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창원=강승우 기자] 지난 16일 오전 11시 경남 창원시 의창구 대산면 대산고 앞 특설경기장.
경기장에 들어서기 전부터 소똥 냄새가 코를 자극하면서 이곳에서 소싸움 대회가 열리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모래가 깔린 커다란 원형경기장 안에서는 두 마리 황소가 서로 머리를 맞부딪히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관중석에는 평일 낮인데도 꽤 많은 시민들이 소싸움 경기를 구경하고 있었다.
왼쪽에 있던 소가 힘주며 기술을 걸자 장내 경기 해설자들도 덩달아 격앙됐다.
곧이어 반대편에 있던 소가 패배를 인정하며 꼬리가 빠질세라 줄행랑쳤다.
경기가 끝나자 관중석 곳곳에서는 “와아~에이~” 환호와 탄식이 동시에 터져 나왔다.
경기에서 패배한 소는 분했는지 연신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음~머”하고 큰 소리로 울었다.
반면 이긴 소는 승자답게 여유로운 모습으로 주인의 손에 이끌려 경기장 밖을 유유히 빠져나갔다.
이곳에서는 창원시가 주최하고 (사)한국민속소싸움협회 창원시지회가 주관한 ‘창원 전국민속 소싸움 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이날은 대회 이틀째로 예선전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올해 18회째에 접어든 이 대회는 해를 거듭할수록 출전하는 소도 늘어나 현재는 전국 규모 소싸움 대회로 발전했다.
전통 민속 문화의 계승‧발전을 도모하고자 추진됐는데 이제는 자리매김을 확실히 했다는 평가다.
특히 이번에는 전국 11개 시‧군에서 체급별로 갑‧을‧병종 250여 마리 소가 출전해 역대 최대 규모를 자랑했다.
곧이어 진행한 다음 경기는 시작하자마자 지레 겁을 먹은 소가 꽁무니를 내빼면서 싱겁게 끝이 났다.
부산에서 왔다는 김영구(80)씨는 “소싸움을 보고 있자니 소 여물을 주던 유년 시절이 절로 떠오르곤 한다”며 “이곳에 오면 옛 친구들도 만날 수 있어 해마다 빠지지 않고 이 대회를 보러 온다”고 말했다.
점심 무렵 서서히 기온이 오르자 더위 걱정에 대회 관계자가 물을 뿌려 모래판 경기장을 적셨다.
이날 하루에만 치러질 예선전만 96경기인데, 뒤이어 치러진 경기에서도 박진감 넘치는 장면이 속속 나왔다.
그럴 때마다 관중석에서는 환호와 함께 박수갈채로 승자에게는 응원을, 패자는 격려했다.
이번 대회는 17일 개회식에 이어 18일 준결승, 대회 마지막 날인 19일에 결승전이 치러질 예정이다.
한국민속소싸움협회 최외식 창원시지회장은 “창원 소싸움은 향토문화의 애환과 함께 오랜 전통의 내력을 이어오고 있다”며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지는 이번 대회에 많은 시민들의 관심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박봉련 창원시농업기술센터 소장은 “올해 소싸움 대회는 더욱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기대된다”며 “다양한 먹거리, 볼거리, 즐길 거리가 준비돼 있어 많은 시민들이 행사에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할아버지는 “과연 올해는 어떤 소가 우승할지 궁금하다”며 “대회 기간 동안 하루도 빼먹지 않고 소싸움 경기를 구경하러 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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