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어떻게 가르칠까’ 철학 정립 필요
교사 역량 올리는 사전 체계도 도입돼야
[쿠키뉴스=김성일 기자]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하기 위해 ‘미래 인재’ 양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하루 빨리 낡은 교육 시스템을 개선하는, 이른바 ‘교육 개혁’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무엇보다 교육의 본질을 되살리는 방향으로 개혁 과정이 전개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대한민국의 교육 철학에는 언제나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왜 가르치고 또 가르침을 얻은 학생들은 어떤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을 놓고 그 대답의 끝은 입시 경쟁에 치우친 현실에 갇혀있기 때문이다. 교육 개혁이 단순히 수능제도를 바꾸거나 학제를 개편해 이뤄낼 수 없다는 교육계의 의견은 보다 본질적인 것, 다시 말해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에 대한 고민으로 통한다.
권대봉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교에 가는 목적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현재로선 중학교는 고등학교를 가기 위해 있고, 고등학교는 대학교에 가기 위해 있는 것일 뿐”이라며 “역량과 비전을 가진 인재를 양성하자는 구호만 크고, 정작 이를 지탱할 교육 철학은 정립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가령 의무교육 과정인 중학교는 민주시민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바탕을 교육과정 안에 담아야 하며, 고등학교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존감을 가질 수 있는 교육을 펼쳐야 한다는 얘기다. 권 교수는 “철학이 없는 한 창의력이나 소질, 적성에 따른 교육이 일선 학교에서 실천되기는 어렵다”면서 고교 졸업을 앞두고 마지막 2년간 학생이 중점과목을 선택하고 학교는 해당 과목에 대해 2배에 달하는 시간과 점수를 지원하고 반영하는 독일 시스템을 ‘철학 실천’의 본보기로 들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을 지낸 김성열 경남대 교육학과 교수 역시 현 입시 위주 교육으로 인한 폐단을 거론하며 “학생 선발을 목적으로 한 평가 중심 체제를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김 교수는 “학생들의 배움에 대한 관심을 연속적으로 이끌고 이어가면서 관련 경험을 확장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 논의돼야 한다”며 “최근 주목받는 학습자 맞춤형 수업 등이 실효를 거두려면 학생들의 학습 동기와 함께 학습을 받아들일 수 있는 준비도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지난 1957년 소련이 세계 첫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를 쏘아 올렸을 때 충격을 받은 미국이 국가 개조 프로젝트를 시행하는 와중에 교육의 본질에 집중하는 ‘학문 중심’ 교육제로 체제 전환을 꾀한 사례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지식의 본질을 알고 재구성해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하는데 이런 점을 소홀히 다뤘던 것이 사실이다”라고 부연했다.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소장은 “전체 교육과정을 흔들고 좌우하고 있는 것이 바로 평가 시스템이다”라며 “평가와 서열화된 결과로 귀결되는 체계를 개선해야 학생이 참여하는 수업이 궁극적으로 가능해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점수로 학생을 구분짓는 상황에서 역량 및 성취도 파악은 쉽지 않다. 객관식·지필식 상대평가는 대부분 지식 전달을 목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많은 지식을 효율적으로 전하려다 보니 주입식·암기식 교육의 부담을 늘상 떠안고 있다.
안 소장은 “‘좋은 수업’은 현재의 수업방식을 반대로 적용하면 될 것이다”라면서 “수학 과목에서 가장 중요한 게 사고력, 문제해결력인데 교과를 통해 이 같은 능력을 키워줄 수 있다면 수학 수업의 중요한 목표가 달성됐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미래 인재’ 육성 또한 학교 수업에서 시작된다. 같은 것을 바라보도록 같은 교육을 시키고 난 뒤 독창적이고 열린 생각을 지닌 인물을 찾는 어불성설은 이제 접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개개인의 가치를 우리의 교육 시스템이 얼마나 잘 발현시킬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직면한 셈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교사의 역량을 끌어올리는 일은 필수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또 교사들이 제대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근무 여건을 조성하는 일도 필요하다. 송병국 한국진로교육학회장(순천향대 청소년교육상담학과 교수)은 “새로운 변화 속에서 교사들의 맞춤형 교육이 실행될 수 있도록 양성기관 등을 통한 체계적인 사전 준비 과정이 있어야 한다”며 “교사가 바뀌기 위해서는 해당 축적 기간을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송 회장은 “현재 교사들은 학교 안에서 수행해야 일들이 늘어 수업 준비에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 역시 해소해야할 문제다”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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