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최강희 “대본 받았을 때는 시청자, 추리 풀었을 때는 설옥이었어요”

[쿠키인터뷰] 최강희 “대본 받았을 때는 시청자, 추리 풀었을 때는 설옥이었어요”

최강희 “대본 받았을 때는 시청자, 추리 풀었을 때는 설옥이었어요”

기사승인 2017-06-06 00:00:00


[쿠키뉴스=이준범 기자] “이런 드라마가 있을 줄 몰랐어요.”

최근 종영된 KBS2 수목드라마 ‘추리의 여왕’에서 유설옥 역을 맡은 배우 최강희의 말이다. 요즘엔 연애나 불륜 같은 소재 대신 자신의 삶과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드라마를 만나기 어렵다는 얘기였다. ‘추리의 여왕’이 그 흔치 않은 드라마 중 하나라는 자부심이 묻어났다.

지난달 31일 서울 학동로 한 카페에서 만난 최강희는 드라마와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종영 이후에도 아쉬움이 커서 나오지 않을 17부 대본을 기다리기도 했다. 설옥이 무엇을 하는지 궁금한 마음에 실연당한 사람처럼 하루를 앓기도 했다. 그런 ‘추리의 여왕’을 선택하게 된 계기를 묻자 최강희는 라디오 작가 출신의 친구 덕분이라고 고백했다.

“친구와 대본을 같이 봐요. 대본 보는 걸 워낙 좋아하는 친구거든요. 제가 로맨틱 코미디 대본을 들고 가서 괜찮지 않냐고 했는데 무시당한 적도 있어요. 그러다가 정말 재미있다고 추천받은 대본이 ‘추리의 여왕’이었어요. 보통 자기가 책임지기 싫어서 그렇게까지 하진 않는데 ‘이건 꼭 했으면 좋겠다’고 강하게 얘기하더라고요. 사실 전 추리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하지만 집에서 남 눈치 보고 신경 많이 쓰는 설옥이는 저와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저도 다른 사람의 감정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거든요.”


최강희는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촬영 내내 추리를 해야 했다. 대본에 나와 있지 않은 범인이 누군지 찾기 위해서다. 그녀가 연기한 설옥이 다음 회에 공개되는 범인의 정체를 알고 있는 유일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범인을 알아야 설옥의 연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대본을 봐도 범인이 누군지, 설옥이가 왜 이러는지 이해가 잘 안 됐어요. 시청자들은 궁금해하면 되지만, 적어도 설옥이를 연기하는 전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공부를 많이 했어요. 저만의 퍼즐을 맞추듯이 공부했어요. 대본을 추천해준 친구의 도움도 받았어요. 밤을 새워서 내용을 정리하고 범인이 누군지 알려줬죠. 대본을 받았을 때는 저도 시청자였고, 추리를 풀었을 때는 설옥이었어요.”

‘추리의 여왕’이 모든 시청자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은 건 아니다. 하나의 사건이 여러 회에 걸쳐 이어지는 느린 전개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최강희도 어느 순간부터 늘어지는 이야기에 아쉬워했지만 불만을 갖진 않았다.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에게 책임을 묻는 성격이어서다. 최강희는 성격 이야기가 나오자 4년 전 우울증을 앓아 집에만 있던 시기도 있었다고 고백했다.


“2013년부터 집에서 안 나가기 시작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우울증이었던 것 같아요. 점점 밖에 나가기가 싫고 나갈 때도 모자와 후드 티,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렸죠. 제 자존감은 낮아졌는데 남들이 보는 저는 높아져 있는 걸 들키기 싫었고 자신감도 없었어요. 마치 제가 암기 천재라고 소문이 났는데 암기 대회를 앞둔 느낌이었어요. 현실의 나와 앞으로 되고 싶은 내가 점점 멀어져서 병이 된 거죠. 그러다가 신앙을 갖게 되면서 나한테 내가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이후엔 제일 잘했을 때의 내 모습에 집중하기 시작했어요. 최악의 나도 나지만, 잘했던 나에 대한 생각도 하게 된 거예요. 나도 분명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죠. 그러면서 회복했어요.”

최강희는 촬영 중 댓글을 읽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번 댓글을 보면 계속 보게 되기 때문이다. 아예 안 보려고 이전에 쓰던 보라색 2G 폰을 다시 개통하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민감한 자신을 지키는 그녀만의 방법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주목할 만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심은 그대로다. 그러기 위해 연기를 더 잘하는 배우, 더 열심히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드러냈다.

“전 계속 화제성 있는 사람, 주목할 만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러려면 많은 사람들에게 뭔가를 줄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할 것 같아요. 진짜 속을 시원하게 해주거나 위로를 주는 사람이요. 그러려면 결국 연기를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연기 자체에 회의가 든 시기도 있었어요. 예전엔 타고난 천재 같은 배우가 되고 싶었거든요. 제가 천재인 줄 알았는데 나중엔 아닌 걸 알고 들키지 않고 싶어졌어요. 지금은 달라요. 가진 게 없지만 그래도 열심히 하는 사람, 노력하는 배우가 되고 싶은 마음이에요.”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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