자체가 잘못이라는 이유, 오랫동안 특정 책이나 특정 자리를 독점하면서 다른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이유에서죠.
이승연 아나운서 ▶ 목적이 정말 공짜 책을 읽기 위함이라면, 당연히 피해를 줄 수 있을 텐데요. 실제로 그에 대한 구체적인 피해 통계가 나와 있는지 궁금해요.
이승희 기자 ▷ 늘어난 독서 공간으로 책 판매가 늘었는지 줄었는지, 혹은 출판사 피해가 커졌는지 변화가 없는지 입증할 데이터는 아직 없습니다. 다만, 자조 섞인 목소리만 불황인 출판 시장에 울려 퍼질 뿐이죠. 이 모든 일은 책 안 읽는 사회에서, 책이 너무 안 팔려서 일어나는 일들 아니냐고 말하는 의견도 있고요.
이승연 아나운서 ▶ 그럼 이 공짜 독서는 법적으로도 별 문제가 없는 건가요?
이승희 기자 ▷ 네. 없습니다. 저작권법에 따르면, 저작물을 영리 목적이 아닌 개인적으로 이용하거나 가정이나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이용하는 경우 이를 복제할 수 있다고 되어 있거든요. 그러니 개인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개인 SNS나 블로그에 올리는 것은 저작권법에 위반됩니다. 그러니 그 부분만 지키고 대형서점에 와서 혼자 책을 읽는 것은 법상 문제가 되지 않죠.
이승연 아나운서 ▶ 네. 하지만 언제까지 출판사와 대형서점의 대립을 두고 볼 수는 없어요. 대형서점의 횡포라는 의견도 많고요. 또 자신이 살 책이 아니라고 함부로 다루는 일부 독자들의 행동도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이승희 기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되고 있는 대안이 있나요?
이승희 기자 ▷ 앞서도 잠시 언급했었는데요. 대안으로 대형서점들이 견본 책을 정책적으로 구매하라는 것이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대형서점이 유리한 위치에 있는 만큼, 샘플용 책을 따로 구매해 출판사 피해 최소화에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죠.
이승연 아나운서 ▶ 그러게요. 어차피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과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도 대형서점 측이니, 일부 견본 책을 만들어 그 책만을 읽게 해주는 것도 한 방법인 것 같아요. 그리고 또 어떤 대안이 제시되어 있나요?
이승희 기자 ▷ 서점의 도서관화 현상의 핵심은, 서점이 아닌 도서관에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책을 읽고 싶어 하는 독자들이 서점으로 모이는 이유로, 도서관이 서점에 비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하는데요. 동네 서점이 필요하다는 논지의 글을 보면, 거의 예외 없이 동네에 서점이 필요한 이유가 아닌, 동네에 도서관이 필요한 이유들이거든요. 그러니 책에 무료로 접근하고 싶다면, 독자이기 전에 주권을 가진 시민으로서 도서관 확충을 위해 정부 정책에 영향을 미쳐야 합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맞아요. 책을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읽을 수 있는 도서관이 없다는 것도 문제죠. 이야기가 나온 김에, 그 관련 내용도 살펴볼게요. 최근 책을 도서관이 아닌 동네 서점에서도 빌려볼 수 있다고 하던데. 어떤 제도인가요?
이승희 기자 ▷ 공공도서관에서 인기 있는 신간 서적을 빌리려면, 길게는 한 달을 기다려야 합니다. 하지만 경기도 부천시에서는 앞으로 읽고 싶은 책을 도서관이 아닌 동네 서점에서도 바로 빌려 볼 수 있는데요. 모바일 앱 등을 통해 부천시 산하 도서관 홈페이지에 접속한 뒤 읽고 싶은 책을 신청하고, 부천 시내 9개 동네 서점에서 해당 책을 바로 빌릴 수 있는 제도고요. 이 책은 모두 새 책입니다. 동네 서점에서 책을 대여해 다 읽은 후에는 해당 서점에 다시 반납하면 되며, 대출 기간은 2주입니다.
이승연 아나운서 ▶ 서점에서는 그 책을 어떻게 하나요? 빌려줄 때는 새 책이었지만, 받을 때는 새 책이 아니잖아요.
이승희 기자 ▷ 이후 해당 서점에서는 그 책을 부천시내 11개 공공 도서관에 보내고 대금을 받게 됩니다. 그러니까 동네서점 입장에서도 반대할 이유가 없는 제도죠. 이 서비스는 경기 용인시가 먼저 시작했고요. 경기 안산시와 오산시, 전남 여수, 나주시, 경북 포항시 등도 지난해부터 이 운영 중입니다. 시민들이 좋아하고 동네서점 매출도 늘어나기 때문에 반응이 좋은 제도죠.
이승연 아나운서 ▶ 네. 좀 더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됐으면 좋겠네요. 오늘 키워드 포착에서는 서점의 도서관화라는 주제로, 대형서점에 설치된 독서 공간을 두고 출산업계와 서점, 독자 사이에서 벌어진 논란에 대해 살펴봤는데요. 물론 책을 읽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건 환영할 만할 일입니다. 하지만 새 책을 깔고 앉거나, 훼손하는 등 일부 민폐 고객으로 인해 출판사와 대형서점이 손해를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소비자의 양심 있는 행동이 필요해보입니다. 키워드 포착 마칩니다. 이승희 기자, 오늘도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이승희 기자 ▷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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