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제증명수수료 고시에 의료계 “의료현실 무시” 지적

의료기관 제증명수수료 고시에 의료계 “의료현실 무시” 지적

기사승인 2017-06-29 00:04:00
[쿠키뉴스= 조민규 기자] 의료기관의 제증명수수료 고시 제정을 놓고 의료계가 초헌법적인 발상이자 권력의 횡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진단서를 제증명으로 간주한다면 의사는 진단명만 써서 작성해야 하고, 책임이 따르는 내용은 별도의 ‘감정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병원마다 금액이 천차만별인 제증명수수료에 대해 오는 9월21일부터 상한금액을 적용하는 내용의 ‘의료기고나의 제증명수수료 항목 및 금액에 관한 기준’ 고시 제정안을 마련해 7월21일까지 행정 예고한다고 밝혔다.

제정안 1조의 목적을 보면 '의료기관에서 발급하는 제증명서류의 항목 및 그 금액에 관한 기준을 정함으로써, 국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제증명수수료를 합리적으로 운영하여 국민들의 불편을최소화하기 위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의료계가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상한가격이 의료 현장과 동떨어지게 낮다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정부가 가격상한을 정해 가격 통제에 나서려는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정부의 일방적인 진단서 등 가격상한선 설정은 의료현실과 동떨어져 의료전문가 의견을 외면해 우려가 된다고 밝혔다.

의사협회는 정부가 비급여 부문에 대해서는 가격 공개를 통한 시장의 합리적 가격조정 기전을 유지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7일 관련 고시 제정안을 행정예고 했다며, 앞서 정부와의 회의에서 의협을 비롯한 공급자 단체는 비급여 사항인 수수료 가격 규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강력한 반대 입장을 개진했음에도 의료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의료기관에서 발급하는 진단서 등 각종 증명서는 단순한 서류양식이 아닌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의사의 의학적 판단과 진료기록을 담은 고도의 지식 집약적 문서로서 증명서 발급 이후 의사에게 법적 책임까지도 뒤따르게 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를 단순한 서류로 치부한 낮은 수수료 상한선을 적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진단서 등의 발급수수료는 건강보험요양급여의 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정하는 비급여 사항으로서 동 비급여 부분은 국가가 가격 결정에 개입하지 않고 자유로이 가격을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원칙임을 고려할 때 가격의 획일화를 부추길 수 있는 수수료 상한선을 강제하는 것은 비급여 제도의 본래 취지에도 역행한다고 덧붙였다.

의사협회는 오히려 지난 1995년 보건복지부에서 각종 진단서별 수수료 상한 기준을 정한 이후 장기간 한 번도 인상되지 않은 현실성 없는 기준의 현실화가 반드시 필요한 시점이라며, 수수료 상한기준 제정에 있어서도 범위가 작은 조사대상의 최빈값 혹은 중앙값만을 근거로 한 불합리한 기준을 설정하는 것보다는 증명서의 성격 및 특수성을 감안한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서울시의사회도 제증명 수수료 비용의 상한선을 무리하게 정한다는 것은 대단히 불필요한 규제라며 반발했다.

서울시의사회는 여러 기관에서 가장 많이 받는 최빈값을 금액 기준으로 하면 중앙값으로 수수료를 발급해온 의료기관들은 피해를 보게 될 수 있다며, 발급 비용의 상한선이 최빈값으로 정해질 경우 발생할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또 심평원의 발표사항과 관련해 발급 빈도가 가장 높은 일반진단서의 발급비용이 현실적으로 책정, 심평원이 조사 대상으로 삼은 의료기관이 수가 지나치게 적어 오류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 제증명 수수료에 대한 지나친 통제는 불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라북도의사회도 성명서를 내고 “의료기관 제 증명서 수수료 상한 기준 고시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전북의사회는 제증명수수료의 (작성 및 발급)행위는 현재 비급여 행위로 규정돼 있는데 급여 행위와 마찬가지로 일괄적으로 제한을 두어 조정하려는 것은 반대한다며, 발급 이후에는 의사에게 법적 책임까지 뒤따르게 할 수 있는 문서로 의료 증명서는 진료기록부를 전반적으로 검토해야 하고, 이에 맞는 진단 기준에 부합하도록 상당한 시간이 소요됨에 비추어 낮은 수수료 상한선을 적용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번 고시는 의료기관 개설자의 직업 수행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하고 있으며, 의료기관의 증명서 발급 수수료는 개별 의료기관이 자신의 경영 상태와 영업 방침 및 시장 경쟁 상황 등을 고려하여 스스로의 판단 하에 증명서의 발급 수수료 수준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강조했다.

또 의료기관은 이미 의료법에 따라 비 급여 및 제 증명 수수료 비용을 알기 쉽게 고지·게시해 환자와 보호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서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고 있지 않으며, 그 동안 비 급여 및 제 증명 수수료 비용으로 인한 민원도 거의 발생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부의 고시는 비 급여 수가를 획일화 하려는 정부의 의도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전북의사회는 의료기관이 진단서등의 제증명수수료를 발급할 때 의사가 직접 상당시간이 소요돼 작성해야 하는데 이때 발생하는 진료 부분의 진료비는 별도로 청구할 수 없는 현실에서 시간적인 비용과 정신적인 노동의 비용까지 포합해서 환자가 지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진료비가 1만 5000원임에 비해 이보다 못하게 턱없이 부족한 하향 수수료로 강제하려는 정부의 고시는 철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환규 전 의사협회장은 개인 SNS를 통해 "이번 보건복지부의 ‘의료기관의 제증명수수료 항목 및 금액에 관한 기준’ 고시 제정안 추진은 국민의 편익을 위한 것이 아닌 민간보험사의 편익을 위한 것"이라며, "이번 정부의 조치는 의료의 비진료영역이자 비보험영역에 대해 정부가 법을 이용해 비용을 통제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중대한 일이며, 자칫 그러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지나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부의 이런 발상은 초헌법적인 것이며 권력의 횡포"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은 28일 행정소송을 비롯해 위헌소송까지 진행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주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제증명수수료 문제는 합리적으로 접근해야 했는데 국민편익 부분에서는 공감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안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kioo@kukinews.com
조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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