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준범 기자] 배우 고소영의 입에서 아쉽다는 말이 자꾸만 나왔다. 드라마 종영 인터뷰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그만큼 10년 만의 복귀작에 거는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지난 12일 서울 강남대로 한 카페에서 만난 고소영은 최근 종영된 KBS2 ‘완벽한 아내’에 대한 아쉬움을 길게 늘어놨다. 단순한 불만 제기는 아니었다. 어느 시점부터 자신이 기대했던 것과 어떻게 달라졌는지, 시청자들은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댓글 반응을 하나하나 언급하며 꼼꼼하게 되짚었다. 왜 처음과 달라질 수밖에 없었는지 제작진 입장에서 생각해봤다는 이야기도 꺼냈다.
“시청률을 떠나서 드라마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어요. 초반에는 새로운 장르와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호평이 있었죠. 하지만 중반부에서부터 재복의 캐릭터가 힘이 빠지는 것 같아 아쉬웠어요. 8회부터 감독님에게 계속 물어봤어요. 재복이는 어디로 가냐고요. 재복이의 가정도 흔들리고 새롭게 사랑에 빠지는 것도 말이 안 되니 갈 곳이 없더라고요. 이렇게 해서 20회까지 어떻게 갈까 싶었죠. 결국 제작진도 그 해답을 못 찾지 않았나 싶어요. 감독님도 미안하다고 하시더라고요. 너무 안타까웠어요.”
‘완벽한 아내’는 시작 전부터 고소영의 드라마로 알려졌다. 첫 방송을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고소영이 홀로 참석해 2007년 SBS 드라마 ‘푸른 물고기’ 이후 10년 만에 복귀를 알렸다. 또 결혼 이후 오랜만에 컴백한 다른 여배우들과 달리 억척스런 아줌마 역할을 맡아 시청자들의 호평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10년 만의 컴백’이라는 타이틀은 부담스러웠어요. 언론에서 그렇게 써주셔서 감사한 반면에 부담스러운 면도 있었죠. 오랜만에 나오는데 화려하고 예쁘게 꾸리면 별로 예뻐 보이지 않았을 것 같았어요. 그동안의 제 인생 경험을 녹이기 위해 나이에 맞는 역을 하는 게 좋겠다 생각했죠. 처음엔 ‘어울리겠어?’ 했던 팬들도 나중엔 저를 재복이라고 불러줘서 좋았어요. 10년의 공백으로 느껴지는 거리감이나 ‘고소영’이라는 이름의 특정한 이미지를 탈피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어요. 이번 드라마에서도 예쁘게 보이려고 한 장면은 하나도 없었죠.”
남편인 배우 장동건의 반응도 고소영과 다르지 않았단다. 두 사람 모두 배우인 만큼 예민한 부분이 있어서 직접적인 조언을 듣지는 못했다. 하지만 함께 드라마를 모니터하면서 그의 답답한 마음을 느끼기도 했다.
“뭔가를 쉽게 조언해주진 않았어요. 조언한다는 게 서로에게 예민한 부분이잖아요. 처음엔 이런 역할이 안 어울릴 거 같았는데, 새로운 이미지로 잘 됐다는 얘기를 했어요. 매력적으로 느꼈고 재미도 있다고요. 하지만 마지막에는 캐릭터에 대한 아쉬움을 저와 똑같이 느끼는 것 같았어요. 같이 모니터를 하면 신랑도 약간 답답해하는 것 같더라고요. 한숨을 쉬기도 하고요. 사실 집에서 드라마를 볼 시간이 없어서 같이 모니터를 자주하진 못했어요. 이동할 때나 촬영 중간에 혼자 휴대전화로 보는 경우가 많았죠.”
고소영의 컴백은 1회성이 아니다. 앞으로도 육아와 작품 활동을 병행하겠다는 생각이다. ‘완벽한 아내’를 통해 기존 고소영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재복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얻은 것처럼, 다음 작품에서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각오가 느껴졌다.
“재복이는 성격이 좋은 캐릭터였어요. 그래서 자연스러운 연기를 할 수 있었죠. 애드리브를 하면서 연기의 새로운 매력을 느끼기도 했고요. 또 액션 연기 욕심도 생겼어요. 대역이 준비돼 있었는데도 자동차로 추격하는 장면을 전부 직접 운전했죠. 몸을 쓰는 연기의 매력도 있더라고요. 지금 저를 재복이라고 불러주는 것처럼 극 중 이름으로 사랑받는 작품을 빨리 보여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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