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이은지 기자] 우리는 윤동주 시인을 안다. 그러나 박열 열사는 모른다. 일제 치하의 독립 운동을 벌인 열사들은 수없이 많지만, 그만큼 이름 없이 스러져 간 이들도 허다하다. 이준익 감독은 이름 없이 치열하게 싸웠던 열사들에 주목했다. ‘박열’이다.
영화 ‘박열’은 1923년 도쿄, 6000명의 조선인 학살을 은폐하려는 일제에 정면으로 맞선 조선의 불량 청년 박열과 그의 동지이자 연인인 후미코에 관한 실화를 그렸다. 이준익 감독의 열두 번째 작품이다. 시대극 잘 만들기로 소문난 그의 새로운 시대극이기에 기대하는 시선도 많다.
25일 서울 메가박스 동대문점에서 열린 영화 ‘박열’ 제작보고회에서 이준익 감독은 영화를 만들게 된 배경에 관해 “전작 ‘동주’의 윤동주 시인은 많은 이들이 알지만, 박열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나 역시 잘 몰랐다”고 말문을 열었다. 20여년 전 아나키스트들에 관해 공부 중 박열 열사를 접했다는 이준익 감독은 “‘동주’의 송몽규를 이용했던 것처럼 박열을 들여다보고 싶었다”며 “박열의 곁에 있던 가네코 후미코라는 인물에 주목한 영화다. 90%의 실화를 가지고 고증해 만든 영화”라고 밝혔다.
더불어 자신이 ‘박열’을 만들며 느낀 일본의 역사관에 관해 “피해자 코스프레만 한다”고 일침했다. 일본은 그간 세계에 막대한 피해를 끼쳐왔으나 자신들이 피해자라는 입장만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준익 감독은 “일본은 가해자로서 인정과 반성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며 “우리가 일본을 보는 시선은 좀 더 정교해져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박열’ 또한 그 당시의 일본을 취재하고, 실화를 기반으로 섬세하게 만들어낸 영화라는 것.
주인공인 박열을 맡은 이제훈은 부담감이 크다. 첫 번째는 이준익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 그리고 독립투사 박열을 잘 그려내야 한다는 부담감이다. 자리에 함께한 이제훈은 “그간 감독님의 작품을 보며 꼭 한번 함께하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다”며 “감독님의 세계 안에서 연기를 펼쳐보고 싶다는 열망도 있었다”며 출연 계기를 밝혔다. 영화 속 연기에 관해서도 “연기하기 쉬운 캐릭터는 아니었지만, 이준익 감독님 덕에 두려움을 극복하고 영화에 뛰어들 수 있었다”며 “정신적인 지주가 중요하다는 것을 많이 느꼈는데, 이준익 감독님 덕분에 박열을 잘 받아들이고 소화할 수 있었다”고 이준익 감독에게 감사를 전했다.
영화 ‘박열’은 오는 6월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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