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하대병원 이현규 교수 “완화의료, 남은 시간 위해 하루라도 빨리 받아야”

[인터뷰] 인하대병원 이현규 교수 “완화의료, 남은 시간 위해 하루라도 빨리 받아야”

기사승인 2017-06-17 05:00:00

[쿠키뉴스=박예슬 기자] “더 이상 효과적인 치료가 없다는 말을 주치의에게 들으셨다면 그 순간부터 하루라도 빨리 호스피스 병동을 찾으셔야 환자분도, 가족들도 보다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이전까지는 암환자를 치료함에 있어 의료진의 역할은 주로 의학적인 부분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다 호스피스 병동이 생겨나면서 이제는 환자의 정신적인 부분, 나아가 환자뿐만 아니라 가족들까지 전인적인 돌봄이 제공되고 있다.

인하대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장 이현규 교수(혈액종양내과·사진)는 호스피스 완화의료에 대해 “죽음이 고통스러운 순간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게 하고, 환자와 가족이 죽음이라는 것을 주체적으로 받아들이고 치유하고 회복할 수 있도록 그 과정을 돕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많은 편이다. 이 교수는 “부모 중 암환자가 있는 경우, 자식들은 더 해드려야 하는데 이대로 포기해버리는 것 같다고 생각하신다. 이렇다보니 호스피스로 진입이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우려했다. 하지만 막상 호스피스를 이용하고 나면 대부분의 환자 분들은 다 만족해하시고, 특히 가족들의 경우에는 장례를 치른 후에 고맙다면서 많이 찾아온다고 이 교수는 말했다.

이 교수는 그중 말기 폐암환자였던 어르신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다소 투박하고 무뚝뚝한 분이셨다. 자식들도 다 커서 모두 흩어져 살아온 탓에 특별히 정을 나눌 일도 없었다. 그러다 호스피스병동에 들어오게 되면서 가족들이 한데 모이게 됐는데, 그동안 못했던 얘기도 나누고 아내에게 사랑표현도 하시면서 같이 웃고 대화하는 시간을 보내셨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다녀온 여행사진을 보면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시고서 그 다음날 돌아가셨다. 환자도 가족들도 슬프지만 행복해하면서 마지막 날까지 소중한 시간을 보내셨다”면서 당시 상황을 술회했다.

인하대병원은 2년 전부터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를 개설해 운영해오고 있다. 이곳에서 의료진들은 근본적인 치료 외에도 갖고 있는 증상과 고통들을 줄이기 위한 전반적인 완화의료 돌봄을 제공한다. 이와 더불어 사회복지사가 환자의 경제적 지원, 가족과의 회복, 수녀나 목사 등 영적 지도자 연결을 돕고 자원봉사자를 개발한다. 자원봉사자들은 목욕이나 이발, 말벗 등을 해주며, 요법치료사가 매주 방문해 음악치료, 미술치료 등을 진행한다.

또한 지난 5월부터는 완화의료 돌봄도우미(간병서비스제도)를 시행해 가족들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었다. 이전까지는 보호자가 환자 곁에서 항시 돌봐야 했지만 이제는 돌봄도우미가 모든 케어를 담당해준다. 또 기존 간병비는 200만원 정도였지만 이제 10만원으로 줄어들어 경제적인 부담도 줄어들게 됐다.

이 교수는 “인하대병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에서는 일하는 분들이 모두 진심을 담아 마음으로 돌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완화의료는 사람과 사람 사이 속에서 일어나는 치유 과정이기 때문에 환자의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더 듣고 위로해주면서 심리적인 부분을 위해 많이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호스피스에 대한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호스피스병동에 오시고 나면 후회하는 분들은 거의 없다. 이에 대한 편견을 버릴 수 있도록 미리 직접 접해보는 게 중요한 것 같다”며, “고민하다 너무 늦게 오시면 우리가 해드릴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하루라도 빨리 완화의료를 받아야 환자도 행복한 마무리를 하고 가족들도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가능한 빨리 오셔서 최대한 많이 누리시길 바란다”고 힘줘 말했다. yes228@kukinews.com

박예슬 기자
yes22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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